▲ 쉐보레 볼트 EV / 출처 = 한국지엠

‘2세대 전기차’라는 말이 있다. 완충 시 383㎞(국내 기준)를 갈 수 있다는 쉐보레 볼트 EV에 붙은 수식어다.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가 짧아 불편하다는 전기차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말이다. 기존 양산차는 100~200㎞를 겨우 달렸기 때문이다.

항속거리가 늘어난 것을 두고 ‘세대’를 운운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의 경쟁력이 아직 내연기관차에 못 미친다는 판단도 가능하지만, 역설적으로 발전이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도 담겼다. 직접 만나본 쉐보레 볼트 EV의 장점은 주행거리 외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 쉐보레 볼트 EV / 출처 = 한국지엠

작은 고추가 맵다

일산 킨텍스에서 출발해 파주 헤이리 인근을 다녀오는 왕복 약 70㎞ 구간에서 볼트 EV를 시승했다. 크게 거부감 없는 외관을 지녔다. 해치백인 듯 경차인 듯 묘한 인상이지만 익숙한 쉐보레 엠블럼과 라인 구성으로 평범함을 추구했다. 미래에서 달려온 것 같은 전기차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현재를 달리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 쉐보레 볼트 EV 실내 / 출처 = 한국지엠

제원상 크기는 전장 4165㎜, 전폭 1765㎜, 전고 1610㎜, 축거 2600㎜다. 현대차 아반떼보다 축간 거리가 100㎜ 정도 짧은 셈이다. 실제 탑승해보면 이보다는 크게 느껴진다. 전고가 170㎜가량 높아 크로스오버 형태를 지녔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쉐보레 볼트 EV / 출처 = 한국지엠

볼트 EV 기술의 핵심은 60kWh급 배터리를 수평으로 차체 하부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실내공간과 트렁크 등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려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게 해준다. 전고를 높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내 공간에도 따로 디자인 포인트를 두지는 않았다. 평범한 인터페이스와 계기판 구성이다. 충전 정보, 배터리 상태 등을 알리는 정보가 추가된 정도다. 시승 차량에는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았는데, 디스플레이 화면의 시안성은 다소 아쉬웠다. 센터페시아 상단으로 조금 더 끌어올렸으면 몸에 더 잘 맞았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 쉐보레 볼트 EV 실내 / 출처 = 한국지엠

쓸데없는 배터리 낭비를 막기 위해 운전·조수석 시트 조절을 수동으로 하고 선바이저 내부에도 불빛을 달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달리는 맛 잡았다

전기차만의 특징은 디자인과 실내 공간 활용성보다는 주행 감각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볼트 EV에 장착된 모터는 150Kw에서 최고출력 204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36.7㎏·m다.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엔진이 없는 탓에 소음이 없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저속 주행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

▲ 쉐보레 볼트 EV / 출처 = 한국지엠

토크감이 바로 발휘되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이 차의 달리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제로백은 7초대에 형성됐는데, 체감상 훨씬 빠르게 가속하는 느낌이다. 엔진 변속에 따른 충격이 없다 보니 속도감을 더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스티어링 휠 반응을 상당히 정교하게 설정해 소형차만의 특색을 살렸다.

▲ 쉐보레 볼트 EV 실내 / 출처 = 한국지엠

한국지엠 측은 이 차의 에너지 효율이 5.5㎞/kWh라고 소개했는데, 주행 중에는 이를 상회하는 수치가 나왔다. 자유로 등에서 고속 주행이 더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전기차는 도심 효율이 더 높음)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이다. 완충 후 383㎞보다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지엠은 최근 볼트 EV가 추가 충전 없이 서울-제주 470㎞ 구간을 완주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기차만의 회생제동 시스템이 이 같은 상황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볼트EV는 스티어링 휠 후면의 패들 스위치를 통해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회생 에너지 생성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기어 시프트를 ‘L’ 모드로 놓을 경우에는 시스템이 더욱 과격하게 개입,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가감속을 할 수 있다. 실제 L 모드는 약 2분 정도 주행을 하면 적응이 되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도심 주행을 할 수 있게 해준다.

▲ 쉐보레 볼트 EV 실내 / 출처 = 한국지엠

급제동 시 브레이크 답력을 증가시키는 BAS(Brake Assist System), 언덕길 밀림 현상을 방지하는 HSA(Hill Start Assist) 기능까지 포함한 통합형 차체 자세 제어(Electronic Stability Control)를 기본으로 채택해 예방 안전성을 강화한 것도 이 차의 특징이다.

▲ 쉐보레 볼트 EV / 출처 = 한국지엠

383㎞라는 마케팅 포인트는 쉐보레 볼트 EV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내주기는 했지만, 모두 표현하지는 못했다. 전기차 라이프스타일이 허락되는 구매자라면, 이 차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쉐보레 볼트 EV의 가격은 4779만~4884만원이다(보조금 혜택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