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장내기능시험이 다시 강화된 이후 손해보험사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과거 면허시험 간소화 이후 초보운전자 사고율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도 악영향을 끼쳤지만, 다시 차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료 자율화 정책이 지속되는데다 지난겨울 폭설과 같은 계절적 이슈도 현저히 적었기에 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출처=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 53.4%…절반만 통과

최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부터 시행된 새 면허시험 제도 이후 올해 3월21일까지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은 53.4%로 전체 응시생 중 약 절반가량만 통과했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진행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제도개선 이후 1개월 간 치러진 운전면허시험에서의 장내시험 합격률은 32.2%에 불과했다. 면허시험 강화 이전 합격률 92.8%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 수치다.

지난 2010년에는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정책이 시행됐다. 운전면허 취득에 드는 시간‧금전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간소화 이후 장내기능시험과 도로 주행 시험에서 각각 4개 항목이 폐지됐으며, 교통안전교육도 기존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

또 2011년 6월에는 장내기능시험 중 비교적 어려웠던 T자, S자 등의 시험 항목이 제외되고 핸들 브레이크 조작, 차로 준수 등 상대적으로 쉬운 내용으로만 평가받게 됐다.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 정책은 소비자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지만, 교통사고율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경력운전자 대비 초보운전자의 사고율은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전 1.7배 수준에서 간소화 이후인 2015년 2.1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 출처=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사고율 증가는 결국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때문에 사고증가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많아질 경우 손해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손해율 상승은 자동차 보험 상품의 적자를  불러오는데, 일반적으로는 손해율 77%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손보사 차보험 손해율 추이를 살펴보면 지속 증가해왔다.

손보사 전체 차보험 손해율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 75.2%였던 차보험 손해율은 2011년 82.3%, 2012년 84%, 2013년 86%, 2014년 88.8%, 2015년 88.2%, 2016년 82.1%를 기록했다. 차보험 간소화 이후 적정손해율 77%를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시험이 어려워진 올해는 손해율이 80%로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사고율 감소’ 손해율 하락과 밀접한 연관

물론 차보험 손해율 하락은 금융당국의 보험 가격 산정 자율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보험 가격 자율화를 골자로 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손보사들은 자동차·실손 보험료를 대거 인상하면서 손해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기본적으로 사고율 감소가 차보험 손해율 감소에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초보운전 교통사고율이 차보험 손해율 전체에 끼친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다만 특정영역에서 2배 가까이 사고율이 하락하게 되면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겨울에는 폭설 피해가 적어 손해율에 미치는 계절적 요인이 적었다”며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손해율 안정화와 더불어 운전면허시험 강화는 차보험 손해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