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 관련 이슈가 국내 은행들의 향후 실적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은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P플랜이란 워크아웃의 신규 자금 지원 기능과 법정관리의 채무조정 기능을 연계한 것이다.

▲ 시나리오1(40%손실), 시나리오2(70%손실), 시나리오3(100%손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채무조정안이 통과된다면 시중은행은 무담보 채권의 80%가 출자 전환되며 이에 따른 충담금 적립을 해야 한다. 한편, 채무조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의 P플랜 돌입과 함께 선수금환급보증(RG)에서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추가적 손실이 예상된다. 다만, 대우조선에 대한 은행들의 신규 자금 지원 가능성이 희박해 ‘최악의 상황’(대우조선 익스포저 100% 손실 가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시나리오1(40%손실), 시나리오2(70%손실), 시나리오3(100%손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가 시나리오별로 추산한 시중은행의 손실규모를 보면 최악의 경우 국내 4대 은행(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 총 1조5000억원의 규모의 부담이 뒤따른다. 이는 4대 은행의 총자기자본대비 1.75%에 해당되는 수준이며 지난해 총당기순이익대비 30%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은행별로 보면 ‘최악의 상황’이라도 부담 수준은 분명 다르다. 우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시 지난해 당기순이익대비 추가 부담률은 각각 10.92%, 16.10%인데 반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46.96%, 52.68%로 두 그룹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우리·신한은행은 국민·하나은행 대비 대우조선 익스포저 위험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다.

▲ 시나리오1(40%손실), 시나리오2(70%손실), 시나리오3(100%손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그러나 은행들의 지배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4대 은행 중 현재 우리은행을 제외한 여타 은행들은 지주 형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대우조선 익스포저 이슈가 진행형이고 최악의 상황 발생시 그 손실규모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은행 및 은행지주들의 실적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신한지주,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은 컨센서스는 2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대우조선 익스포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설령 은행들이 1분기에 대우조선 관련 추가 충당금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그 부담은 2분기로 이어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실적 성장이 예상되나 대우조선 사태에 따른 충담금 부담도 있다”며 “사채권자 집회 결과에 따라 부담 수준은 달라지겠지만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최대한 충당금을 쌓고 가는 것이 오히려 홀가분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대우조선 익스포저는 물론 향후 은행주들의 실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컨센서스 기준 올해 1분기 신한금융지주의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11.9% 내린 675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는 15.5% 오른 5752억원, 우리은행은 13.5% 상승한 4367억원, 하나금융지주는 5.0% 오른 4039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외국인투자자들은 대우조선 이슈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은행주들에 대한 지분을 확대 중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신한지주의 지분 68.55%, KB금융 지분 65.13%, 우리은행 지분 25.47%, 하나금융 지분 72.44%를 보유 중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추가 지분 매입 여력을 고려하면 우리은행,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순으로 우호적 환경이 예상된다.

은행주들의 실적에 있어 가장 민감한 요소인 대우조선 익스포저를 고려하면 우리은행, 신한지주가 KB금융과 하나금융대비 긍정적이며 올해 1분기 절대 실적 기준으로는 신한지주,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 순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성장률 기준으로는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 신한지주 순이며 외국인투자자들의 추가 투자 여력으로는 우리은행,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이 긍정적이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은행,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순으로 투자매력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우조선 익스포저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국내 은행주들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며 “장기금리 상승은 신규 고정금리 대출에만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순이자마진(NIM)이 추가 상승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의 대손 부담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추가적으로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소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