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특히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경남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가고 있다. 인근 지역이지만 여전히 분양 성적이 좋은 부산으로 '냉기'가 번질까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추산 지난 2월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3049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만2917가구(42%)가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가구도 3753가구에서 4989가구로 2.9% 증가했다

경남 지역은 한달 사이에 미분양 물량이 40% 이상 늘었다. 3월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1만1117가구로, 전달보다 42.8%(3332가구) 폭증했다. 미분양 주택이 1만가구를 돌파한 건 2009년 이후 7년 반만이다. 울산도 811가구로, 18.9%(129가구) 늘었다. 현재 경남 지역의 미분양 주택수는 경기도의 1만4492가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고 지방 중에서는 가장 많다.

현재 양산과 거제, 창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상태다.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보증 예비심사 등 주택공급 절차가 까다로워져 시장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양산시, 거제시, 창원시 등 3곳은 5월말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김해시는 작년 10월 이후 4개월 동안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됐다.

경남 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았다. 경남 지역은 2013년부터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 2015년까지 연속으로 올랐지만 지난해 하락세에 들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매매동향에 의하면 경남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월보다 0.21% 하락하며 3개월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전년대비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거제 지역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조선업체 수주절벽 문제로 전체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집값은 급격히 떨어졌다. 거제시 최대 대단지 아파트인 거제시 상동동 대동다숲아파트의 전용면적 59.89㎡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3월 1억8500만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억7000만원으로 하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거제시 아주동의 평균 시세는 2015년 3분기 1㎡당 242만원이던 것이 꾸준히 하락해 현재 219만원이다. 거제시 평균이나 경상남도 평균 매매가보다 가격은 웃돌지만 낙폭은 훨씬 크다.

▲ 거제 대동다숲 아파트 시세추이. 출처=KB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 2~3년간 주택 공급이 급증했던 것이 불황과 소득 감소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만나면서 미분양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봤다. 

경남지역은 2015년 3만5780가구에 이어 2016년 5만1864가구를 분양해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많은 공급량을 내놨다. 2015년말만 해도 3400여가구에 불과했던 경남 지역 미분양 가구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조선업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집값이 오르면서 김해, 거제, 창원 등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많았지만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했다.

경남은 지난해 신규 주택 인허가 물량이 6만1000여가구에 달해 2015년 물량과 합치면 10만 가구가 넘는다. 올해도 입주물량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에만 경남에서 7840가구를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 적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남지역 경제활동인구는 급감세다. 한국은행 추산 2015년 3분기 5만3000명이었던 경남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 3분기 3만1000명으로 줄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거제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 출신의 젊은이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불황 등 경기에 민감하다. 이들은 지역 업황이 안좋아지는 것과 더불어 전체 부동산시장의 경기 침체 분위기를 들어 청약을 꺼리고 있다”며 “미분양은 기존 주택 가격 하락과도 같이 가는데, 실제로 내가 가진 부동산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집값 하락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악순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인근의 부산지역 분양시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반응을 비쳤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완화했던 부동산 정책을 다시 규제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지만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이 부산 뿐이고 이미 HUG의 고분양가 위험관리 지역으로 관리 중”이라며 올해는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부산 지역의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높은 분양가격 때문에 자칫 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에 높은 분양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부동산114의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 간 주택경기 추이를 분석한 결과 12년간 분양가격이 상승하면 미분양이 증가하고 분양가격이 하락하면 미분양이 감소했다.

청약시기의 전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가수요가 반영돼 분양가가 실수요의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HUG는 최근 서울 강남구 등 4개구와 함께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연제구, 동래구 등 부산의 5개구를 고분양가 우려지역으로 지정했다.

부산 지역의 공급 물량도 많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예정인 아파트 물량은 지난해 40여만가구에 비해 축소된 33만가구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부산은 지난해 2만4000가구보다 1만가구(41.6%) 증가한 3만40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김혜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11.3대책이 부산에선 '약발'이 없었다는 것이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구에 공급한 '롯데캐슬스타는 공급면적 3.3㎡당 분양가가 1800만원선임에도 분양 성적이 좋았고, 진구 연지동 '연지 꿈에그린'은 평균 228.36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HUG의 고분양가 우려지역 선정 또한 시장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면서도 "이는 전매 제한 이전 선제적 조치로 전반적인 정책 분위기가 부산 시장을 관리하고 어느 정도 누르는 것이다. 전매 제한이 적용되면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크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