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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구글의 수직계열화, 이건 공포 그 자체다"생태계 재편 가속화"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자사 신제품을 대상으로 자체개발한 그래픽 기술을 적용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다고 포브스가 지난 4일 보도했다. 사실상 GPU 독자개발을 선언하고 나선 셈이다. 당장 애플에 그래픽반도체 설계기술을 제공하고 라이선스비를 받던 영국의 이매지네이션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체 매출의 절반을 애플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지경에 몰렸다는 후문이다.

애플의 독자 GPU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이매지네이션의 주가는 하루만에 72%나 빠졌다.

▲ 애플 사옥. 출처=애플

수직계열화 전성시대
애플은 첫 아이폰을 만들 당시부터 이매지네이션과 협력한 바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아이폰의 역사에서 이매지네이션의 존재감도 상당하다는 뜻이다. 현재 애플은 이매지네이션의 4대 주주며 한 때 인수를 고려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애플은 왜 독자 GPU 개발에 나서며 오랜 동지였던 이매지네이션을 버리려는 것일까?

애플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증강현실에 힌트가 있다. 최근 증강현실은 매직리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와는 별개로 구글글래스의 악몽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의 성공에 집중하며 양사의 협업 시너지를 타진하는 한편, 최근 자사의 역량을 대거 증강현실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블룸버그는 애플이 증강현실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수 백명의 인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 메타이오(Metaio) 등을 연이어 인수한 상태에서 증강현실 인프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3년 인수한 이스라엘 회사 프라임센스의 기술력도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 포켓몬고와 애플워치의 만남. 출처=캡처

CNBC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로드 홀은 리서치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8에 3D 안면인식기술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홈버튼이 사라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3D 스캐너가 홈버튼의 기능을 일부 흡수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광학 부품업체 루멘텀(Lumentum)의 발표에도 일부 확인된 내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애플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메이드 인 애플'의 증강현실 안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블룸버그는 애플이 몇 잠재적 공급업자와 비밀리에 이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으며, 최근 테스트를 위해 니어 아이(near-eye) 디스플레이를 소량 주문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패권의 유지 및 확장으로 보인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진 및 동영상 필터앱인 클립스를 살펴보면 애플의 노림수가 보인다. 네이버 스노우 및 스냅의 스냅챗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 기반 SNS의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대 유저들의 니즈를 확보하려는 의도는 일종의 덤이다. 만약 단순한 이미지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경우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은 증강현실을 자신들의 강점인 사용자 경험의 확장에 적극적으로 녹여낼 것으로 보인다.

GPU는 인공지능 기술력과도 관련이 깊다. 초연결 시대는 엄청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가 데이터센터의 능력을 사실상 결정할 수 밖에 없으며, GPU가 CSP의 핵심으로 전개되는 지점은 더욱 중요해진다. 엔비디아가 GPU 테슬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유며, 애플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체 GPU를 확보하면 추후 애플카 등 자율주행차 경쟁에서도 나름의 한 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의 도시바 인수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일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 예비입찰에 미국 대형 IT 기업들이 인수제안서를 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애플도 이름을 올렸다.

애플이 왜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탐내는 것일까? 애플이 부품사업인 낸드플래시 시장에 직접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통해 일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행보로 이해해야 한다. 애플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도시바를 인수해 자사 스마트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부품 경쟁력을 갖추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비용 문제도 겹친다.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자사 경쟁력을 일종의 수직계열화로 고착시키면 그 자체로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라이선스비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압도적인 아이폰용 물량을 무기로 협상을 주도하며 공급 단가 인하를 거침없이 감행해 왔다. 지난해 아이폰7 출시를 앞두고는 대만 부품 업체들에게 아이폰6보다 요청 물량을 30% 줄였음에도 단가를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낮춰 반발을 샀으며, 이에 폭스콘 그룹은 "합당한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주문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애플의 입장이다. 만약 부품업체가 아닌 애플 스스로가 아이폰 부품을 제작한다면? 최근 애플은 하청라인을 복수로 가져가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이를 최소화시키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도 연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는 비용적 측면에서 원청업체에 상당한 이익을 남기기 마련이다.

퀄컴과의 전쟁에서도 이러한 애플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애플은 아이폰에 전 세계 200여 개가 넘는 협력 업체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그 중 모뎀 칩은 지난 2011년 이래 퀄컴과 독점 계약을 맺어 수급해 왔다. 미국 조사 당국(FTC)에 따르면 퀄컴은 독점 공급 조건으로 애플에 막대한 리베이트를 지불했으며, 이에 따라 모뎀 칩을 제품 당 생산 단가 이하에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애플은 2016년 아이폰7 시리즈 일부에 인텔 모뎀 칩을 탑재해 독점 계약을 위반했으며, 급기야 지난달에는 “당사가 한국 공정위의 반독점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퀄컴이 10억 달러에 이르는 리베이트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며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위반에 따른 리베이트 보상을 회피하고자 ‘소송전’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애플의 전방위적 소송,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통의 목적인 '수익성 확보'가 묘한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이다.

▲ 폭스콘에 나타난 팀쿡. 출처=뉴시스

중요한 것은 생태계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는 자사의 기술적 고도화를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고, 비용적 측면에서 큰 이익을 남긴다. 이러한 행보가 가능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기술상향표준화'와 '하드웨어 경쟁력의 흐릿한 경계'에 있다.

