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 국가별·시대별로 인터넷은행의 성공·실패여부는 다르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은행이 성공하려면 현재 한국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인터넷은행은 중신용층에 한정된 고객타깃보다 이미 ‘무너진’ 중산층까지 포괄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고객기반 확보가 절실한 만큼 예비 고객의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인터넷은행이 해외 인터넷은행보다 고객확보가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기업의 연속성에 있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에 막혀 추가 자본확충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차별화된 서비스보다는 고객확보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5일 정례회의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은행업 영위를 본인가 할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한편,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본인가를 받아 지난 3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실시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국내 첫 인터넷은행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관심만큼 향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을 통한 대면거래를 하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영업채널로 이용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국내 금융산업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치를 높이고 있지만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이와 어떤 차별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 공통점과 차이점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와 주주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중금리 대출에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계좌번호 입력 등 번거로움을 해소해 카톡 친구에게 대화하듯 쉬운 송금서비스를 제공한 예정이다.

또, 예금이자를 현금 또는 다양한 포인트로 제공해 지금까지의 현금이자와는 차원이 다른 편익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결제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베이(G마켓, 옥션 등)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간편 대출을 실행할 예정이며 카카오뱅크의 기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핀테크 업체들의 오픈플랫폼을 구축할 방침이다.

한편, 케이뱅크는 10분내 비대면 계좌개설부터 예금, 대출, 자산관리 등 기존 은행 서비스를 모두 비대면화해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예·적금 등 기존 은행상품 간 이동 및 전환이 자유로운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편리하고 빠른 송금 및 지분결제 시스템 구축,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한 중금리 대출에 주력한다. 주주사, 제휴사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모바일 은행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제휴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차이점은 시장 영향력을 확대함에 있어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케이뱅크는 통신사 KT의 고객인프라와 주주사들과의 제휴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접점을 노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케이뱅크는 주주사 중 하나인 GS리테일의 1만여개 편의점 점포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공통점은 향후 이들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출발점은 중금리대출에 있다는 점이다.

경쟁 심화되는 중금리 대출···인터넷은행에 위협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중금리 대출이 중요한 이유는 단연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함이다. 기존 은행의 보수적인 관행과 이들의 시장지배력을 재편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무점포’ 영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인력 충원 등의 비용이 시중은행보다 적게 드는 것은 사실이다. 적게 드는 비용만큼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고객들에게 대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초기 IT설비 등에 따른 지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결국 수익성을 빠르게 확보해야만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대출에 주력하며 이자율을 낮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선 중금리 대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은행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익성, 즉 중금리 대출 부문에서 고객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기존과는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중금리 대출에 주력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이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같다”면서도 “여기에 통신 요금 납부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 산정을 정교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금리를 낮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아니며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중금리 대출 시장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 ‘무너진’ 중산층을 ‘세워라’

인터넷은행에 중금리 대출이 중요한 이유는 단연 수익성 확보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은행의 성장에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향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연속성 문제와 직결된다.

대출상품의 경우 고객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금리조건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어 인터넷은행이 이 부분을 적절히 공략할 수 있다면 경쟁력·시장지배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금리 대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전망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내다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면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가 바뀌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은행은 어떤 형태로든 정착과 성장을 해야만 하는 숙명적인 결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 업권별 평균 대출 금리 [출처:케이뱅크]

케이뱅크에 따르면 업권별 평균 대출금리는 대부업이 34.7%로 가장 높으며 이어 저축은행(25.9%), 캐피탈(21.6%), 카드론(15.5%), 은행(4.9%) 등이 뒤를 잇는다. 케이뱅크는 4.9~15.5% 구간의 사각지대를 중금리 시장으로 규정하고 이를 공략할 계획이다.

이 시장이 사각지대가 된 이유는 고신용층과 저신용층의 신용정보 파악이 용이한 데 반해 중신용층은 금융거래실적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은 중신용층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신용층이 신용위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인터넷은행은 중신용층에 적정금리 제공을 통해 중신용층을 중심으로 고객기반을 확보하는 목표를 세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고객기반 확보와 기업의 연속성을 위해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섰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함께 소득도 동반 증가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실질적으로 가계의 소비여력이 낮아지고 있어 가계부채 확대에 따른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중산층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부채와 달리 비은행부채의 크기는 소득계층하락 가능성과 비례적인 관계에 있다. 이는 미래 소득 증가가 기대되지 않은 차입자일수록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차입부담이 큰 비은행부채를 증가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소득분위별 부채배율 추이(단위: 배) [출처:한국금융연구원]

▲ 소득분위별 이자부담률 추이 [출처:한국금융연구원)

주1:소득대비 부채배율 추이는 저소득층일수록 높아지는 반면, 고소득층일수록 낮아짐

주2:저금리기조로 이자부담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졌으나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높아짐

한편, 중상위층은 제외한 저소득층은 부채비율이 증가할 때, 차기년도에 소득분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적으로 보면 부채비율의 증가는 소득분위 하락 측면에서 중산층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사각지대’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동시에 중산층이 점차 사라지는 상황이다. 그만큼 중금리 대출 대상자들이 줄어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인터넷은행은 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 중금리 대출을 통해 중신용층에 적절한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고객 대상을 넓혀 ‘무너진 중산층의 재건’, 더 나아가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인다는 폭넓은 목표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넓은’ 고객기반 확보에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인터넷은행이 자랑하는 차별화된 신용등급을 적용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이 해외 인터넷은행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고객기반이 없는 경우 무리한 금리경쟁을 촉발시켜 은행산업의 수익성 및 건전성을 저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국내 은행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금리경쟁보다는 서비스경쟁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경쟁도 고객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보다 포괄적 개념인 ‘중산층 재건’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인터넷은행, 국내 인터넷은행과 유사···차이는 은산분리 여부

국내 인터넷은행이 차별화된 서비스보다 우선적으로 고객확보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지난 3일 출범한 케이뱅크가 시중은행과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절실하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은행채 발행도 제한돼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은 그 설립주체에 있어 은행과 비금융기업의 공동출자 방식인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 아울러 금융시장 환경도 한국과 일본은 은행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향후 국내 인터넷은행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있어 비교대상으로 일본 인터넷은행이 적절하다. 실제로 일본 인터넷은행들이 주주사와 연계서비스를 통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국내 인터넷은행들과 유사하다.

▲ 주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징 [출처: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일반적으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사용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6개 인터넷은행의 재무상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하며 평균적으로 0.49%의 ROA와 13.1%의 ROE 값을 보였다.

이는 일본 3대 은행의 ROA 평균값 0.42%와 ROE 평균값 7.1%를 상회하는 수치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대비 적은 인건비와 점포 운영비 감소 등의 비용절감 효과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통한 안정된 사업모델 구축에 힘입은 바가 크다.

▲ 주요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순이익 소요 기간 [출처:정보통신정책연구원]

즉, 일본 인터넷은행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금융사 및 비금융사와의 제휴를 통해 기존 은행과 구분되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해 나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6개의 인터넷은행이 순이익을 실현하는 데 평균적으로 4.8년이 소요됐다. 가장 짧은 기간이 걸린 은행은 다이와 넥스트 은행으로 2년이었으며 가장 오랜 기간이 걸린 은행은 라쿠텐 은행으로 9년이다.

국내 인터넷은행과 일본 인터넷은행의 차이점은 은산분리 규제 여부에 따른 자본확충에 있다. 케이뱅크 출범과 동시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국내 인터넷은행들이 이에 기댄 전략을 펼치는 것도 무리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