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여덟 번째 이야기.

사무실에 그 쥐가 또 나타났다([사물인터뷰] 로지텍 신상 마우스 3종). 아예 우리 회사에 눌러앉기로 한 건가. 샤워라도 한 건지 이번엔 흰색이다. 피부색은 달라졌지만 생김새만은 똑같았다. ‘사물인터뷰에 또 나오고 싶어서 변장이라도 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일단 모른척했다. 가짜 미소를 그를 맞이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피부톤이 참 밝군요.

로지텍 G102 화이트: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전 게이밍 마우스입니다. 보통의 게이밍 마우스를 생각해보세요. 검정 피부에 과장된 형태, 거기에 휘황찬란한 LED 조명효과까지. 저처럼 화이트 색상에 심플한 게이밍 마우스 보신 적 있나요? 쉽게 더러워질까봐 걱정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무광에 톤이 조금 죽어있는 흰색이어서 때가 잘 타지 않죠. 실제로 유저분들 이런 불만 거의 없더라고요.

플레이G: 자기소개 해주세요. 잠깐. 당신이 무슨 말 할지 알 것 같아요. “국내 PC방을 평정한 마우스가 있습니다. 로지텍 G1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마우스죠. 존경합니다. 다만 지금은 단종됐죠. 갖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다고요? 그렇다면 절 가지세요. 저는 G1의 DNA를 이어받은 마우스니까요. 당신 손으로 저를 감싸보신다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G1의 느낌 그대로죠. G1보다 발전된 부분도 있습니다. 1680만 컬러 RGB 라이팅을 지원하죠. 버튼 수도 6개로 늘어났고요. 가격은 2만원대입니다. 게이밍 마우스 치고는 저렴합니다. ‘이 친구 탁월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갖췄네’라고들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G1 신화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입니다. PC방 사장님들 저를 주목하세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로지텍 G102 화이트: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혹시 저를 저번에 왔던 그 G102로 보시는 건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이름이 같다고 해서 동일인물인 건 아니잖아요. 굳이 비교하자면 제가 더 신상입니다. 그것도 올해 3월에 나온 따끈한 신상이죠. 이전 블랙 모델과 기능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색깔이 다른 건데, 저 같은 경우 로지텍 게이밍 마우스 중에 드문 흰색 제품이니 상징성이 있죠. 왜 그런 표정 지으세요? 인터뷰 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플레이G: 음, 장기자랑이라도 해보시죠.

로지텍 G102 화이트: 쇼타임! 제 라이팅쇼 어땠나요? G102 블랙이 저번 인터뷰에서 이런 모습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더라고요. 무료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로지텍 게이밍 소프트웨어(LGS)’를 이용하면 다양한 라이트 효과를 줄 수가 있죠. 어떤 효과를 줄지, 색상을 무엇으로 할지는 물론 효과의 속도까지도 정할 수 있어요. 조명효과를 아예 없애버릴 수도 있고요. 이외에도 각 버튼이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합니다.

플레이G: 왜 G1과 본인이 인기가 많다고 생각해요?

로지텍 G102 화이트: 일단은 PC방을 장악한 게 한몫했죠. 저와 G1은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고급센서에, 취향 타지 않는 생김새,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까지 갖춘 제품이니 PC방 사장님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여기에 로지텍의 브랜드 파워도 주효했을 거고요. 많은 PC방에 도입되면서 게이머들 손에 제가 익숙해진 겁니다. 그들이 ‘인생마우스’에 대해 논할 때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이 ‘그립감’입니다.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익숙함이기도 하고요. G1에 익숙해진 손으로 다른 마우스를 쥐어보면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G1과 그립감이 유사한 저는 예외이니 자연스럽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거고요.

플레이G: 요즘 PC방 가보면 다른 마우스도 많던데.

로지텍 G102 화이트: 인정합니다. 한국에만 해도 여러 게이밍기어 브랜드가 있죠. 다양성 차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게이머 입장에서는 다른 PC방에 갈 때마다 낯선 그립감에 당황하게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뭐냐면, 개그맨 양세형이 ‘무한도전’에서 개인 게이밍장비를 가방에 챙겨다니는 모습이 나오면서 화제를 모은 것 기억하십니까? 사람들이 개인 스포츠 장비를 챙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죠. 몇몇 게이머들이 양세형처럼 게이밍기어를 챙기지만 아직 널리 퍼져있는 문화는 아닙니다. 아직은 괜히들 창피해하죠. 장비를 챙겨다니는 데 고수여야만 할 것 같고. 꼭 고수가 아니어도 됩니다. 자신에게 익숙한 개인장비를 챙겨다니면 오히려 실력이 향상될 수도 있으니까요. 설사 당장에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게이밍 경험의 질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게이밍기어를 가지고 다니는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POINT G102 블랙이 왔을 때와는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그땐 사무실에 잠깐 머물렀다 갔다면 이번엔 일주일 남짓을 함께했다. PC방에서 필드 테스트까지도 진행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같이 PC방을 오갔다.

사실 처음엔 가방속에서 G102를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웠다. ‘나 게임 잘해요~’라고 소문내는 느낌이었으니. 실상은 달랐다. 그 누구도 곁눈질조차 하지 않았다. G102 화이트에겐 당신 인기 없는 거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함께한 게임은 여전히 대세인 ‘오버워치’다. 레벨 300이 넘도록 심해(경쟁전 평점 하위권 구간을 이렇게 부른다) 탈출을 하지 못한 안타까운 처지다. ‘파라’에만 올인했는데, “파라 그렇게 할 거면 게임 접으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G102와 함께라면 심해 탈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개인 마우스를 가지고 다니면 쉽게 같은 세팅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가 있다. 그러니 게임에서 진다고 장비 탓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결과는? 며칠을 PC방에서 함께 싸웠는데 경쟁전 평점을 깎아먹고 말았다. 장비가 승리를 부르진 않는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G102 화이트의 장점이 또 한가지가 있다. 사무실에서 사무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없다는 거다. 심플한 디자인이 사무실 친화적이기도 한 까닭이다. 더 정밀하게 메일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포인터를 움직여 첨부파일을 열어볼 수 있었다. 매일같이 쥐고 있어도 때가 타지 않았다.

G102의 명성을 확인한 일주일이었다. 그렇다고 이 제품을 당신의 인생 마우스로 삼으라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부디 이 마우스 저 마우스 하나하나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것들이 당신을 새로운 게이밍의 차원으로 인도할 테니. 그 과정에서 당신의 진짜 인생 마우스가 정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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