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스토리텔링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진흥원은 공예디자인 문화의 진흥과 발전을 돕기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공예디자인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공예디자인, 스토리로 소통하라’라는 주제로 공예와 디자인에 어떻게 스토리를 담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강의했습니다.

그때 강의를 준비하다가 눈에 띄는 스토리텔링 자료를 찾았습니다. 바로 안드레아 칸첼라토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박물관장의 <한국일보> 인터뷰 내용으로 “한국은 뛰어난 공예 장인도, 세계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도 모두 갖췄습니다. 이제 스토리만 있으면 세계화가 가능하단 뜻이죠”라며, 한국 공예의 세계화는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라고 강조한 내용입니다.

 

‘초경량’ 메시지를 보여준 수퍼 레제로 스토리텔링

칸첼라토 관장은 스토리텔링 사례로 ‘수퍼 레제로(Super Leggero, 초경량)’를 소개했는데요. 그래서 이 수퍼 레제로의 스토리를 찾아보니, 수퍼 레제로는 이탈리아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Gio Ponti)가 항구 마을 전통 의자에서 실마리를 찾아 약간 전통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모던하게 만든 총경량 의자였습니다. 또 실제로 그 무게가 1.7㎏으로 매우 가벼우며, 시각적으로도 가볍고 경쾌해 보이는 의자랍니다. 의자 무게를 줄이려고 껍질을 벗긴 나무를 사용했고 좌판은 두께가 18㎜밖에 안 되는 등나무 줄기를 사용했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1.7㎏에 불과한 엄청난 ‘가벼움’을 보이기 위해 의자를 디자인한 지오 폰티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의자를 가볍게 집어 던지는 장면을 보였고, 또 한 여성이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 이 의자를 들어 보이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수퍼 레제라가 지닌 ‘초경량’이란 메시지를 ‘집어던지거나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는’ 사건으로 구체화해 보여주며 소비자의 인식에 스토리를 만든 셈이죠.

 

‘강력한 흡입력’ 메시지를 보여준 코드제로싸이킹 스토리텔링

필자는 강의 중에 두 개의 광고를 보여주며 메시지를 잘 표현한 것이 어떤 광고인지 묻곤 합니다. 바로 무선청소기 제품인데요, LG전자 ‘코드제로싸이킹’과 삼성전자의 ‘파워봇’ TV광고입니다. 두 광고 중 메시지 전달이 더 잘된 광고는 코드제로싸이킹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습니다.

코드제로싸이킹 TV광고는 익스트림 암벽등반 챔피언인 시에라 블레어 코일(Sierra Blair Coyle)이 코드제로싸이킹의 흡입력을 이용해 약 139.9m 높이에 이르는 33층 빌딩을 등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양쪽 어깨에는 두 대의 코드제로싸이킹를 메고 흡착판을 이용해 빌딩 꼭대기에 오른 것입니다. 무선청소기의 ‘강력한 흡입력’이라는 메시지를 ‘빌딩 정상을 정복하는’ 긴박한 사건으로 보여주며 스토리텔링했죠.

 

‘완벽한 밀폐력’ 메시지를 보여준 락앤락 스토리텔링

개인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한 브랜드 중 하나로 ‘락앤락’을 손꼽습니다. 먼저 브랜드네임부터 ‘락앤락, Lock & Lock’ 즉 ‘잠그고 또 잠그다’입니다. 얼마나 완벽한 밀페력을 중요시하는 브랜드인지를 말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브랜드네임뿐 아니라, 과거에 홈쇼핑에서 방영된 내용을 보면 밀폐력을 한층 더 강력하게 표현했음을 알 수가 있죠.

홈쇼핑 진행자는 완벽한 밀폐력을 자랑하는 락앤락 속에 지폐 몇 장을 조심스럽게 넣습니다. 그리고 물이 가득 차 있는 커다란 유리병 속에 락앤락을 푹 담가 넣습니다. 얼마 후 진행자는 물에 흠뻑 젖은 락앤락을 빼서 탁탁탁 소리를 내며 뚜껑을 열어봅니다. 그리고 이내 감탄을 합니다. 그가 꺼내든 지폐에는 물 한 방울 흔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퍼 레제로, 코드제로싸이킹, 락앤락. 이 세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전략은 스토리의 3요소 중 하나인 ‘사건’의 활용입니다.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보이는 사건으로 만들어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게 됩니다. 제품의 홍보나 마케팅을 진행할 때, 브랜드 메시지가 개발되었다면 다음엔 이를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나 이슈를 만들기 바랍니다. ‘가벼움’을 보이기 위해 사건을 만들고, ‘흡입력’을 보이기 위해 사건을 만들고, ‘밀폐력’을 보이기 위해 사건을 만들었다면, 바로 브랜드 스토리가 되어 소비지가 쉽게 이해하고 기억되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