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의 스마트 운동화, 테니스 선수의 웨어러블 티셔츠, 축구 경기장을 촘촘히 감시하는 저속 카메라와 투수의 구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센싱 기술 등. 현대 스포츠에서 IT 기술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시도도 하루가 다르게 벌어지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놀랍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치 및 사회, 문화,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있기 때문에 '있을법한 일'로 생각되지만 길게는 수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스포츠 종목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스포츠의 철학이 IT 기술과 만나는 장면은 뭔가 알수없는 위화감을 느끼게도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 프로 스포츠 종목의 핵심이자 정체성, 나아가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팬'의 존재를 생각해보자. 스페인에서 공차고 있는 메시도, 미국에서 농구공으로 묘기를 보여주고 있는 웨스트 브룩도 모두 그들에게 열광하는 팬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IT 기술도 새로운 방법론을 부여받을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사용될 수 있지만, 팬들을 위한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그 특징적 장면을 살펴보자.

▲ 레알 마드리드 팬. 출처=위키미디어

빅데이터, 팬심을 좌우하다
지네딘 지단과 호나우두의 전설이 살아있는 곳. 산티아고 베르나우의 뜨거운 열기가 꿈틀거리는 곳.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이 달리고 있는 곳. 1902년 창단된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축구의 역사이자 세계 축구의 심장이다.

우리는 레알 마드리드를 생각하며 주로 FC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 유럽 챔피언스 리그의 단골손님 등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들에게는 공공연하고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팬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레알 마드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CRM 등을 통해 모바일 앱을 구축하는 한편 4억5000만명 팬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팬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구단의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제공하려는 의도다.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먼저 팬이 참여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지점. 레알 마드리드는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찾아오는 팬의 방문 패턴을 모두 수집해 이를 팬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소셜 인게이지먼트 서비스를 통해 트위터 및 페이스북을 통해 감지되는 팬의 행보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오피스365와 다이나믹스 CRM 등을 통해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 서비스 플랫폼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며 전 세계의 팬에게 레알 마드리드의 특정 경기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5골 이상 넣었던 경기'나 '호날두가 헤트트릭을 터트린 경기'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또 고객용 앱은 인터랙티브, 즉 반응형 앱을 지향하며 선수와 팀의 다양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제공한다. 심지어 구장 곳곳을 실제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데이터 분석은 "레알 마드리드가 IT 기술과 왜 만났는가?"라는 질문의 가장 극적인 답이다. 애저 플랫폼 기반 분석 서비스를 통해 4억5000만명 팬이 원하는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구단주나 마케팅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고순동 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9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컨퍼런스에서 레알 마드리드와의 협력을 소개하며 "제4차 산업혁명이란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람과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롤스로이스가 마이크로소프트 머신러닝, AI(인공지능)를 통해 비용 절감을 이뤄내고 프레딕스(Predix)를 애저에서 구동하고 있는 GE의 사례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레알 마드리드와 IT 기술의 만남. 더 정확하게 말하면 레알 마드리드와 빅데이터의 만남이다.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인 SAS는 지난 2014년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단인 뉴욕 메츠에 SAS 분석 솔루션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팬의 데이터를 분석해 구단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사례와 비슷하다. 홈페이지 및 SNS 등을 통해 수집된 팬의 정보를 모은 후 이를 선호도적 측면으로 구분하는 지점이 재미있다.

SAS는 뉴욕 메츠는 물론 한국의 프로축구단인 FC 서울, 미국 NBA의 올랜도 매직 등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 비콘 서비스 선보인 SK. 출처=SK

초연결 인프라로 팬을 사로잡아라
저전력 블루투스로 비교적 단거리 신호를 주고받는 비콘. 이를 활용해 현장 경기장을 ICT 플랫폼으로 변신시키려는 시도도 흥미롭다. 물론 비콘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으며, 현재 비콘은 상거래 시장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으나 이를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생각이 약간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애플은 아이비콘을 통해 메이저리그와 만나며 활발한 생태계 실험을 전개한 바 있다. 야구 경기표 구매부터 편의시설에 대한 안내, 각 자리에 대한 정보와 쿠폰 등을 자동으로 발행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지향성 비콘과 위치기반 플랫폼 위즈턴을 통해 SK와이번스의 문학야구장을 일종의 ICT 플랫폼으로 구축한 바 있다. 당시 지향성 비콘은 실내 측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전파의 직진성을 강화하는 한편 신호의 각을 제한해 특정 방향으로 신호를 안정적으로 송출하도록 개발된 제품이라 특히 눈길을 끌었다.

KT도 지난 2015년 NFC 태그, GiGA WiFi 구축, 위잽 앱과 함께 비콘을 내세우며 비슷한 실험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KT 위즈 야구단은 공식 어플리케이션인 ‘위잽’(wizzap)을 IT 기술의 집약체로 소개하며 의욕을 불태운 바 있다.

▲ LG유플러스 야구앱 출시. 출처=LG유플러스

팬을 위한 온전한 '선물'
팬을 위한 온전한 선물의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히 전용 앱이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단은 전용 앱을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8일 공개한 'U+프로야구'가 그 주인공이다. 주요 득점장면을 실시간으로 돌려보는 득점순간 돌려보기와 실시간 투구 추적(PTSㆍPitching Tracking System) 화면인 방금 던진 공보기를 비롯해 실시간 타자 대 투수 전력분석, 국내 최초 나만의 응원팀 맞춤 화면, 국내 최초 모바일로 최대 5경기 동시 시청, 광고 없이 바로 영상 재생 등 재미있는 기능이 다수 포함됐다.

본 앱은 500여명의 야구팬들, 고객들,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국내 외 다양한 서비스들을 벤치마킹해 기획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모바일 경기 시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야구 중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경기시청의 방해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궁금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데 출시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하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사용자 환경을 크게 늘려 다양한 분석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야구팬들을 위한 LG유플러스의 꼼꼼한 배려도 눈에 들어온다. 고객들이 U+프로야구로 야구 영상을 데이터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도록 KBO 리그 평균 경기 시간(2016년 기준 3시간 21분)에 맞춰 부가서비스의 데이터 제공량과 시간을 늘리는 등 데이터 혜택도 강화하기 때문이다.

▲ 갤럭시S8 삼성 라이온즈 에디션. 출처=삼성 라이온즈

팬을 위한 선물로 보자면 에디션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8을 출시하며 야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콜라보, 갤럭시 S8 삼성라이온즈 에디션 폰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선착순 1000대 한정 판매하며 야구단 특유의 색과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