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국내 시장에서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랜드로버의 상승세가 거세다. 프리미엄 수입차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 ‘SUV 열풍’이 불어오며 분위기를 탔다. 2016년에는 1만601대가 팔리며 ‘1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전년 대비 47.8% 오른 수치다.

판매에 속도가 붙자 랜드로버코리아는 다양한 파생 모델을 론칭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출시한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이 대표적이다. 쿠페형 SUV 이보크에 루프를 열 수 있도록 제작,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꼽히고 있다.

날렵한 이미지, 이보크의 진화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시승했다. 경기도 고양 킨텍스 인근 도심과 자유로 일대를 약 30분간 달렸다. 이 차의 제원상 크기는 전장 4370㎜, 전폭 1900㎜, 전고 1609㎜, 축거 2660㎜다. 티구안보다 전장이 80㎜ 짧고 축거는 56㎜ 길다.

▲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브랜드 68년 역사상 최초의 컨버터블이다. 디자인 완성도가 상당하다. 루프가 접혀 있을 때 느낌은 깔끔한 편이다. 날렵한 인상이 많이 강조됐다. 브레이크램프가 상당히 위쪽으로 자리 잡아 ‘힙업’된 인상을 풍긴다. 19~20인치 타이어가 장착돼 전체적인 비율도 좋은 편이다.

▲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실내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Z-폴딩 컨버터블 루프 시스템은 전동식으로 제어된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버튼 조작을 통해 간단하게 열고 닫을 수 있다. 48㎞/h 이내의 속도에서 작동 가능하다고 하는데, 40㎞/h이 넘어가면 버벅대는 느낌이 있다. 열 때 18초, 닫을 때 21초가 소요된다. 앞·뒤 창문도 연계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인테리어는 무난한 편이다. 이보크의 이미지를 계승해 큰 포인트를 두지는 않았다. 시트 재질도 고급스럽다. 축거가 좁은 편은 아닌데 2열 무릎 아래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쿠페형 디자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여러모로 1~2인이 타기에 적합한 차라는 평가다. 일반 컨버터블과 다르게 별도의 적재공간을 트렁크쪽에 마련한 것은 특이했다.

인제니움 엔진, 달리는 재미도 잡았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엄청난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시킨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2.0ℓ급 엔진은 4000rpm에서 180마력, 1750rpm에서 43.9㎏·m의 힘을 낸다.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리는데, 정지 상태에서 100㎞/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3초다.

▲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공차중량이 2080㎏로 차체 크기에 비해 무거운 느낌이 강하다. 낮은 rpm에서 토크감이 발휘돼 이를 상쇄하지만 출력에 비해 치고 나가는 맛은 약한 편이다. 대신 안정감이 더해졌는데, 꾸준히 달리는 가속감이나 고속 주행에서 보여주는 추월가속 능력이 수준급이다. 패들시프트가 기본 장착됐는데 적극적으로 기어를 조절해 엔진 회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4000 이상의 rpm을 유지하며 달리는 맛이 있다.

루프를 열고 자유로에 올랐다. 80㎞/h를 넘어가도 불편하지 않았다. 창문만 닫아도 안정적으로 바람을 즐길 수 있다. 시야에 방해를 받지도 않는다. 반대로 루프를 닫을 경우 정숙성이 상당하다. 열렸던 지붕을 닫다 보니 머리 위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보크만의 주행감은 잘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센터페시아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회전 구간에서 큰 무리 없이 코너를 탈출해 놀랐다. 2톤의 육중한 몸이 날렵하게 도로를 파고든 것이다. 브레이크 답력도 만족스러웠다. 급정지 시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주행감각은 전체적으로 효율성과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이 차가 온·오프로드를 오가는 성능을 갖췄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적용을 통해 노면 상황에 따라 파워트레인이 설정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는 것이다. 뚜껑을 열고 자갈·진흙길을 달리는 ‘이색 취미’를 즐기고 싶다면 시도해볼 만하겠다.

▲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 출처 = 랜드로버코리아

감각적인 디자인, 컨버터블만의 존재감, 안정적인 달리기 성능 등 봄바람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차라는 총평이다.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매력’을 찾은 소비자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가치가 있을 것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의 가격은 8440만~946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