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이크쉑 버거. 출처: SPC그룹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황금기를 거친 후 2000년대 들어 웰빙 열풍과 함께 높은 열량에 비해 영양은 풍부하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최근 ‘수제  버거’의 등장에 모처럼 햄버거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 가맹사업자로 등록된 햄버거 브랜드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도 약 30개에 달한다. 이중 2015년부터 토니버거, 버거307, 바스버거, 버거앤프라이즈, 대니버거, 핸인핸버거 등 절반가량이 올해 초까지 생긴 신규 브랜드다. 

우리나라의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2조원 가량 정도.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롯데리아(9870억원)가 선두다. 맥도날드(5650억원)가 뒤를 잇고 있다.

시장 트렌드에 따라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역시 각각 ‘아재버거’와 ‘시그니처 버거’ 등 수제버거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수제버거 시장이 아직은 전체의 6~7%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객 수요에 따라 두 자릿 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햄버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정크푸드 인식에 내리막길 걸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햄버거가 처음 선보인 것은 1979년 10월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가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을 오픈하면서다. 이후 1980년대에는 연평균성장률이 약 20% 이상이 되기도  했다.

가장 많은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우리나라에서 생긴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배경이 됐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이 찾는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외국 프랜차이즈 출점을 장려하면서 가장 많은 햄버거 체인점이 생겼다. 1984년 탑골공원에 처음 매장을 연 KFC와 버거킹이 계속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1988년 첫 선을 보인 맥도날드는 개점날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기존 점포의 연성장률 5~6%의 침체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각 기업의 과다한 출점경쟁, 점포출점 입지난, 과다한 점포임대보증금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

2001년에서 2003년 사이 패스트푸드업계는 IMF위기 시대의 재현이라 할 만큼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전체 시장규모 성장률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점포증가율도 둔화되거나 오히려 감소했고, 매장의 손익구조에도 심한 타격을 입었다. 2003년은 20여 년간 상승곡선을 그려온 햄버거 산업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는 해였다.

특히,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햄버거는 열량은 높지만 영양은 부족한 ‘정크푸드(junk food)’라는 인식이 만연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웰빙 열풍이 불면서 비만 유발 가능성과 발암의심 물질의 발견 등 성인병의 주범으로 인식돼 오던 패스트푸드가 집중 포화를 맞은 것이다.

이후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메뉴 라인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이미지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을 회유하려 했지만, 조류독감, 광우병 파동 사회적 이슈와도 맞물려 좀처럼 마이너스 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건강한 햄버거도 있다...‘역발상’ 전략 통해

▲ 자니로켓 매장 전경. 출처: 신세계푸드

‘햄버거’는 아직도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하고, 완벽한 한끼 식사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존재한다.

경기가 나빠지자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렇지만, ‘싼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가격에 비해 질 높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와 맛을 추구한다.

그 사이를 비집고 ‘파인 캐주얼’이라는 개념의 외식 트렌드를 제시한 미국 명물버거 ‘쉐이크쉑’이 지난해 7월 SPC그룹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면서 햄버거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쉐이크쉑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는 고객이 주문하면 그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재료는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은 쇠고기와 신선한 야채들이다. 재료에서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맛은 ‘햄버거는 건강하지 않다’는 인식을 뒤집었다. 아울러 쉐이크쉑은 최고급 식당과 대중 식당의 중간 개념을 추구하면서 비교적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에게 만족감을 준다.

이에 ‘끝났다’라고 평가되는 햄버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소비 시장에서 주목되는 ‘가성비’와 접목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쉐이크쉑 메뉴가 이슈화 되면서 햄버거 하나로 다시 시장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1호점인 강남점의 경우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13개의 쉐이크쉑 매장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4호점까지 오픈 예정이다. SPC그룹 측에 따르면 1호점인 강남점의 경우 하루 평균 3000~3500여 개의 버거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이는 2004년 미국에서 처음 쉐이크쉑 햄버거가 소개됐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햄버거가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대니 마이어 USHG 회장은 “햄버거가 나쁜 게 아니다. 질 나쁜 재료로 성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고급 재료로 만든 음식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뻔 했던 햄버거 산업이 다시 성장을 꿈꾸고있다. 

신세계푸드 역시 프리미엄 수제버거 ‘자니로켓’ 매장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자니로켓 청담점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곳에 쉐이크쉑 청담점이 자리잡고 있어,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 역시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1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신세계 그룹 유통채널에서 자니로켓 매장 20여개를 운영해왔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자니로켓 햄버거는 질 좋은 패티와 신선한 채소 등 뛰어난 품질을 갖춘 수제버거로 입소문 나면서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지속해 온 자니로켓 브랜드 확대 계획에 따라 주요 지역에 가맹점과 직영점 오픈을 동시에 진행 중이며, 올해 말까지 매장 10곳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시그니처 버거. 출처: 맥도날드

지난 2015년 8월 수제버거 시스템을 국내 첫 도입한 맥도날드 역시 지난달부터 수제버거인 ‘시그니처 버거’를 전국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는 시그니처 버거를 선보인 이후 월평균 20% 이상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3월 31일 기준 시그니처 버거는 전국 440개 맥도날드 매장 중 380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고, 향후 판매 매장은 더욱 늘어날 방침”이라며 “주문 후 만드는 신선한 재료와 맛, 그리고 수제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바뀌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요즘 외식업계 트렌드를 꼽자면 여전히 ‘가성비’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면서 “아주 비싼 돈은 아니지만, 일정 비용으로 맛과 영양 그리고 서비스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수제버거가 충족시켜주면서 다시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