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게임명: 프로야구 H2 / 서비스: 엔씨소프트 / 개발: 엔트리브 / 플랫폼: 모바일 / 장르: 매니지먼트 게임

▲출처=엔씨소프트

어릴 적 옆집 친구랑 테니스공과 배트 하나씩 들고 학교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곤 했다. 야구라는 운동은 좋아했지만 야구팬이 되진 않았다. 몇시간은 진행되는 야구 중계방송이 지겹기만 했다.

야구 게임은 이것저것을 즐겼다. 하드볼과 MVP베이스볼 등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게임은 따로 있다. 사내스포츠의 한국프로야구 시리즈가 기억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깊이 빠지진 않았지만 모바일 야구게임도 종종 해왔다. 이사만루나 컴투스프로야구(컴프야) 같은 게임 말이다. 올해에도 봄과 함께 다시 야구게임 시즌이 왔다. 어떤 게임이 유저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인기 시리즈의 경우 대부분 업데이트 방식으로 2017년 버전이 나왔다. 이사만루나 컴프야를 비롯해 마구마구 등이 그렇다. 아예 새로 나온 게임도 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프로야구 H2’다.

엔씨소프트 자회사 엔트리브가 만든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우리가 ‘리니지’로 잘 알고 있는 그 회사다. 이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알 수 있는 정보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란 거였다.

공을 직접 치고 던지는 식이 아니라 구단주나 감독 역할을 하며 팀을 운영하는 게임이란 걸 짐작 가능했다. 축구게임으로 치면 피파나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아니라 풋볼매니저(FM)인 셈이다.

중독성이 심해 '악마의 게임'이라 불리던 FM 시리즈에도 한때 빠져있었다. 하지만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은 해본 경험이 없었다.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 내 관심사는 이랬다. ‘프로야구 팬이 아닌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반전 3D 그래픽, 야구게임계의 '풋볼매니저' 탄생?

폰에 프로야구 H2를 설치하고 실행하자 미니게임이 날 반겼다. 왼편에 타자가 있고 오른쪽으로부터 공이 날아왔다. 타이밍에 맞춰 터치하면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른다. 로딩 시간에 할 수 있는 정말 간단한 게임인데 오기가 생긴다.

▲프로야구 H2 시작화면. 로딩시간에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다. 출처=직접 캡처
▲프로야구 H2 공식 홍보모델인 레드벨벳이 유저를 맞이한다. 출처=직접 캡처

오기는 접어두고 진짜 게임에 들어갔다. 여느 모바일 야구게임과 마찬가지로 내가 운영할 팀을 먼저 골라야 한다. 야구팬이 아닌 사람에겐 곤혹스러운 순간이다. 고심 끝에 엔씨다이노스를 골랐다. 엔씨소프트 게임이니까 왠지 능력치가 좋을 것 같다는 뻔한 생각으로.

팀을 정하면 수준이 비슷한 다른 유저들과 같은 리그에 편성된다. 신선하게도 리그 경기는 실제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게임을 켜놓든 꺼놓든 1시간 간격으로 정시에 경기가 이뤄진다.

내가 정해놓은 라인업대로 선수들이 경기에 나선다. 일하는 시간에 가만히 두고서 퇴근길에 확인해보니 진행된 경기 결과를 확인해보라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신기한 시스템이군.’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전체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방식이다. 실제 야구하는 장면이 아예 안 나오는 게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제법 사실성 있는 3D 그래픽으로 경기 장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반전이었다.

경기에 개입할 순 없었다. 투수가 홈런을 얻어맞고 있어도 교체 명령을 내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저 우리팀 잘하나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2배속으로 보거나 중간중간 스킵하는 걸 결정할 순 있었다. 보다가 지겨우면 더 넘겨버리고 결과만 확인해도 된다.

경기를 아예 안 보고 바로 스코어보드를 확인할 수도 있다. 누가 이겼고, 어느 선수가 어떤 기록을 세웠나 살펴볼 수 있도록 제법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해당 경기 기록은 물론 시즌 기록도 확인 가능하다.

경기가 끝나면 신문도 나온다. 우리팀 내용이 나오는 기사들이 한묶음 배달된다. 인공지능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라고 하지 않았나. 기사가 진짜처럼 그럴 듯하다. 프로야구H2가 주는 재미는 FM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칭찬이다).

