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잇슈트' 매장 내부. 출처: 롯데백화점

주로 아내가 골라주던 옷을 입던 남성들이 직접 쇼핑을 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자신의 체형과 맞는 한 브랜드만 고집하던 남성들이 이제는 여러 브랜드를 다양하게 따지고 있다. 이들의 쇼핑이 거의 반토막이 났던 남성복 시장을 다시 키울 수 있을까.

몇 년 사이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 ‘아재파탈(아재와 옴므파탈 합성어로, 나이에 관계없이 자기 관리가 잘 된 남자)’ 등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이 눈에 띄면서 하락세를 걷던 남성복 시장 역시 다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남성복 시장 규모는 2011년 6조8668억원에서 2015년 3조9822억원으로 4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지난해엔 3조9918억원으로 패션업계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했지만 큰 폭은 아니었다.

프리미엄에 가성비 더해 침체 시장 올린다

최근 국내 남성복 시장을 살펴보면, 고급 소재를 활용한 프리미엄화와 더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슈트를 내놓는 등 양극화가 눈에 띈다. 업계는 패션에 까다로워진 남성 고객들을 겨냥해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게 하는 남성복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매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거나 핸드메이드를 가미한 고급화 라인을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갤럭시의 경우 란스미어의 기술력을 활용해 슈트는 물론 캐주얼 상품에 이르기까지 호주산 고급 메리노 양털 등 최고급 소재로 제작한 ‘프레스티지 컬렉션’ 라인을 선보였다.

로가디스는 이태리 원단을 사용해 가성비를 높인 ‘이탈리아노 슈트’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은 구김이 덜 생기는 소재를 사용했고, 파워네트 스트레치 안감을 사용해 활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어깨의 피로를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모도와 맨온더분에 힘을 쏟으며 ‘프리미엄 남성복’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코모도는 세련된 디자인과 신축성이 우수한 기능성 소재를 적용한 정장 및 캐주얼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코모도는 지난해 말 기준 매장수가 3곳에 불과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19곳을 추가해 현재 22개까지 확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백화점 중심으로 매장 25개, 매출 15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클래식 슈트의 대중화’를 콘셉트로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맨온더분도 고객들의 반응에 힘입어 론칭 당시 2017년 매장 10개를 열겠다는 목표치를 2배 이상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7개, 하반기 12개 등 19개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23개 매장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초저가 슈트로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업체도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정장 제조업체 부림광덕과 함께 지난해 9월 남성복 SPA 브랜드 ‘맨잇슈트’를 론칭했다. 2030 남성을 겨냥해 최저 9만8000원부터 정장을 살 수 있도록 해 가성비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사회 초년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매장 4개를 시작으로 올해는 20개점으로 확대, 연매출 150억원을 목표로 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롯데백화점 메인 점포와 프리미엄아울렛 등을 통해 유통망을 확보, 올해 1월까지 종전 매장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4월 남성용 저가 정장 PB 브랜드 ‘엠아이수트’를 선보이면서 가성비 전략에 합세했다. 대표 제품으로는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이 높은 ‘스파이수트’(9만9000원) 트렌디한 디자인을 반영한 ‘프리미엄 울 수트’(15만9000원) 등이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직접 쇼핑에 참여하는 남성들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매장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불경기에도 원하는 제품에는 아낌없이 투자를 하는 소비트렌드는 물론 가성비 역시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남성복 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