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5호선 광화문역 김복동 할머니 생일축하 광고(출처=마리몬드)

서울시 종로구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구. 광고판 하나가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광고판은 ‘김복동 할머니의 92세 생신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와 평범해 보이는 할머니 얼굴을 담고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다.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가 김 할머니의 92세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진행한 것. 이 광고는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광화문역과 강남역에서 진행됐다.

마리몬드는 스마트폰 케이스부터 의류, 가방, 문구 등을 제작·판매한다. 전체 영업이익 중 최소 50%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사용된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기억재단 등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단체에서 채택한 용어다. 할머니들이 피해자보다는 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까닭에 ‘피해자’라는 표현을 지양한다는 게 마리몬드 측 설명이다.

매출 상승세 맞춰 기부금 급증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10월 문을 열었다. 초기비용이 변변치 않았던 까닭에 서울시 성북구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허브센터’에 시작했다. 올해로 5년 차를 맞는 마리몬드의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최근 매출액은 △2014년 4억4085만원 △2015년 16억5948만원 △2016년 44억9644만원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4년 3382만원 △2015년 1억541만원 △2016년 7억5710만원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리몬드는 반기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기부처를 정한다. 매년 급증하고 있는 영업이익만큼 기부금도 늘고 있다. △2014년 3734만원 △2015년 6188만원 △2016년 3억4613만원(2017년 4월 기준) 등이다. 마리몬드 관계자는 “2016년 기부금의 경우 4월 현재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일부 금액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난해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기부금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몬드 라운지 내부 모습(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판매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오프라인 매장은 직영점인 마리몬드 라운지를 포함해 교모문고, 1300K 등 19곳이다. 온라인의 경우 공식사이트 이외에도 1300K와 SSG, 카카오로 대표되는 8개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 매출 비중은 1대 9 수준이다. 대부분 매출이 온라인 매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마리몬드는 꽃무늬를 고유의 디자인 패턴으로 사용하고 있다. ‘꽃할머니’는 마리몬드의 휴먼브랜딩 프로젝트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각자 특성에 어울리는 꽃을 부여한다. 패턴 디자인 작업은 이 꽃들에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무궁화, 동백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무궁화는 독립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국내 최초로 일본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를 상징한다. 동백으로 표현됐던 이순덕 할머니는 위안부 할머니 중 최고령이었다. 그는 지난 4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시즌별 디자인 패턴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개인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는 것.

마리몬드 구성원은 30여명이다. 경영지원실, 브랜드전략실 등은 다른 패션회사와 다를 게 없다. 사내 조직 중 브랜드 스토리실이 눈에 띈다. 소속 에디터들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스토리를 발굴해낸다.

스토리텔링이 담긴 제품들은 유명인사들 사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가수 수지가 지난 2014년 말 김포국제공항 입국 당시 마리몬드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됐다. 백팩, 티셔츠 등은 배우 박보검이 방송과 일상생활에서 착용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마리몬드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홍보효과를 얻게 됐다. 마리몬드가 내세우는 가치가 알려지면서 매출은 급증했다. 브랜드에 담긴 메시지를 주목하는 소비자층이 늘고 있다고 마리몬드는 분석했다.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셈이다.

온·오프라인 매장, 문전성시

<이코노믹리뷰>는 온·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봤다. 마리몬드 공식 홈페이지는 △어바웃 △스토리 △폰케이스‧디지털·패션·가방 같은 제품 카테고리 △공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어바웃’ 하위메뉴 ‘도네이션’(DONATION)을 클릭하면 2012년 이후 총 누적 기부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4월 현재 7억9533만8324원이 기부처에 전달됐다. 1원 단위까지 명시해둔 표기법이 인상적이었다.

▲ 마리몬드 라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모습(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공지’에서는 반기마다 집행된 기부금 내역을 살펴볼 수 있다. ‘2016년 상반기 마리몬드 수익금 전달 리포트(Report)’를 살펴보면 총 2억9450만9118원이 기부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1460만원 △평화의 집 쉼터 수리비 및 1190만549원 △정의기억재단 설립 지원 2억3957만1859원 등이 주요 사용처였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기로 했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3사의 대표 스마트폰 케이스만 취급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구형모델인 LG전자 ‘G3’에 맞는 제품을 찾아봤다. 대부분 재고가 없었다. 재입고에 대한 문의가 상품별 Q&A 게시판에 쏟아지고 있었다.

며칠 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마리몬드 라운지를 찾았다. 비 오는 평일인데도 5~6명의 손님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의류, 잡화, 팬시 등 다양한 마리몬드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매장 한켠에서는 드라이플라워도 판매되고 있었다.

커피나 꽃차 같은 가벼운 음료도 취급하고 있었다. 매장 중앙에는 테이블들이 배치돼 있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방문객들은 일반 찻집처럼 마리몬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평일에도 (마리몬드 라운지를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있다. 온라인 매장의 재고 부족 문제는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사업 규모가 작아서 판매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