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올해 연구·개발(R&D)에 1조원 이상 투입하기로 계획함에 따라 사업 다각화 속도가 빨라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LG화학의 박진수 부회장은 대전기술연구원에서 연간 R&D 금액을 매년 10% 이상 늘려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4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비에 쏟아붓는 이유는 향후 ‘에너지·물·바이오’와 ‘신소재’ 분야에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다각화가 실제로 수익성에 기여하기까지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력사업 기초소재, 매출 비중 감소…매출비율 60%대까지 하락

최근 LG화학은 배터리 생산 확장에 따라 전지사업부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주력 제품인 기초 소재의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의 주력 제품인 기초 소재 매출액은 수년째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지난해 기초소재 부문 수출은 8조85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94% 증가했지만 4년 전인 2013년 대비 15.16% 감소했다. 아울러 내수 매출도 해마다 감소해 2013년 대비 23%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LG화학의 기초소재 부문 매출액은 14조2816억원으로 4년 전인 2013년 대비 18% 급감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면 전지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3조5616억원으로 같은 기간 38% 증가했고 정보전자 소재의 매출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부터 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재료 값이 떨어지게 돼 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밖에 소재 부문에 관해서는 “SAP(고흡수성수지)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LG화학 측은 기초소재 부문 사업 방향에 관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ABS(고부가합성수지) 위주로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여수공장 내 PS 플라스틱 생산 라인 2개 중 1개 라인을 ABS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인하돼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지만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매출 신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풀이된다.

◇ 기초소재외 사업부문, 영업이익률 마이너스…사업다각화, 수익성에 부정적?

LG화학은 기초소재 매출이 하락하고 있지만, 동시에 매출원가도 감소해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기초소재 영업이익은 1조3320억원으로 7.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매출액 감소와 영업이익 증가가 비율에 반영됨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지난해 LG화학의 기초소재 부문 영업이익률은 14.97%로 7.37포인트 증가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면 기초소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낮아지고 있으며 지난해는 전부 적자전환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지사업부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93억원, 정보전자소재는  마이너스 549억원으로 각각 –1.39%, -2.21%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보전자 소재부문의 LCD 수요가 아직까지는 증가하고 있어 LCD에 들어가는 편광판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 OLED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LG화학은 LCD 업체들로부터 계속해서 단가 압력을 받고 있는데 전방 산업인 TV 수요가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비용을 절감하거나 단가를 더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에서 LCD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로 가고 있기 때문에 OLED 생산 라인으로 변경할 준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지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배터리 생산 인증으로 중국 사업을 중단할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전지 부문 위험 노출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초소재 부문 중 합성고무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 사이 BD(부타디엔) 가격이 상승해 원가부담이 컸지만 가격에 전부 반영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지·정보전자소재·기타 부문에서의 영업이익률 하락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기초 소재 외 사업부문은 아직까지 크게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LG화학의 연구·개발 계획에 따르면 기초소재 부문은 고부가 제품인 신소재를 강화하고 그밖에 에너지·물·바이오 분야에서는 배터리 사업강화, 수처리시설 확대, 바이오 확장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재무제표상 수치로는 영업이익률이 상승하고 있는 기초소재 부문을 더 집중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에 바람직해 보인다. 기초소재 외 다른 사업 부문 확장이 전체 수익성에 변화를 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