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는 6일 도청에서 시장 상인, 기초생활수급자, 주부 등 생계형 채무자 413명의 빚 50억 원을 태우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로써 생계형 채무자 빚 50억원이 탕감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전라남도지사, 임명규 도의회 의장, 유종일 주빌리은행장, 채권을 기부한 전남지역 13개 신협과 새마을금고 이사장, 사회단체,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 전남도청에서 채권을 소각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자료=주빌리 은행 제공

이번에 소각한 채무는 원금 1천만 원 이하의 생계형 소액채무다. 대부분 파산, 실직, 질병 등의 사유로 더 이상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의 채무다.

소각한 50억 원의 채권은 전남지역 신협과 새마을금고에서 기부한 채권으로 1인당 평균 채무 원금은 560만원, 이자는 653만원이다.

이날 행사를 위해 주빌리 은행은 전라남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채권을 기부받아 소각하는 일련의 실무를 맡았다.

백미옥 주빌리은행 사무국장은 “형식적으로 채권을 기부받는다는 것은 채권 양도, 양수의 민법상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이 같은 실무적 절차가 완료 되어야 비로소 채무의 탕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채권의 양도, 양수는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 채권의 양도계약서 작성해서 각 채무자에게 일일이 통지서를 보내는 것이 주빌리은행의 주 업무다.

이날 행사를 위해 전남금융복지센터는 전라남도로부터 위탁을 받아 도내 신협과 새마을금고로부터 채권 매입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전라남도는 그동안 서민들의 생계형 빚에 대한 이자를 줄이는 시책을 추진해 왔고, 이번에 처음으로 원금까지 소각하는 일을 시작했다”며 “도덕적 해이가 없는 범위 내에서 1년에 2회 정도 빚 소각을 지속해서 확대 추진할 계획이므로 각급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채권을 소각한다’는 의미는 ‘채무자에게 돈 받을 권리를 태운다’는 것이다.

주빌리 은행은 장기 소액채권을 다량으로 확보하여 소각해왔다.

▲ 주빌리 은행관계자들이 '빛탕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채권을 소각하는 장면, 자료=주빌리 은행제공

은행은 대출받은 고객이 연체를 하게 되면 회수를 위해 추심을 한다.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도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은행은 채권을 최초 대출금 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부업체에 팔아버린다. 채권을 매수한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추심 후 회수되지 않으면 다시 판다. 이번엔 채권이 값어치가 더 싸진다.

주빌리 은행은 시중에 이렇게 유통되는 채권을 싼값으로 매입한다. 채권을 기부형식으로 받기도 한다. 주빌리 은행은 이렇게 확보한 채권을 태우는 것이다. 채권 매입을 위한 재원은 후원받는다.

백 국장은 “채권이 오래되어 시효가 완성된 것과 소액의 채권일수록 싼값에 더 많은 채권의 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시효가 남아 있어 채권추심이 가능한 채권은 많은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백 국장은 설명했다.

주빌리 은행에서 확보하는 채권 중에는 IMF 때 발생한 채권도 있다. 그만큼 오래된 채권이 유통된다. 채권은 10년이 넘도록 유통된다. 그 사이 채무자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젠 채권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백 국장은 “5년이라는 채권시효가 있기는 하지만, 채권의 시효는 대체로 연장된다”며 “채권자는 이런 효용성 없는 채권을 가지고 행사 가능한 추심방법이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빌리 은행은 채권을 소각하는 행위를 통해 ‘채권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채무자는 언제라도 채권추심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지낸다. 경제생활은 가능하지 않고 삶은 여전히 피폐해 진다. 주빌리 은행이 채권을 확보해서 소각하는 이유다.

주빌리 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면 채권자는 이제 주빌리 은행이 된다. 주빌리 은행은 추심 등 채권행사를 하지 않는다. 확보한 채권의 서류는 모두 파쇄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채무자에게 채무가 탕감 된 사실을 안내하기 위한 절차다.

▲ 주빌리 은행이 확보한 채권서류를 파쇄하고 있다. 자료=주빌리 은행 제공

백 국장은 주빌리 은행에서 매입하여 탕감한 채무에 대해, 채무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랜된 채권이고 채무자의 소재지가 불명확하여 안내문 발송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채무자는 주빌리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채무가 탕감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채권을 태우는 것은 일종에 퍼포먼스로서 ‘채권을 행사하지 않고 탕감한다’것에 또 다른 표현이다.

백 국장은 “채권의 소각은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채무탕감이라는 상징성을 가지는 사회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소각을 통해 채무탕감을 추진하는 어떤 지자체라도 환영하고 업무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주빌리은행은 전주시와 성남시 등 지자체와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생계형 채무자의 채무를 탕감해왔다.

앞서 지난 해 12월 주빌리 은행은 전주시와 연계하여 전주시 생계형 채무자 46명, 8억4600만원의 채권을 소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