▲경기가 끝나면 배달되는 신문 내용. 제법 사실적이다. 출처=직접 캡처
프로야구 H2의 경기 중계 화면. 3D 그래픽이 제법 사실적이다. 출처=직접 캡처

 

선수를 육성하고 승부를 예측하라

몇 경기 결과를 받고 나니 정신 차리고 팀을 재정비하게 된다. 상점에선 선수카드를 뽑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불펜투수팩’ 하나를 게임머니 3600골드를 주고 사본다. 카드를 뒤집어보니 오버롤이 49에 불과한 2015년 윤기호 선수카드가 나왔다.

윤기호 선수를 이제부터 우리팀 라인업에 포함할 수 있게 된 거다. 오버롤이 49에 불과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훈련 포인트를 모아 선수를 훈련시킬 수 있다. 일정 조건을 채우면 승급시켜 카드 등급을 올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육성의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야구 H2 상점에서 뽑은 선수카드. 출처=직접 캡처

안 쓰는 선수카드를 모아서 조합하면 새로운 선수카드를 준다. 선수카드를 팀 배지를 제작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조건에 맞는 카드를 모아 배지를 만들어 장착하면 우리팀 선수들 능력치가 상승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 더 강한 선수를 모아 더 강한 팀을 만들어 시즌에 임하면 된다. 진짜 야구가 그런 것처럼 잘하는 팀이라고 매번 이기는 건 아니다. 우리팀이 1위여도 10위한테 질지도 모른다. 이런 변수가 게임에 현실감을 더해준다.

승부예측 시스템도 재미있다. 이번 라운드 3연전에서 우리팀이 몇 승을 할지, 우리팀 윤기호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특정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 예측해 포인트를 거는 식이다. 맞출 경우 포인트를 배로 받을 수 있다. 이 포인트는 나중에 게임머니나 아이템으로 교환 가능하다.

보너스 미니게임도 등장한다. 간단한 조작으로 도루나 타격을 하는 건데 성공하면 보상을 받게 된다. 시즌 말고 챌린지 모드도 있다. 컴퓨터 상대와 시범경기를 해서 이기면 역시 보상을 받는다.

▲또 다른 묘미인 승부예측 시스템. 출처=직접 캡처
▲중간중간에 보너스 미니게임도 즐길 수 있다. 출처=직접 캡처

챌린지 모드에 ‘미니게임’과 ‘랭킹전’은 서비스 초기라서 그런지 닫혀있다. ‘업데이트 예정’이라는 안내가 붙었다. 이것 말고도 ‘길드’, ‘그룹’, ‘매니저 관리’, ‘유학’ 메뉴 등에 ‘업데이트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게임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란 생각에 기대감이 든다.

게임에 레드벨벳 멤버들이 등장하는 것도 한가지 포인트다. 멤버들 모습이 나오는 건 물론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상점에 가면 “어떤 선수를 찾으시죠?”라는 멘트와 함께 방긋 웃으며 유저를 반긴다.

 

야구팬 아니어도 중독되는 프로야구 H2

‘하는 게임’이 아닌 ‘보는 게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오토플레이를 지원하는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별도 조작 없이도 내 캐릭터가 알아서 움직여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는가.

‘보는 게임’이다. 오토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모바일 RPG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다수 유저들이 게임에 몰입할 절대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회사에 일 다니는 평범한 유저의 게이밍 패턴을 살펴보자. 그는 업무시간에 게임을 켜고 오토플레이를 돌려놓는다. 퇴근 이후에는 자신의 캐릭터가 얼마나 성장했나 확인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프로야구 H2도 매니지먼트 장르인 탓에 ‘보는 게임’에 가깝다. ‘하는 게임’인 이사만루나 컴프야와는 다르다. 물론 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구단주 역할을 해야 하는 거니까. 실제로 제법 많은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

▲시즌 중간에 받아볼 수 있는 리포트 내용의 일부. 출처=직접 캡처
▲선수 시즌기록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직접 캡처

이 게임은 단순히 오토플레이를 돌리는 식이 아니다. 사무실에서 켜놓고 중간중간 버튼을 눌러준다든지의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게임을 꺼놔도 시간에 맞춰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결과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게임을 직접 해야 제맛’이라고 하는 게이머들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공을 직접 치고 던져야지만 게임이 재미있는 게 아니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는 프로야구H2를 플레이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야구팬이 아니어도 빠져들 수 있었다. 전략과 육성의 묘미를 느끼다보면 자연스럽게 야구팬이 될 수도 있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야구팬이라면 더할나위 없다. 바쁜 일상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꾸리고, 짬짬이 우리팀의 활약상을 확인한다면 매일매일 좀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겠나. 프로야구 H2가 행복을 주는 악마의 게임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