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씨는(60세)는 3년 전에 힘겨운 소송을 했다. 그는 약 15년 전에 운영하던 매장에서 불이 나서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당시 그의 빚은 10억원이 넘었다.

그는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렵게 살다가 큰 맘을 먹고 파산신청을 했다. 법원은 김씨에게 면책결정을 내렸다. 김씨의 채무는 면제됐다.

김씨는 면책결정 이후 한 대부업체로부터 독촉장을 받게 됐다. 잘 알지 못하는 대부업체였다. 이미 법원으로부터 면제를 받은 김씨에게 이 대부업체가 청구하는 금액은 3억원이 넘었다. 청구금액의 3분의 2가 이자였다. 김씨가 파산신청 할 때 이 대부업체의 채권은 빠져있었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였다.

김씨는 파산신청할 때 채권이 여러 차례 매각되어 잘 알 수 없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부업체는 어쨌든 파산신청할 당시 자신들의 채권이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연체가 장기간 이루어진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할 때 생기는 문제다. 비단 파산절차뿐만 아니라 개인회생이나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을 할 때도 채권자가 빠져서 생기는 문제는 비일비재하다.

은행은 연체가 되면 자산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업체에 채권을 팔아버린다. 그 대부업체는 강력한 추심을 한 후 회수가 되지 않으면 역시 다른 대부업체로 판다. 채권이 이런 과정을 수년 동안 거치면 채무자가 그 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채무조정의 과정은 절차마다 다르지만 채권자리스트를 만들어 통합적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는 원리는 같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의 찾아내어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채무자의 몫이다. 다중채무이면서 장기채무인 경우 채권이 누락되는 확률은 높다.

3일 신용회복위원회와 한국신용정보원이 금융소비자가 채권의 변동내역을 조회 할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정보원은 금융회사의 채권변동 정보를 집중관리하는 기관이다.

조회가 가능한 금융회사는 은행, 금융위 등록 대부업자, 자산유동화회사, 공공기관(한국자산관리공사,주택금융공사 등)이다.

조회내용은 금융회사가 채권을 매각했을 경우 매각한 금액, 일자, 채권을 매수한 금융회사이다.

▲ 채권자 변동정보 조회 사이트 활용 예시<출처=신용회복위원회>

신용회복위원회가 자료를 공유하므로 채무조정시 활용된다. 민영안 신용회복위원회 제도기획부장은 “장기연체채권의 경우 민원인이 채권리스트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채무조정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며“이 때 다시 재조정하는 것이 어렵다. 채무조회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조회는 한국신용정보원, 신용회복위원회,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조회한 이력은 금융권에 공유되거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비스는 4월 1일부터 제공된다.

파산법조계의 한 실무자는 “채권의 변동내역이 손쉽게 파악되면 개인회생신청이나 개인파산절차에서 채권이 누락되는 확률이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연과 같이 파산절차에서 채무를 모두 면제 받는 후에 새로운 채권이 등장해서 다투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김준하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사무처장은 “다만, 조회시스템이 대부업체 채무에 대해선  2015년 3월 30일이후 발생한 채무만이 확인 된다”며“카드사가 신용카드매출 채권을 양도한 경우 조회되지 않을 수 있고, 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는지는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된다”고 단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대부업체 채무에 대해서는 2015년 3월 30일 이후부터 자료가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되었다는 것이 민 부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