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해양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사의 파산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국내 조선 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드릴사가 파산할 경우 이 곳에서 드릴십을 발주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큰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황 악화···주가 반토막난 시드릴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오슬로 증시에서 시드릴 주가는 지난 4월4일(현지시간) 채무조정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38% 이상 급락했다. 시드릴은 64기의 시추선을 소유·운영하고 있는 세계 2위 규모 시추선사다. 5일에는 주가가 54% 폭락했고, 뉴욕 증시에서도 시드릴 주가는 반토막났다.

시드릴은 수년간 지속된 해양시추 업황 악화로 인해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채권단과 채무 만기 연장 등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4월 도래하는 채권 만기일을 7월로 연기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시드릴사에 각각 드릴십 2척씩을 발주해둔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발주한 2척의 드릴쉽(척당 5억2000달러)을 건조완료 했으나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수금율은 30%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2013년 드릴십 2척을 약 11억달러에 수주했다. 2018년 2분기와 2019년 1분기로 납기일을 미루기로 합의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악의 경우 시드릴사가 파산한다면 업황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체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정 수준 선수금을 받았고, 보유한 선박은 시장에서 (선수금을 제외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된다는 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올해 잡혀있는 자금 스케줄도 없어 해당 수주에 따른 유동성 위기도 없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선주사가 망한다 해도 선수금을 일부 받아놓은 상태고, 이를 제외한 금액에 선박을 매각하면 되니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에서 선박이 팔릴 수 있는지 여부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상위 5개 시추선사의 드릴쉽 가동율은 70% 수준(200척 중 140척)인데, 2017년~2018년 용선만료되는 시추선이 60척 수준으로 향후 드릴쉽 가동율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업황 부진을 지적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향후 드릴십을 재매각 시장에서 판매할 때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국내 조선 업계에 미칠 영향이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상당히 높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드릴의 오너는 ‘선박왕’으로 이름 높은 존 프레드릭슨 회장이다.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사람인데, 이 사람이 시드릴을 파산하게 둘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못박았다.

시드릴의 파산 확률이 희박한 만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게 될 상황 자체가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존 프레드릭슨 회장은 최근 노던드릴링이라는 시추설비 투자회사를 만들어 장비를 매입하는 등 시드릴의 파산을 막기 위해 직접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존 프레드릭슨 회장을 언급하며 “파산 우려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파산한다고 해도) 업황 부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기 부적절해 보인다. 시장에 플레이어가 있고 각자 처한 상황과 투자 전략이 다른데 선박이 전혀 안 팔리지는 않는다”며 “앞서 리세일 사례가 상당히 많고, 조건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드릴십 처분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