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의 일상과 가젯(Gadget)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6화.

“엥? 액션캠 그거 돈지랄(돈낭비를 뜻하는 속어) 아니냐?”

불과 3년 전 내 의견이었다. 이미 손 안에는 카메라도 되고, 전화도 되고, 인터넷도 되는 만능상자 ‘스마트폰’이 있었다. 액션캠까지 써가며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과 운동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액션캠을 쓰기 위해 운동하고, 운동하기 위해 액션캠을 쓰게 됐다. 덕분에 내 삶은 좀 더 액티브(active)해졌다.

첫 시작은 친구가 선물해준 액션캠 덕분이었다. 2012년 그 친구는 ‘스마트 푸시’에 푹 빠져 있었다. 스마트푸시는 인형뽑기의 변형이다. 기다란 막대로 경품을 밀어 뽑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친구는 모델명조차도 없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불분명한 싸구려 액션캠을 뽑고 나에게 줬다. 자전거 라이딩에 푹 빠져 있던 내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같아 선물했다고 한다.

처음엔 그냥 ‘블랙박스용’으로 썼다. 나름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로 이용하고, 방어운전을 한다고 자부했는데도 사고위험은 늘 있었다. 목줄을 매지 않은 강아지가 튀어나온다던지, 보행자가 갑자기 자전거도로로 들어온다던지, 역주행하는 자전거와 마주하는 경우 등 아찔한 장면도 많았다.

▲ 샤오이 YI카메라(출처=샤오이 코리아 홈페이지)

스마트폰으로 블박을 대체할 수 없냐고? 자전거를 탈 때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 안내를 담당했다. 그리고 거치대 모양상 폰카가 전면으로 나서기 힘든 구조다. 이래저래 액션캠이 필요한 시점이긴 했다. 막상 사용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편리했다. 달렸던 코스를 복기할 수 있었고, 라이딩 도중의 경치도 손쉽게 담을 수 있었다. 다만, 200만화소라는 액션캠이 30만 화소보다 못하게 영상을 기록했다. 선명도가 너무 낮았다.

결국 ‘대륙의 실수’ 샤오이 ‘YI 카메라’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액션캠의 제왕 ‘고프로’의 절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스펙을 갖췄다. 화각이 155도나 됐다. 주변 풍경을 와이드하게 담을 수 있었다. 1600만 화소로 HD급 촬영이 가능했다.

▲ 자전거 라이딩 도중 비둘기가 날아왔다(촬영=김태환 기자, 편집=노연주 기자)

YI캠을 달고 달린 도로는 ‘신세계’였다. 내가 보고 느낀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오히려 화각이 넓어 내가 미쳐 보지 못했던 장면들도 포착해냈다. 언젠가 한번 비둘기가 자전거 앞으로 날아왔다 돌아간 적 있었다. 매우 역동적인 장면이라 인상 깊었는데, 영상으로 기록이 남으니 당시 일이 새삼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한창 드론에 빠졌을 때는 머리 위에 액션캠을 달고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드론 움직임을 추적하는데 도움이 됐다. 드론에 달린 캠으로 조종하는 사람을 찍고, 액션캠으로 드론을 찍는 연출도 한 적 있다. 친구들이 색다른 느낌이 든다고 호평했다. 10만원 투자한 뒤로 즐거움은 100만원어치를 얻은 기분이었다.

▲ 우이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YI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출처=김태환 기자)

개인적으로 DSLR을 들고 출사도 자주 나가는데, 액션캠을 들고가니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을수 있어 좋았다. 사은품으로 받은 셀카봉을 통해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다. 소래포구 출사 당시에는 액션캠을 들고 마구 뛰어다녀봤다. 잠시 정신을 놓고 신나게 달리는 내 모습을 현장감 있게 담아냈다.

이제 액션캠은 여가활동 필수품이 됐다. 만일 지금 다시 액션캠을 사도 되냐고 질문을 한다면 주저없이 답변할 수 있다.

“액션캠 그거 완전 재밌게 쓸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