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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의 혁신경영 ABC] 압축혁신, 저성장기 혁신의 돌파구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  |  jayriss@vcomm.co.kr  |  승인 2017.04.19  06:59:28
   

최근 물류전문회사인 A사에서 컨설팅 요청이 왔다. 그동안 특화된 영역 내에서 물류전문회사로 전문역량을 강화하며 내실 위주의 성장을 지속해 왔던 A사는, 최근 전후방 영역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공격적인 수익성 확보전략을 실행 중이다. 요청한 컨설팅 내용은 실행 중인 전략의 전개방향을 재평가하고 추진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략의 성공을 위한 보완사항, 수정사항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A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신규사업의 전개,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을 지향한 전략을 실행하면서 추진상의 실행력 강화 또는 예상되는 문제점의 사전 발굴과 대비책 수립 등 전략성공을 위한 장애요인의 사전 제거와 핵심 성공요인의 강화를 위한 컨설팅을 요청하고 있다. 전략수립이 아니라 전략의 실행과정에 대한 컨설팅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처해 있는 현재의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당장 2017년만 해도 2%대의 경제성장률이 전망되고 있고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저성장체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더구나 국내외 정치환경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극대화된 상태다. 기존의 순진한 시장전망으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며, 무언가 미래를 보장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롭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우리는 ‘혁신’이라고 표현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경영환경은 이제껏 불러왔던 혁신이라는 단어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혁신을 혁신해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미래의 경쟁력 결정요소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공적인 혁신성과는 시장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의 창조여야만 한다. ‘창조적 혁신’이 아니라 혁신 자체가 창조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혁신활동의 딜레마가 있다. 닥쳐온 경쟁여건 속에서 시급한 혁신성과의 창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창조는 혁신의 시작이 아니라 혁신역량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혁신활동은 개선, 개조, 개발로 이어지는 진화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개선이란 현재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개선활동을 위해서는 일의 목적과 바람직한 결과를 예측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비효율을 찾고,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개선이 반복되면 개조가 이루어진다. 개조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기능이나 가치 이외에 다른 기능과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설비, 공정, 프로세스 등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역량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설비, 공정, 프로세스의 본질적 기능과 이를 통해 창조되는 일의 궁극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개조의 반복은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일의 목적과 이를 실현하는 다양한 프로세스, 설비, 공정, 제품, 시장의 연계성과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새로운 가치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창조의 역량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기업들의 현장에는 개선, 개조단계를 넘어설 수 있는 혁신역량과 왕성한 실행력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 ‘70년대 ‘공장새마을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QC활동 이후 우리 기업의 혁신활동은 설비관리활동인 TPM, 품질혁신활동인 6시그마 등 선진기업에서 사례화된 혁신기법을 모방 도입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혁신의 속도와 양’을 추구하면서, 혁신의 본질인 구성원들의 혁신역량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역량은 군대의 전투력과 같은 것이다. 전투력은 결코 승리를 통해서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피 흘리며 쓰러지기도 하고, 부상을 당하며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고 패배를 극복하면서 그렇게 강해지는 것이 전투력이고 혁신역량이다.

지금 우리 기업에 필요한 혁신은 더 이상 모방을 통해 얻어질 수 없는 창조영역의 문제다. 창조영역의 혁신은 성공적인 사례나 혁신방법론, 잘 정리된 기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지속적인 개선, 개조 활동을 통해 얻어진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하고 왕성한 혁신역량의 실천 결과물이고, 강한 실행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업 고유의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요인과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극복하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조차 반드시 더 나은 방식이 있다고 믿고 이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 구성원들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과 문제를 찾고 분석하는 ‘잘 훈련된 사람’이 필요하고, 조직 내부에는 이러한 도전과 시도를 기꺼이 허락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고 시급한 혁신의 성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창조를 위한 혁신의 핵심 요체가 결국 그 기업의 구성원이고 사람인 이상, 혁신역량의 진화단계를 건너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혁신역량의 진화단계를 압축통과하는 것뿐이다.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장의 혁신 실행력이다.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더 나은 방식’을 찾아가는 개선, 개조의 혁신단계를 압축 실행하고, 혁신 리더와 경영자들은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기꺼이 허락하고, 수용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결코 늦지 않았다. 그리고 결코 에둘러 가는 길도 아니다. 제대로 된 혁신 기반을 완성하고 미래가치의 지속적인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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