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하고 있어." 밤 11시를 훌쩍 넘은 시간, 미디어 해커톤 대회 ‘서울 에디터스랩’에 출전 중인 친구가 답장을 보냈다. 지난달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첫 미디어 해커톤 대회가 열렸다. 글로벌 해커톤 ‘GEN 에디터스랩’의 한국 예선이다.

주황색 후드티를 입은 20여 팀이 경쟁을 시작했다. 기자, 개발자, 디자이너 세 명으로 구성된 언론사 및 스타트업 소속팀들이다. 직접 뛰어들어보진 못했지만, 미디어 해커톤 대회를 곁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건 신선한 자극이었다.

참가 팀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마음을 뺏겼다. 우승팀은 20대의 언어로 정치용어를 해설해주는 사전 서비스를 개발했다. 어떤 팀은 ‘정책 쇼핑몰’을 내놨다. 후보자의 정책에 드는 비용을 물건을 구매하듯 돈을 지급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방식이다.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을 구현하려면 다른 정책은 포기해야 한다. 캐시슬라이드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서비스를 제안한 팀도 있었다.

반짝이는 프로젝트 20개가 동시에 탄생했다. 모두 독자에게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제한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 결과물을 내는 대회다.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1주일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해커톤의 목적은 우승이 아니다. 신기술 개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 개발 및 아이디어 구현에 있다.

우리에게 ‘미디어’ 해커톤은 익숙지 않다. 이런 이벤트가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고 또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간절한 탓이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공론화된 지 10년, 어떤 모델이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실험들은 중요하다. 협업의 힘이 발휘되는 이런 대회는 더욱 매력적이다. 편집국 소속 기자와 비편집국 소속 개발자 및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 이제까지 보지 못한 그림을 구상해야 한다.

해커톤에 참가했던 친구는 '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가슴에 품게 됐다고 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나는 새 미디어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지만,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경각심도 가지게 됐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꼭 참가해보고 싶다. 한 번쯤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해본 이들이 늘어나야 비로소 뉴스룸은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