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IMAX 마니아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할 때면 누구보다 먼저 IMAX 영화 예매에 열을 올린다. P 씨가 IMAX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를 보는 재미가 그 어떤 상영관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눈에 꽉 차는 거대한 스크린과 가슴을 울리는 듯한 사운드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IMAX 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IMAX 마니아라고 해서 다른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블록버스터는 IMAX로 보지만 일반 상영관에서 예술영화까지 챙겨보는 P 씨를 주변에서는 상위 1% 영화광이라고 치켜세운다.  

<어벤져스>,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인터스텔라>…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다. 그런데 좀 더 좁히면 IMAX에서 큰 인기를 얻은 영화들이라고 얘기해도 무방할 것 같다. 세계 극장가에 다양한 특별관 포맷이 생겨나고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IMAX는 가장 대중화된 포맷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많은 상영관을 보유했고 관객 수 역시 가장 많다. 국내에서 역시 IMAX에 열광하는 마니아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들 IMAX 마니아들이 영화의 흥행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로 떠올랐다. 이들의 관람 패턴과 특징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우선 IMAX 마니아들은 남보다 한 발 앞서 발 빠르게 영화를 예매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야말로 ‘슈퍼 얼리 버드(Super Early Bird)’다. 일반 영화에 비해 다소 높은 티켓 가격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특별한 IMAX 기대작이 나올 때마다 누구보다 빨리 예매에 나선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IMAX 선호 좌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MAX 마니아들은 대체로 선호하는 좌석이 뚜렷하다. 화면이 워낙 크고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전체 정중앙을 기준으로 좌석을 선택한다. 일부 마니아들은 중앙보다 앞쪽 좌석을 선택함으로써 영화의 몰입감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인기 영화가 개봉할 때면 중앙 좌석부터 좌우로 티켓 구매가 이뤄져 마치 다이아몬드 형태로 퍼져 나간다. 2015년 개봉했던 <인터스텔라> 개봉 당시가 대표적인 예다. 예매 오픈을 상당히 일찍 했음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황금시간대 영화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당시 극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인터스텔라> 티켓을 확보할 수 없느냐는 민원 아닌 민원에 시달릴 정도였다. 일부 인터넷 중고 제품 판매 사이트에는 암표가 난무하기도 했다. IMAX 마니아들은 누구보다 일찌감치 표를 확보해 놓은 덕분에 여유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들 IMAX 마니아는 주로 젊은 층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30대 남성에 집중도가 높다(CGV 회원 기준). 이 연령대 관객들은 일반영화에서도 대체로 영화 사전 예매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에 비해서도 IMAX 영화 예매 비율은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뒤를 이어 20대 남성 대학생, 40대 여성 주부, 10대 남성 청소년층에서 IMAX 예매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30대나 20대 남성의 경우 블록버스터 영화를 즐기는 주 소비층이기 때문에 IMAX를 적극 즐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40대 여성 주부층은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10대 남성 청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볼 영화를 선택할 때 IMAX를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IMAX가 주로 블록버스터에서 큰 인기를 끈다는 점 때문에 IMAX 마니아들이 오락영화만 즐기는 관객층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이하게도 IMAX 마니아들은 다양성 영화 역시 즐겨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IMAX를 즐겨보는 고객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대중들에게는 매우 낯선 영화들을 즐겨 예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IMAX 마니아들은 단순히 IMAX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영화들까지 즐겨 보는 진정한 영화 마니아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영화 배급사들은 영화 홍보를 위한 사전 시사회에 IMAX 버전을 포함하고 IMAX 마니아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극장 역시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경우 일반 상영관보다 IMAX 상영관의 예매를 먼저 여는 경우가 많다. IMAX로 영화를 먼저 접한 마니아들이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내며 흥행을 이끌어 가는 빅 마우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마니아가 퍼트리는 입소문이 그 어떤 매체 광고보다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앞으로 IMAX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