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직장생활 6년차인 김문규(35세)씨가 ‘삶의 낙’ 중 하나로 꼽는 게 바로 ‘커피’다. 쌉싸름한 커피 한 잔으로 카페인을 보충하면, 숨 막히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피곤함을 잊을 수 있고 업무에도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1000원대 저가 커피까지 쉽게 마실 수 있는 시대라 ‘가성비 대비, 최고의 힐링’이라는 게 김 씨의 이야기다. 출근 후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 4시쯤 졸리면 또 한 잔까지,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법 한 커피 마시는 패턴이다. 결국, 하루에 평균 3-4잔은 기본으로 마시게 된다는 김 씨는 저가 커피에서 독특한 이름의 프리미엄 커피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편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최소 1잔에서 2잔 정도는 매일 커피를 마신다는 이야기로, 이제는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게 익숙한 시대가 왔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커피숍 개수는 10만개로, 편의점(5만4000개)보다 2배가 많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약 9조원으로,  3조원대 초반이던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를 잔수로 계산하면 250억5000만 잔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규모가 큰 커피믹스가 132억1000만 잔으로 가장 많았고, 캔커피 등 각종 커피음료 37억9000만 잔, 원두커피 36억4000만 잔, 인스턴트 커피 31억6000만 잔, 인스턴트 원두커피 12억5000만 잔 등이다. 특히, 잔당 단가가 비싼 원두커피 시장이 확산되면서 팔린 잔수보다 시장규모 폭이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포화상태라는 지적 역시 계속 이어져왔다. 술 장사 다음으로 잘되는 업종이 커피 장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큰 인기였지만, 이미 비슷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즐비하고 원두커피를 파는 편의점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또 커피 트렌드 역시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장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각자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성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메뉴 세분화로 트렌드 주도  

최근 들어 커피전문점에서 ‘콜드브루’, ‘롱아일랜드’, ‘니트로(질소커피)’ 등 커피 메뉴를 세분화해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빽다방`을 필두로 편의점까지 가세한 1000원대 저가 커피에 대응하기 위해, 원두커피의 고품질화와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콜드브루에 이어 올해는 ‘니트로(질소) 커피’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질소 커피는 콜드브루에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커피로, 질소가 액체에 닿으면 ‘서징(surging) 효과’가 일어나 미세하고 풍부한 거품이 발생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커피 본연의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에 커피전문점 업계가 경쟁적으로 질소커피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 브랜드 스타벅스까지 가세하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달 콜드 브루에 질소를 넣는 정통 방식의 나이트로 콜드 브루(질소 커피)를 새롭게 선보였다. 스타벅스의 나이트로 콜드 브루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나이트로 커피 전용 머신을 통해서 정통 방식으로 콜드 브루에 질소를 주입한 후, 바리스타가 전용 머신 탭에서 직접 뽑아서 얼음 없이 최적의 온도로 음료를 제공한다. 

출처: 스타벅스코리아

앞서 처음으로 질소 커피를 선보인 브랜드는 투썸플레이스다. 2015년 1월 포스코사거리점에서 출시한 이후 현재 200여개 매장에서 질소커피를 판매중이다. 투썸플레이스 측에 따르면 지난해 니트로 콜드브루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앞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최근 ‘니트로 콜드브루 라떼’ 2종을 추가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디야커피에서 선보인 ‘이디야 리얼 니트로’는 출시 20일 만에 20만잔 판매를 돌파하는 등 하루 평균 약 1만잔 가량이 판매되는 효자 메뉴로 등극했다.

이디야는 리얼 니트로의 인기 요인으로는 ‘새로운 맛’과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한다. 니트로커피는 고가 장비와 기기로 인해 한 잔 당 5000~6000원 대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커피로 인식되어 있지만, 이디야커피는 다른 브랜드 대비 30~40% 저렴한 3900원에 니트로커피를 선보이며 가성비를 높였다는 평가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168시간 저온숙성한 니트로 원액에 저렴한 비용으로 질소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선보인 커피”라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판매량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커피전문점 매출 역시 꾸준히 상승 추세다.

업계 1위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조28억원 판매를 올려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1조원 돌파했다. 이는 2015년 매출 7739억원보다는 29.6%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전년보다 81.2% 증가했다.

커피전문점 중에서 ‘저가 커피’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성장을 거듭한 브랜드로는 이디야를 꼽을 수 있다. 이디야커피의 지난해 매출은 1535억원으로 2015년 1355억원 대비 13.2% 올랐다. 이디야커피는 복합커피문화공간이자 커피연구소인 ‘이디야커피랩(EDIYA COFFEE LAB)을 열고 R&D역량을 강화하는 등 질적 성장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계속된 신메뉴 출시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표 1000원 커피...효자 품목으로

편의점 5만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최근 2~3년 사이 편의점 빅3 모두 원두커피를 판매하기 시작, 커피 구입처의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 편리한 접근성과 가성비가 높다는 이유로 편의점 커피는 도시락 만큼이나 업계 효자 품목으로 우뚝 섰다. 

실제로 GS25에서 2015년 12월 선보인 원두커피 브랜드 Cafe25(이하 카페25)의 지난 3개월(1월~3월)간 매출은 지난해와 대비해 341.6% 늘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누적판매량 3790만잔, 하루 평균 판매량은 11만잔이다. 

이처럼 원투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자 이달부터 카페25에서는 아이스카페라떼와 아이스코코넛라떼를 새로운 메뉴로 내놓는 등 계속 늘어나는 커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GS25 관계자는 “현재 전국 4700여 점포에서 판매하는 카페25를 연말까지 8000점포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세븐카페’는 2015년 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2900만 잔의 커피를 팔았다. 작년에 편의점 커피는 판매 부동의 1위 바나나우유를 제치고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작년 11월 서울 중구 회현동에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콘센트 배치로 충전까지 가능한 ‘카페형 매장’을 내놨다. 1층은 일반 편의점이고, 2층에는 세븐 카페 존을 별도로 구성해 일반 커피전문점과 다를 바 없는 공간을 마련해 고객 수요를 더욱 늘리고 있다.

편의점 CU는 날씨가 풀리면서 편의점 아이스커피를 찾는 고객이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커피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실제로 CU의 지난해 3~8월 음료 카테고리 내 커피 매출은 21%로 한해 전 16%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음료(11%), 생수(7%)와 비교해 2~3배 가량 높은 매출이다. 아이스파우치 음료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0% 증가했는데 이 중 70%를 커피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메리카노 스위트’, ‘블랙 아메리카노’, ‘헤이즐넛향 커피’ 등 올해 하절기 시즌 출시되는 14종의 음료 상품 중 70% 이상을 커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PB음료인 ‘델라페 커피’는 커피 추출액 함유량을 기존 20~30%에서 50%로 늘렸다. CU의 ‘겟 커피’ 특유의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또 콜드브루 커피를 파우치 형태로 출시하며 차별화했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다양한 고객 기호에 맞춰 전문점 못지 않은 차별화된 음료로 시원한 여름맞이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후발주자인 이마트 위드미 역시 커피존을 마련했다. 현재 총 4종의 싱글오리진 드립커피를 500~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최초로 라떼아트존을 마련해 마시는 재미를 더한 점이 눈에 띈다. 라떼아트 기계를 활용해 소비자가 휴대폰을 통해 전송한 사진이나 글귀를 라떼 표면에 구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커피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지만, 커피를 마시는 게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면서 관련 규모는 계속해서 유지와 상승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커피 전문점은 물론, 편의점 등이 가세한 저가 커피 시장까지 다양화를 이루면서 각 유통 채널에서는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 선도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