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샤오미에 대한 평가는 강한 '호불호'로 나타난다. `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하며 대륙을 호령하는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제 비보 및 오포, 화웨이에 밀려 추락하는 카피캣`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 이상의 인사이트와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냉정하게 본다면 앞 대목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샤오미는 전성기이던 지난 2014년 743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매출 135% 증가라는 무시무시한 발전속도를 보여줬으나 2015년에는 매출이 780억위안에 그치며 크게 주춤하고 있다. 2016년에는 스마트폰 1억대 판매를 공언했으나 실제 판매량은 6000만대 수준에 머무르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톱5에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시장의 평가에 입각한 것으로, 생태계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스마트폰 실적만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논리는 곧 '샤오미의 게임은 이제 시작됐다'는 지적 배경을 깔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시작하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출하량 기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가 17.8%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로 떨어지고 애플이 17.8%를 기록,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올랐다.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상태에서 아이폰7이 나름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순위는 갤럭시S8의 등장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상반기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점유율에서 더 주목해야할 지점은 1, 2위간 싸움과 3, 4, 5위의 약진, 그 외 업체들의 하락세다. 일단 1, 2위의 싸움은 삼성전자와 애플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시장의 추이를 살피는 것이고, 그 외 톱5에 이름을 올린 화웨이(10.3%), 오포(7.1%), 비보(5.4%)는 꾸준히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1위와 2위가 치열한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동안 3위부터 5위 사업자를 중국 기업이 메우며 물량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비보는 다소 주춤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3, 4, 5위들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6위에 이름을 올린 샤오미의 행보다. 지난해 4분기 3.9%를 기록했으나 하락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 위기론의 핵심은 샤오미 스마트폰의 종말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사라지고 있는 샤오미 위기론은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샤오미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힘을 잃어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이어 떠오르는 신흥시장으로 여겨지는 인도에서 샤오미의 강렬한 존재감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스마트폰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25.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에 이름을 올린 샤오미는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샤오미가 현지의 강자 마이크로맥스를 밀어내고 전년도 3% 점유율에서 단 1년 만에 8%p 신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도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존재감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에 공장도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 2015년 폭스콘과 연합해 현지에 공장을 건설한 상태에서 최근 50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을 인도 스리시에 건설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이 공장에서 '1초에 1대 스마트폰'을 제작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샤오미는 홍미3s와 홍미노트4, 미맥스, 미5 등 4개 라인업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5를 제외하고 모든 라인업은 인도에서 제작하고 있다. 기세는 상당하다. 인도에서 출시된 홍미노트4의 경우 단 4분만에 25만대를 팔아치우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지난해 홍미노트3는 모두 360만대가 팔렸다. 머지않아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도에 3번째 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샤오미는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5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마트폰 브랜드로 샤오미가 26%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으며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12%에 그쳤다.

샤오미는 인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까지 넘보고 있다. 지난 2월 샤오미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해 현지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인도에서는 폭스콘과 협력했으나 인도네시아에서는 티에스엠 테크놀로지(TSM Technologies)와 같은 현지 기업과 협력할 것으로 밝혔다.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암시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샤오미 스마트폰이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시장을 바탕으로 선진시장으로 조금씩 뻗어갈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철저한 현지화 정책과 더불어 기존 '온라인 온리 전략'을 수정해 강력한 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나선 지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지난 1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샤오미 플래그십 스토어를 54개에서 올해 200개까지 확대하고, 3년내 1000개까지 개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국내의 경우 샤오미는 총판계약의 형태로 진출했다. 다만 주력인 스마트폰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으나 최근 미믹스가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이 알려져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프리미엄 라인업이며 6.4인치 디스플레이, 6GB램과 256GB 내장 메모리를 제공한다. 가격은 79만9000원이다. 다만 미맥스의 경우 시간이 지난 프리미엄 라인업이며, 갤럭시S8 및 LG G6와의 경쟁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외산폰은 아이폰이 유일하다.

▲ 샤오미가 최초로 제작하는 모바일 AP 서지 S1 이미지. 출처=샤오미

생태계 전략

스마트폰 자체의 여지가 충분한 상태에서, 샤오미는 미유아이 운영체제도 꾸준하게 키우며 나름의 생태계 전략에도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 및 새로운 소매업, 글로벌, 인공지능, 인터넷 금융 등 5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강화시키는 로드맵이다.

여기에서 샤오미의 자체 AP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드네임 파인콘(Pinecone)으로 알려졌던 샤오미의 자체 AP는 서지(Surge) S1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월 공개됐다. 다탕 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리드코어 테크놀로지로부터 거금을 들여 기술을 구매해 샤오미 자회사인 베이징 파인콘 일렉트로닉스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서지 S1은 프리미엄 전용이 아닌, 중저가 전용이지만 추후 프리미엄 전용 모바일 AP를 제작할 것이라는 루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샤오미는 왜 자체 모바일 AP를 제작하는 것일까? 화웨이가 P 시리즈에 자체 제작한 기린960 모바일 AP를 탑재한 것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야심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샤오미의 서지 S1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박리다매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한 수직계열화를 노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단서는 샤오미의 생태계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 샤오미는 하드웨어가 중심이 아닌 소프트웨어 미유아이를 중심으로 설정한 회사다. 레이쥔 CEO 스스로 샤오미를 설립할 당시 "우리는 스마트폰 회사가 아니다"고 강조한 것처럼, 샤오미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자사의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일종의 매개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샤오미가 공기청정기 및 자전거, 웨어러블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만물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봐야 한다. 이들 기기에는 모드 샤오미의 자체 운영체제인 미유아이가 탑재되며, 하드웨어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샤오미의 생태계로 진입한다. 넓게 보면 지난해 6월 29.5% 지분을 투자한 시왕은행이 설립 인가를 받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입하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샤오미는 하드웨어 기기를 통해 사람들을 자사 미유아이 생태계로 끌어들인 후 이를 '활용하는 생태계'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아마존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성하며 알렉사와 대시 등을 통해 '아마존 월드'를 조성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샤오미는 모바일 AP, 즉 스마트폰의 두뇌를 직접 제작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생태계 전반을 확실하게 틀어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칩 제조회사인 인텔이 프로젝트 얼로이를 통해 하드웨어 제품군에 진출하며 자사 칩 생태계를 동시에 확장시키는 전략과 결을 함께 한다.

물론 샤오미의 이러한 청사진이 예상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재정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태에서 인도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경쟁력 전반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당장의 수익성 문제도 크다. 최근 위험에서 벗어났으나 한 때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중국 러에코의 사례가 재연될 수도 있다.

▲ 최근 샤오미를 떠난 휴고 바라 전 부사장. 출처=위키미디어

샤오미의 글로벌 담당 부사장인 휴고 바라가 떠난 점은 의미가 크다. 그는 샤오미의 글로벌 전략을 담당했으며 인도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샤오미 사업의 핵심으로 활동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셋톱박스를 출시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거둔 상태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별다른 말 없이 샤오미를 떠난 그를 두고 "플랫폼 및 글로벌 시장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 떠났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샤오미를 이해하려면 스마트폰 이상의 생태계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레이쥔 CEO는 공식석상에서 "우리는 애플이 아닌, 코스트코"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를 국내 언론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닌, 코스트코 수익모델처럼 박리다매 기업을 추구하겠다'는 메시지로 읽었지만, 그 이면에는 전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샤오미는 회원제로 운영되어 거대한 판을 구동시키는 코스트코의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비전이다. 실패할까, 성공할까.

분명한 것은 샤오미 생태계 전략의 지향점이 스마트폰 그 너머에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