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보는 범죄수사드라마에 나오는 여배우는 늘 날렵한 맵시를 자랑하면서도 액션 연기를 할 때면 각종 무술을 섭렵한 듯 보여서 감탄할 때가 많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 저런 스포츠나 무술도 다 배우는구나 싶으면서도 몸도 건강해지고 돈도 버니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연히 지하철 가판대를 지나가다가 그 여배우의 얼굴이 실린 잡지가 눈에 띄었는데, 얼마 전 출산한 아기를 첫 공개한다면서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표지에 나온 것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TV에서 악당들과 싸우고 권투 글러브를 끼고 날렵하게 뛰던 사람이 언제 아이를 갖고 낳았는지 의아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 촬영 직전에야 대본이 배우들에게 전달된다고 해서 ‘쪽대본’이라는 말도 있고 제작 현장이 미국에 비해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보도된 적 있던 터라, 미국은 몇 달이나 먼저 프로그램 제작이 이뤄지니 가능한 일인가 보다 하고 지레 짐작을 했다.

그런데 궁금해서 뒤늦게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TV 프로그램 사전제작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이 아니고, 대리모를 통해서 낳은 아이였기에 과격한 액션 연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아이의 아빠는 공개되지 않았고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었다는 사실만 공개됐다.

불임 부부들이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미혼인 사람이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생경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낳을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호날두 역시 미혼인데 이보다 앞서 2010년에도 대리모를 통해 아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주니어를 낳았고 아들에게 형제들이 필요해서 또 쌍둥이를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른 사람의 난자와 정자로 만들어진 수정란을 이식해서 제3자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대리모는 당초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임신이 어려운 부부들이 선택하는 수단이었다. 동성커플이 늘어나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임신이 어려운 이들이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들을 낳았다.

유명 연예인인 엘튼 존도 동성커플인데 대리모를 통해서 아들 2명을 얻었다. 대리모는 금전적 대가를 받지 않고 지인이 아이를 낳아주는 경우와 금전적 대가를 받고 상업적으로 하는 2가지 경우가 있는데,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상업적 대리모를 금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와 캐나다에서는 금전적 대가가 없는 대리모는 합법이지만 일체의 상업적 대리모는 불법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국가답게 각 주별로 대리모에 대한 법률적인 입장도 달라서, 캘리포니아 등은 대리모에 대해서 우호적인 입장으로 금전적 대가가 있는 대리모도 합법이다.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출산한 연예인들이 한결같이 캘리포니아에서 아이를 낳은 이유가 바로 대리모에 우호적인 법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비용은 평균 6만~8만달러(한화 6680만원~8900만원)로 일반인은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인도는 한때 대리모를 원하는 사람들의 선택지였다.

1억원에 육박하는 미국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1만~2만8000달러면 대리모와 관련된 모든 비용이 처리됐다. 그러나 가난에 찌든 인도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대리모 시장에 내몰린다는 비난이 쇄도하자, 2016년 대리모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현재는 인도에서 대리모를 찾기 어려워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업적인 대리모도 모두 합법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역이다. 태국은 대리모가 현재 불법으로 되어 있는데 과거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인도와 마찬가지로 호주와 미국 등의 동성 커플이나 불임 커플 등이 자주 찾는 지역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