전반적인 기술의 상향표준화가 각 기업들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는 한편 하드웨어 경쟁력 변별력이 약해진 점이 일련의 새로운 변화를 끌어냈다는 해석이다. 이제 펩시도 스마트폰을 만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경쟁은 세밀한 부분에까지 번지고 있다. 점점 가까워지는 갤럭시 시리즈와 아이폰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셈이며, 일종의 시대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현상을 100%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생태계 전략적 차원의 고찰이 필요하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5개의 하드웨어 제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픽셀 및 픽셀XL과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구글홈, 4K를 아우르는 크롬캐스트 울트라, 유무선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 가상현실 데이드림 뷰가 그 주인공이다.

▲ 메이드 바이 구글 제품. 출처=구글

구글이 하드웨어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모토로라 인수 후 재매각, 아라 프로젝트의 포기 등을 거치며 하드웨어 전략을 가다듬었던 구글이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수장에 모토로라 전 사장인 릭 오스털로까지 영입해 보여준 결실이다.

운영체제의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구글의 모바일 경쟁력이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는 지금까지와의 전략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하지만 구글의 의도가 '인공지능 퍼스트'에서 시작해 자사 생태계를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의 판으로 온전히 끌고가는 것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렴풋이 힌트가 보인다.

구글은 각각의 하드웨어 기기들이 독립적인 기능을 고도화시키는 현재를 넘어,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며 '현재 구축된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를 그대로 신시대로 옮겨가기를 원한다. 자신이 강세를 보이는 현재의 인프라를 온전히 미래로 옮겨 지금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려면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이 확실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래서 구글 입장에서는 그릇이 필요하다. 확실한 하드웨어 그릇을 통해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온전히 초연결 인프라로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생태계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동맹군을 포섭해 생태계를 그리던 최근의 방식과 비교하면 더욱 구글의 색채가 강해졌다.

AOSP의 등장으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 파편화에 대한 공포를 덜어내는 한편, 지금의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동맹군과 보폭을 맞추며 서서히 중심축을 더욱 구글로 당겨오는 방법론이다. 메이드 바이 구글의 등장으로 안드로이드 동맹이 당장 와해될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며, 구글은 그 과도기를 철저하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글의 데이드림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적극적으로 채용하지 않는 등, 일련의 신경전은 벌어지는 중이다.

사실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는 곧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수직계열화의 의미로도 발전할 수 있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Giga Factory)를 보자. 파워월(Powerwall)과 파워팩(Powerpack)과 같은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기가팩토리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약 5조6800억원을 투자해 55만7418㎡ 부지에 단일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앨런 머스크 CEO의 멘트에 있다. 지난해 기공식에서 그는 "기가팩토리는 단순한 공장이 아닌, 공장 그 자체로 제품이다"며 "궁극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기가팩토리는 원청과 하청으로 분리되어 경계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공장 자체가 하나의 CPU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앨런 머스크의 선언은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넘어 모든 인프라의 총체적 합일을 강조하는 최근의 ICT 트렌드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독립된 기능들이 각자의 서비스 고도화를 꾀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 유기적으로 맞물려 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필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직계열화는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꾸리며, 이를 바탕으로 초연결 시대의 주인공을 '나'로 만들어 준다.

이러한 전략은 인텔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텔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6 인텔 개발자 포럼(Intel Developer Forum)에서 탈PC 전략을 더욱 구체적으로 가다듬는 한편, 그 매력적인 청사진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y)에 시선이 집중된다.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이며 올인원 가상현실 솔루션을 표방해 컴퓨팅 및 센서를 해드셋 안에 결합했다. 다만 기능적인 지점은 차치한다고 해도, 프로젝트 얼로이에서 확인되는 인텔의 진짜 노림수가 더욱 중요하다.

사실 프로젝트 얼로이가 노리는 것은 단순하다. 가상현실을 넘어 증강현실, 융합현실로 나아가는 미래비전에 있어 인텔의 주특기인 '칩' 생태계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이를 업계 표준 디자인으로 꾸리는 지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제 반도체 회사들도 수직계열화의 범위를 크게 넓혀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부가기기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에어팟을 출시하며 장기간 '당연한 것으로 알려졌던' 3.5mm 이어폰 잭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부정하기도 했다.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하며 일종의 의제전환능력을 보여준 공포스러운 단면이다.

▲ 프로젝트 얼로이를 설명하는 브르자크 인텔 CEO. 출처=인텔

문제는 이러한 수직계열화 기조가 단순 제조업 기업 입장에서는 재앙이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아직 제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완전히 바꾸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서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글로벌 공룡들이 자체적인 기술 인프라를 확보해 하청계약을 끊어내는 일이 발생하면, 말 그대로 지옥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자사 중심의 생태계 전략을 가다듬는 한편,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카카오에 투자하고 테슬라에 눈독을 들이는 텐센트나, 세계의 카셰어링 업체 대부분에 배팅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인사이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확보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 사용자 경험은 모두 '내 생태계'에 가두려는 시대.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로부터 7000만장에 달하는 중소형 OLED를 발주받았다고 좋아하거나,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진출하며 충실한 하청업체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갤럭시가 없어도 반도체가 효자"라는 위안에 환호성을 지르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4.05  07: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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