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네트웍스 명동사옥 전경 / 출처 = SK네트웍스

무역회사다. 휴대폰/ICT 판매회사다. 석유제품 판매회사다. 토탈(Total) 자동차 서비스 회사다. 최고 호텔이다. 렌탈·가전 전문회사다. SK네트웍스가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자사의 특징이다.

국내 대표 종합상사 기업 SK네트웍스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비즈니스가 상사, 에너지마케팅, 정보통신 등에 국한됐다면, 자동차·가전제품 렌탈 사업에 힘을 쏟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골자다.

동양매직 인수, SK네트웍스를 바꾸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상사부문이 구축해놓은 영업망을 활용해 자동차·가전 렌탈 사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신원 회장이 전사적 차원에서 사업 구조를 탄탄하게 다지기로 마음먹은 뒤 벌어진 일이다. 올해 경영방침도 ‘딥 체인지(Deep Change)’로 정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동양매직 인수였다. 지난해 SK매직(동양매직)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렌탈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식기세척기(62%), 직수형정수기(42%), 가스레인지(39%) 등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부터는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공유경제가 핵심가치로 떠오른 만큼 자동차 렌탈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SK네트웍스가 기존 운영하던 주유소 사업이 정비 서비스로 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전고객에 대한 카라이프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이 확장됐다.

최근 2년간 렌터카 운영대수를 약 4만대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렌터카 시장 ‘부동의 2위’였던 AJ렌터카를 규모 면에서 누르기도 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사업 특성상 중고차 거래가 잦아지기 때문에 관련 사업에도 발을 뻗으며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출처 = SK네트웍스

미래를 위한 결단, SK네트웍스를 움직이다

전사적인 사업구조 개편 뒤에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본다’는 SK네트웍스 경영진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회사를 움직인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 해당 영역에서 우리가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느냐 등 세 가지에 주목했다”며 “렌탈 비즈니스는 공유경제 가치가 증가하며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가전·차 등에 이를 접목해 미래 핵심사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정수기나 가스레인지, 상사의 유통망을 활용한 해외진출, 종합 자동차 서비스 관련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영업망 확충 등 앞으로 사업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성장 가능성 충분… 신성장 동력 확실하다”

시장에서는 SK네트웍스의 이 같은 결단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곳에 시기적절하게 투자를 감행, 확실한 신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네트웍스는) 렌탈 산업의 성장을 고스란히 누릴 업체”라며 “에너지마케팅, 정보통신 및 상사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렌탈 사업을 통해 20%에 이르는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렌탈 수요는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소득을 얻고 있으면서도 소득의 성장률은 낮은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의 결과물이라는 게 손 연구원의 시각이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소득은 선택재에 대한 소비 욕구를 자극하지만, 소득의 성장이 낮아 선택재를 원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구매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에게 렌탈 서비스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SK렌터카 자료사진 / 출처 = SK네트웍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사업구조 개편으로 올해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SK네트웍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샀다.

이 연구원은 “(SK네트웍스는) 지난해 패션사업 매각 및 면세점에서 철수하는 대신 동양매직을 인수했고, 올해의 경우 LPG충전소 사업도 매각했다”며 “이와 같은 사업구조 재편효과로 실적향상에 기틀을 만드는 동시에 인수로 인해 유출된 현금이 사업부문 매각 등으로 다시 유입되면서 향후 인수합병(M&A) 등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를 보고 투자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SK네트웍스의 결단이 향후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게 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