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 기업에 마케팅 코칭을 한 적이 있다. 해당 회사의 코칭을 위해 대표를 만나보면 제품의 품질은 최고이나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다. 제품은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었지만 마케팅을 잘 못해서, 혹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비용이 없어서라고 한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이제부터 마케팅만 하면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코칭을 할 때마다 이런 의문이 든다. 마케팅에 대한 정의부터 고민스럽다. 마케팅을 프로모션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판매를 위한 현란한 수단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대체로 광고나 판촉, SNS 마케팅, 판로개척 등 현실적인 고민이 쏟아진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동안 소셜 미디어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대박을 터트린 사례들을 자주 접해왔기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대박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고객의 잠재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혁신 제품을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략과 기획이 있었다.

현대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사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의 기본적인 기능은 단 두 가지, 마케팅과 혁신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마케팅은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혁신은 제품의 혁신을 의미한다. 즉, 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알리고, 고객들로 하여금 구매 선택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체계적인 활동인 마케팅을 한다. 만일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엄청난 노력과 투자의 결과로 생산한 좋은 제품을 고객들에게 알릴 수 없고, 궁극적으로는 사업의 목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급변하는 트렌드, 치열한 경쟁, 고객 욕구의 다양화로 제품의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마케팅과 혁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아직도 많은 경영자와 마케터들이 제품 확장을 포함해 영업, 광고와 홍보, 판촉 등과 같은 마케팅 실행에만 매몰되어 있다.

한경희생활과학(현 미래사이언스)은 주부들의 힘든 손걸레질을 편리하게 힘들이지 않고 청소할 수 있도록 스팀청소기를 발명했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제품으로 주부들의 불편을 해소해 가치를 창출했다. 2003년에 출시한 스팀청소기는 10여년간 10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주부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스팀다리미 역시 인기를 끌었다. 2009년 976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 이후 하향세에 있으며, 2014년부터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2017년 1월에는 자금난으로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 사이 화장품, 정수기, 음식물 처리기, 전기 프라이팬, 식품건조기, 카 매트, 자세교정 책걸상 등 30여가지의 품목으로 제품 확장과 다각화를 했다. 그리고 가격 할인과 매장 확장, 해외진출 과정에서 다양한 판매촉진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과 기획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스팀 기술로 주부들의 청소 문화를 바꿨던, 그리고 청소 이면에 숨어있던 고객 가치를 찾아주었던 혁신과 마케팅은 사라지고 말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는 여러 인터뷰에서 진정 혁신적인 제품만 만들어 낸다면 마케팅은 저절로 된다고 했다.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 바로 마케팅이라는 뜻이다. 테슬라의 모델 S는 가격이 싸지도 않다. 제대로 된 광고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모델 S 시제품 공개 후 1주일도 채 안 돼 500대 이상을 주문받았다. 2016년 한 해 동안 모델 S는 2만7000여대가 판매되었다. 그리고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테슬라의 모델 S와 모델 X가 1, 2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전기자동차에만 집중했다. 앞으로도 전기자동차에만 집중해 대량생산을 통해 보다 많은 고객들이 가치를 얻도록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혁신적인 제품은 고객의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켜줄 통찰력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굳이 광고나 판촉과 같은 마케팅의 실행 수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전략을 담당하는 인력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가용할 수 있는 마케팅 예산이 많고 적고의 문제도 아니다. 더 좋고 더 뛰어난 혁신 제품을 만드는 데, 그리고 고객의 잠재된 가치를 찾는 데 사활을 걸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