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이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다음은 인도!’ 최근 국내 언론들이 새삼스럽게 인도 고(高)평가에 나서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마치 인도가 우리를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인도 시장은 무주공산 블루오션이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컨설팅기업 딜로이트가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공장이 이탈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중국을 이탈한 공장이 베트남, 태국 등지로 옮겨가는데 그중에서도 인도가 최적의 ‘포스트차이나’라고 꼽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저급·고급 인력 확보가 가능해 소자본 제조업부터 자본집약제조업까지 가능한 복합입지라는 설명이다. 공장입지뿐만 아니라 더욱 주목할 것은 인도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기에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의 첫 국가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한다. 제조입지와 시장의 환상적 궁합이다.

인도로 향하는 세계 기업의 투자 러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의 공장이 조립이 아닌 완성제조업 규모로 인도에서 이미 가동 중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포스트 차이나’로서 인도의 존재감을 역설한 것은 딜로이트가 처음인 것도 아니다. 2005년 이후 인도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국내에서도 인도를 중요시하고 대비하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과 정부는 ‘가능성은 인정은 하나 아직은!’이라는 부실한 판단으로 소홀했다. 안타까운 것은, 오히려 구조조정이 대두될 때마다 인도 관계를 우선적으로 줄이거나 없앤다는 것이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도 델리사무소를 폐쇄했다.

지역 연구는 베트남 등 신흥국들에 비해서도 뒤졌다. 베트남 등은 특정 지역으로 인식되어 특화된 연구육성이 진행된다. 하지만, 인도는 영어 사용국이라 언어장벽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영어 능력이 있으면 인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섣부른 판단이 많았다. 자연히 인도향(向) 인재육성은 등한시됐다. 게다가 인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전담자 지원도 거의 없어 인재 육성이 가능하지도 않았다. 인도 담당이 성과를 내자면 시간이 필요한데, 현행 평가제도는 단기성과 위주여서 다들 인도를 기피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타 지역 연구자로 임시변통하니 연구가 옳게 될 리도 없고 지속되지도 않는다. 그 결과 한국에는 현재진행형 인도 연구자가 소수에 그친다.

기업도 준비된 인재를 배치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단순인력을 발령내면 사소한 준비부터 집 구하기, 가족 이주, 외국인 등록, 은행계좌 개설 등 업무 외 부수적 일에만 최소 6개월을 쓰게 된다. 그리고 인도 사정을 파악하는 데에 또 1년여를 소요하니 결국 재임기간 절반이 인도에 닻 내리는 일에 묶인다. 그 후 1~2년 근무하다가 임기만료로 귀국하니 비용과 시간낭비가 반복된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손실이 적지 않다. 준비가 있었다면 저비용으로도 감당될 일인데 준비 소홀로 대가를 치르고서도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차이나’ 인도에 대한 준비로서 인도 연구와 인재육성이 필수이다. 인도 연구는 기업 및 기관연구소에서 전담자에 의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학에서는 인도 비즈니스 관련 소양교육부터 심화실무교육까지 확대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인도학과에서조차 이런 내용이 부족하다. 대학의 인재육성이 부족한 가운데 인도 학습이 없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단기적인 인도 전문가 과정이 기업 내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은 벼락치기 교양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에서는 차별화된 인재관리와 평가를 도입해 인도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도 프로젝트의 단기성과가 저조하더라도 첫 시도라는 점에서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결과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신의성실에 문제가 없다면 수고에 상응한 고과인정과 승진을 보장해줘야 한다. 추진과정 자체가 비록 실패하더라도 ‘인도 탓’ 않고 거짓 없이 분석된다면 그 실패는 값진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김응기 대표가 엘로라 석굴에서 만난 인도 청년 수도승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김응기

수 년 전부터 인도 비즈니스 현장에 많은 중국 청년들이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를 겨냥해 인도 인재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기업의 대응은 무사안일이다. 1990년대 앞선 인도 진출로 이니시어티브를 취한 한국 기업이 정작 인도가 시장으로서 가치가 상승한 지금에서는 오히려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포스트차이나, 인도’를 취할 수 없다. 대학, 기업 그리고 정부기관의 실효적인 인도 연구와 인재육성 없이는 ‘포스트 차이나’ 인도는 구두선이다. 심각하게 여겨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