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작가의 화면은 연체동물처럼 생긴 형태와 꿈틀거리는 선, 덩어리를 지니며 단호한 질량으로 매달린 물질로서의 안료, 그리고 튕겨진 물감 자욱 등으로 얼룩져 있다. 색채는 검정과 짙은 밤색, 옻 색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바탕화면인 삼베천의 색감과 어울려 깊고 차분한 분의기를 흡사 수묵의 느낌마냥 부풀려 준다.

 

 

 

그것은 어쩌면 혼돈과 생성으로서의 대지, 자연을 닮아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땅의 풍경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다양한 재료를 동원해 그녀가 보여주는 이 분위기, 느낌, 호흡과 활력을 지닌 세계는 동양의 산수화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수많은 상념과 기억과 감정의 흐름이 무쌍한 의식과 내면의 초상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세계와 지극히 주관적인 마음의 결들을 혼합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보는 이의 시선과 감정에 동요와 생기를 불러일으키면서 말을 건네는 이 그림은 자연과 의식이 혼재한 풍경에 다름 아니라는 얘기다. △글=박영택(미술비평, 경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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