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게임명: 워오브크라운(War of Crown) / 서비스: 게임빌 / 개발: 애즈원게임즈 / 플랫폼: 모바일 / 장르: 전략 RPG

▲ '워오브크라운' 메인 타이틀 이미지. 출처=게임빌

RPG(역할수행게임)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예전에야 ‘디아블로’든 ‘미르의 전설’이든 ‘바람의 나라’든 ‘메이플스토리’든 남들 다하는 RPG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특히 ‘천년’이란 게임에 등장하는 수도 ‘장성이남’은 고향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지금은 즐기는 RPG가 없다. 가상세계에서 내 캐릭터를 키우기보단 현실에 충실하려는 마음 때문일지 모르겠다. 특히 요즘 대세인 모바일 RPG와는 인연이 거의 없다. 한 줌의 기대를 품고 신작을 다운로드해 즐겨봐도 흥미를 느끼긴 어려웠다.

RPG 불감증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예전과 같은 근성이 사라진 걸까. 무한 반복으로 몬스터를 썰고 아이템을 얻으며 레벨업을 하는 과정이 지루하게 다가왔다. 모바일 RPG의 경우 겉포장만 다르고 내용물은 거기서 거기인 게임이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눈이 가는 모바일 RPG가 하나 있다. 4월말 출시 예정인 ‘워오브크라운’이다. 메인 타이틀 이미지부터 영롱한 느낌을 주는 이 게임은 택틱스 계열 전략 RPG다. ‘창세기전’, ‘파랜드택틱스’, ‘파이널판타지’ 등을 계승할 모바일 택틱스다.

2040 게이머라면 대개 택틱스에 향수를 느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바둑판식 전장에서 마치 장기를 두는 것처럼 캐릭터를 움직여 상대와 수싸움을 벌여야 하는 묘미를 잊지 않았다. 정식 출시되기 전에 ‘워오브크라운’을 플레이해볼 기회가 생겼다.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2D 계단식 그래픽에서 화려한 3D로

인트로와 튜토리얼 시간은 언제든 설렌다. 이 게임이 나와 맞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첫만남의 순간인 까닭이다. 워오브크라운과의 만남도 그렇게 시작됐다. 두 주인공 에쉬리트와 라일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래픽이다. 3D이면서도 투박하지 않고 동화 같은 느낌을 줬다. 캐릭터의 부드러운 모션과 화려한 액션 구현이 수준급이란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과거에 즐기던 택틱스 게임은 도트가 눈에 보이는 2D 그래픽 아니었던가. PC로 즐기던 택틱스를 모바일로, 그것도 훨씬 뛰어난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거다.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튜토리얼을 마치고 에쉬리트, 라일리스와 함께 전장으로 달려갔다. 전투는 쿼터뷰 시점으로 진행되며 다른 택틱스와 마찬가지로 턴 방식이다. 택틱스 특유의 바둑판 지형을 이 게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3D 게임답게 카메라 시점을 이리저리 돌릴 수 있으며 평면도로 지형을 살피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 초반 에쉬리트와 라일리스는 손쉽게 적들을 제압해냈다. 화려한 스킬이 저 손쉬운 적들에겐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만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게 체감됐다. 앞으로의 모험에서 치열한 전략과 승부의 세계가 펼쳐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이 식지 않았다.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장면. 제작=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장면. 제작=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매력 넘치는 영웅,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전장은 단순히 평면이 아니다. 고저차가 있어 높은 지형을 적들보다 먼저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 위에서 아래로 스킬을 내리꽂으면 데미지가 더욱 강력하니까. 캐릭터간 속성도 고려해야 한다. 불, 물, 나무, 빛, 어둠 등의 속성이 있는데 상성을 생각해야 한다. 머리를 써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양한 캐릭터로 덱을 구성해나가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에 심혈을 기울인 점도 눈에 들어왔다. 게임도 스토리가 중요한데 그동안 모바일게임에서 스토리는 뒷전이었다. 개발사가 신경을 쓴다고 해도 유저는 ‘스킵’ 버튼을 눌렀다. 이는 유저의 게이밍 패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스토리 연출을 담아낸 모바일게임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빌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빌

대개 모바일 RPG에선 캐릭터가 단순히 양쪽에 서서 말풍선 형태로 대사만 주고 받는 게 끝이었다. 그러니 스킵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거다. 워오브크라운은 스토리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진행된다. 상황에 따라 액션과 진동이 더해진다. 유저는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연출에 공을 들인 결과다.

모험모드와는 별개인 시나리오 모드도 흥미롭다. 이 모드의 경우 각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별도 미션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6턴 동안 영웅의 사망없이 버티기’ 같은 것 말이다. 주어진 턴에 적들을 모두 섬멸하는 것 말고도 새로운 재미요소를 더한 셈이다. 택틱스의 확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영웅을 수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력적인 원화가 돋보이는 귀여운 SD풍 캐릭터가 300여종 등장한다. 영웅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고유의 기술과 동작은 물론 목소리까지 다르다. 수집욕에 불을 지핀다. 원화의 경우 나중에 아트북으로 나와도 괜찮을 법하다.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 '워오브크라운' 플레이 스크린샷. 출처=게임화면 캡처

 

모바일 택틱스, 과거와 현재를 잇다

요약하자면 워오브크라운은 트렌디한 모바일 택틱스 게임이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기도 하다. 택틱스 게임이라는 과거와 3D 모바일 RPG라는 현재가 만났으니. 그 만남이 잘못된 만남은 아닌 듯하다. 워오브크라운이 택틱스 올드 유저와 모바일게임에 더 익숙한 어린 유저들이 만나는 길목이 될 수도 있겠다. 그들이 이 게임을 매개로 택틱스 게임의 재미에 대해 같이 떠들어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4월말 정식 출시이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CBT) 당시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유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CBT 참가자 중 85%가 해외 유저였다. 게임빌이 다시 한번 ‘게임한류’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더욱 진화해 정식 출시될 워오브크라운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