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자동차’를 아시나요? 1955년 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 자동차입니다. 주요 부품을 수입하긴 했지만 국내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요. 이 차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시발(차량에는 ‘시-바ㄹ’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자동차가 ‘2017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것입니다. 별도로 조성된 자동차생활문화관 내 ‘자동차 역사코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차가 아직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스 안에 들어올 때도 ‘제 발로’ 왔다고 하네요.

▲ 2017 서울모터쇼 자동차생활문화관에 전시된 시발자동차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2017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시발자동차 내부 모습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국내 최대 자동차 박람회인 ‘2017 서울모터쇼’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9만1141m² 공간을 마련해 300여대의 자동차가 전시됩니다.

3월31일 개막식과 함께 일반인 관람이 시작됐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방문객들은 입장 시간 전부터 길게 줄을 섰고, 각 브랜드 부스는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화려한 콘셉트카, 멋진 모델들, 각종 공연과 이벤트. 축제의 현장이었어요.

킨텍스 1전시관 1~5홀에는 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업체들이 전시관을 마련했습니다. 2전시관 9홀과 10홀에는 현대차, BMW, 렉서스, 닛산 등이 부스를 꾸몄고요.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2전시관 7홀 자동차생활문화관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체감 인원이 10%도 안 되는 느낌이었어요.

이 곳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은 물론 가상현실(VR)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찾아가는 세차 서비스’나 ‘총알 자전거’ 등을 홍보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디트로네라는 업체는 가족단위 관람객을 겨냥해 프리미엄 전동차를 소개했고, 자율주행·친환경차를 경험해볼 수 있는 코너도 눈길을 잡았습니다.

이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자동차 안전체험코너’입니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죠. 안전벨트 시뮬레이터 3대가 준비됐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3D 교육도 운영됩니다. 비명까지 지르며 안전벨트 체험을 해본 관람객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역사를 한 몸에 간직한 시발자동차 역시 마찬가지. 다양한 디자인 연표, VR 시어터 등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자동차역사코너’는 찬밥신세였습니다.

모터쇼 개막 이전 너무 신차에만 집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자동차가 몇 개인지,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오는 차가 몇 종인지에 모두가 집중하게 만든 결과인 거죠.

물론 관람객들은 화려한 신차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겠지만, 꽤나 유익한 체험 기회를 날릴 수 있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현장에서 나눠준 모터쇼 가이드 팜플렛 속 지도에는 완성차 브랜드 위치를 부각시킨 탓에 생활문화관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서울모터쇼는 그간 온갖 성장통을 모질게 겪으며 성장해 왔습니다. 외형 성장에 집착해 관람객 수를 ‘뻥튀기’해 발표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도 있고, 비슷한 시기 개최되는 상하이모터쇼에 묻히는 경우가 많아 매번 고민에 빠져야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는 겉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특색을 갖춰야 한다는 방향성을 잘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매번 모터쇼가 새롭게 열릴 때마다 다양한 부대 행사와 체험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거든요.

‘자동차 축제’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서울모터쇼만의 색깔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울모터쇼는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공인한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모터쇼입니다. 12회 행사에서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자동차를 보러 오세요’라는 홍보 문구 대신 ‘시발자동차를 만나러 오세요’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어떨지 상상해봅니다.

▲ 2017 서울모터쇼 개막일인 31일 오후 킨텍스 제2전시장 내 별도로 마련된 자동차생활문화관 모습. 비슷한 시간 완성차 브랜드 부스와는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발길이 뜸하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