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 슬립이 스토리를 이끄는 드라마 <터널>. 출처= OCN

<진격의거인>, <닥터 스트레인지>, <시그널>, <도깨비>, <터널> 

이 콘텐츠들은 당대 트렌드를 이끌었던 인기(혹은 논란)의 작품들이다. 아울러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시간 조작’이다. 스토리 진행에서 현재의 시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과거-현재-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설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조작 설정은 수많은 작품에 적용되면서 수요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과연 시간 조작 스토리텔링은 어떤 유형들이 있으며 최근 콘텐츠 제작자들과 수요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 조작의 4가지 유형

콘텐츠 스토리에서 활용되는 시간 조작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활용된다. 첫 번째 유형은 타임워프(Time Warp)다. 이를 직역하면 ‘시간 왜곡’ 정도가 되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 등 원하는 시점으로 이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혹은 발생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SF 장르의 작품에서 타임워프는 상당히 중요한 스토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타임워프가 소재로 활용되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어준 문학 작품으로는 1895년 영국의 작가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는 공상과학소설 <타임머신>이 있다. 타임워프의 적절한 적용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는 스릴러 영화 <나비효과(2004)>, 그리고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tvn의 드라마 <도깨비>  등이 있다.    

▲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출처= CJ E&M

두 번째 유형 타임리프(Time Leap)는 과거의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이야기 기법이다. 타임리프가 적용된 스토리는 과거에 일어난 특정 사건의 변화를 통해 현재의 어떤 것을 바꾸고자하는 주인공들의 의지로 표현된다. 주로 일본 만화에서 많이 활용되는 기법으로 대표적 작품으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소설 원작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등이 있다. 

세 번째 유형 ‘타임루프(Time Loop)’는 일정 기간의 시간이 무한히 반복된다는 개념의 스토리 기법이다. 기법의 속성상 긍정적이고 밝은 스토리보다는 디스토피아(Dystopia,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돼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적 스토리에서 주로 활용된다. 스토리의 결말은 이미 부정적으로 정해져있는 가운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말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불교에서의 윤회(輪回) 사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타임루프를 가장 잘 활용한 영화 작품으로는 최근 헐리웃에서 리부트가 결정된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시리즈가 있으며, 작가의 우익 성향으로 논란(?)이 되는 만화 <진격의거인>도 타임루프의 개념이 적용된 애니메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는 방법으로 타임루프를 활용하기도 했다.   

▲ 애니메이션 시즌 2가 제작돼 한국-일본 동시방영을 시작한 <진격의거인>. 출처= 진격의거인 2기 공식 사이트(shingeki.tv/season2)

네 번째 유형 '타임슬립(Time Slip)'은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1994)>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타임워프와 같은 기계적 시간 여행이 아닌, 우연한 계기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게 되는 시간여행을 뜻한다. 주인공 개인 혹은 그가 속한 집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과거 또는 미래 시점의 상황에 직면해 문제를 해결하는 스토리로 구현된다. 영화 <어바웃 타임>,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리고 SF 장르의 상징적 작품 <백 투더 퓨처>등은 대표적인 타임슬립 작품이다.

상상의 리미트(Limit) 해제, 다양해진 콘텐츠 수요를 반영하다 

시간 조작은 2차원 요소로 제한된 상상력의 범위를 `시간`이라는 개념을 활용, 무한에 가깝게 확장시키면서 스토리의 판타지적 요소에 개연성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이를테면 사망했던 인물을 되살리거나, 과거의 복선을 통해 미래를 바꾸는 등의 설정은 시간의 제한 안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만 시간 조작에서는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토리는 비록 판타지일지라도 더욱 현실감이 넘치는 탄탄한 서사구조를 갖게 된다. 

경기대학교 애니메이션 영상학과 권동현 교수는 “시간이라는 절대적 제한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마치 인류의 역사를 통해 하나의 '로망(Roman, 낭만)'처럼 여겨져 왔다”며 “산업 측면에서 시간 조작이 적용된 판타지 장르의 인기는 다양한 주제들의 콘텐츠로 새로운 자극과 재미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더불어 콘텐츠 유통 채널의 다변화로 인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