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예약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으로 얼어붙은 현장 대리점 업계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갤럭시S8은 갤럭시노트7이 놓친 '최강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왕관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인가? 현 상황으로는 매우 고무적이다. 나아가 갤럭시S8이 가져온 8개의 나비효과를 살펴보자.

▲ 갤럭시S8 살펴보는 사람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팔리는 속도...대박폰 기준이 변하다]

갤럭시S8의 무시무시한 예약판매 속도가 눈길을 끈다. 집계가 나온 7일부터 8일까지 예약판매 물량이 무려 55만대에 달한다. 이런 분위기면 7일만에 물량 100만대를 돌파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참고로 지난해 상반기 라인업인 갤럭시S7의 경우 첫 이틀 동안 10만대의 물량이 소진되었으며,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은 동기간 20만대를 기록했다.

갤럭시S8의 엄청난 판매속도로 '대박폰 고정관념'이 변하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이 기록한 예약판매 물량을 크게 상회하며 진짜 대박폰의 정의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약판매 기간 첫 이틀 기준으로 10만대의 물량을 소화하면 초대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 그 기준이 변해야 할 것 같다"며 "갤럭시S8이 진짜 대박폰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출시 전 불법 보조금?]

갤럭시S8이 잠시 주춤했던 불법 보조금의 '야성'을 깨우고 있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수십만원의 페이백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서울 주요 지역의 갤럭시S8 예약판매 현장을 살펴본 결과, 일부에서 불법 페이백이 기승을 부리는 것을 확인했다. 최대 30만원의 페이백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으며 번호이동의 경우 더욱 높은 불법 보조금이 책정되어 있는 지점도 감지됐다. 심지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표인봉(페이백을 가리키는 은어)이라는 단어까지 올라왔다.

불법 페이백의 근원지는 통신사다. 통신사가 판매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일부가 페이백의 형태로 갤럭시S8에 적용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보이고 있다.

이번 페이백, 즉 불법 보조금의 경우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원래 불법 보조금은 스마트폰이 출시된 후 통신사가 물량 소진을 일정정도 파악한 후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갤럭시S8의 경우 아직 출시가 아닌 예약판매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갤럭시S8의 인기가 그 만큼 높다는 뜻이다. 여의도 대리점 관계자는 "갤럭시S8의 정식 보조금 규모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그 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 갤럭시S8 전면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프리미엄의 가치가 '완전히' 변하다]

갤럭시S8의 등장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치가 '완전히' 변했다.

사실 지난해까지 소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치는 강력한 기능에 화려한 하드웨어 폼팩터 기술로 수렴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등장한 것이 LG전자의 LG G5다. 프리미엄 라인업에 모듈식 스마트폰 방식을 탑재해 일종의 혁명적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에 파격적인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화를 시도하는 방식을 버리고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에 집중했다. 방수 및 방진 기능과 프리미엄 폼팩터의 기본적인 사양 고도화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혁신적이고 화려한 스마트폰 기능은 줄이고 '왜 갤럭시 스마트폰이 고가여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찾았다.

이러한 흐름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 바로 갤럭시S8이다. 갤럭시S8의 경우 갤럭시노트4에서 시작된 엣지 디스플레이의 기능적 강점을 제화하는 선에서 프리미엄 본연의 가치를 확실하게 잡아낸 스마트폰으로 여겨진다. 이제 화려하고 독특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시대가 아니라, 중후하고 안정적인 폼팩터를 유지하는 스마트폰이 프리미엄의 대세로 완전히 굳어지고 있다.

▲ 갤럭시S8 디스플레이 해상도 비교. 출처=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전쟁]

LG G6가 풀비전이라는 이름으로 18:9 화면비를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통해 인피니티 18.5:9 화면비를 완전히 시장에 안착시키고 있다. 특히 HDR까지 지원하는 세로 중심의 디스플레이는 갤럭시S8을 기점으로 한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갤럭시S8, 부품주 '방긋']

갤럭시S8의 대박 예감에 부품주들도 미소를 머금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의 경우 통신모듈 및 카메라모듈 등을 갤럭시S8에 제공하고 있어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물론 LG전자에도 렌즈를 수급하고 있는 세코닉스와 해성옵틱스도 훈풍을 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문인식모듈의 파트론, 엠씨넥스, 부자재의 유아이엘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전성시대 열린다]

갤럭시S8에 탑재된 인공지능 빅스비가 눈길을 끈다. 아직 인터페이스 이상의 기능성을 보여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언어 습득적 측면에서 날카로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빅스비는 현재 영어와 한국어만 지원되는 상태다. 하지만 올해 4분기 독일어가 추가될 전망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언어 습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갤럭시S8이 예상을 넘는 막강한 초반화력을 과시하는 가운데, 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중심의 인공지능 시장이 만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 G6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고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은 아이폰8을 통해 시리의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서 갤럭시S8의 빅스비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갤럭시S8에서 구동되는 인공지능 빅스비.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모바일 혁명, B2B로 간다]

갤럭시S8의 등장과 함께 눈길을 끄는 아이템이 바로 삼성 덱스다. 덱스는 스마트폰을 PC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기능을 작동시키면 모니터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윈도 시리즈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덱스의 등장은 B2B적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이다. 이제 스마트폰과 덱스만 있으면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 워크 환경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PC를 모두 걷어내고 갤럭시S8과 덱스만 제공해도 업무에는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11일 한글과컴퓨터는 추후 미국에서 출시되는 갤럭시S8에 자사 스마트폰 전용 오피스인 '한컴오피스 S'를 기본적으로 탑재한다고 밝혔다. 뷰어와 에디터 기능이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파일도 읽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덱스를 통해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의 오피스 제품이 세계화의 초입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 역시 스마트워크, 즉 B2B적 관점에서 새로운 모바일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갤럭시S8의 단면이다.

▲ 갤럭시S8과 함께 등장한 삼성덱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프리미엄 대표 브랜드, 누가?]

전통적으로 애플은 아이폰 단일모델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여겨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 모두를 가져가는 일종의 '물량왕'으로 여겨졌다.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엄연히 프리미엄 라인업이지만 중저가 라인업의 시장 점유율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갤럭시S8을 통해 삼성전자는 중저가 시장의 점유율을 넘어, 프리미엄 단일 시장에서 애플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물론 오는 가을 아이폰8의 스펙을 봐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갤럭시S8의 초반 분위기는 단숨에 프리미엄 단일 시장에서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분위기다. 나아가 삼성패스 등을 통한 모바일 핀테크 시장이 갤럭시S8을 통해 성공할 경우, 스마트폰 시장 패권 전체가 완전히 삼성전자로 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