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업계의 탄생은 단기간에 미디어 시장의 거대한 울림으로 진화했다. 남은 것은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이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숙제, 그리고 나름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매력적인 생태계를 위하여’

MCN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실용성’이다. 과연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 MCN산업협회는 지난 3월 8일 창립 1주년 총회 세미나를 열어 현재의 MCN을 돌아보는 한편, 기존 미디어와의 차별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의미심장한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송민정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비디오 라이브 시대의 국내 콘텐츠 유통에 있어 포털의 존재감에 주목했다. 유튜브와 분쟁을 벌이던 지상파가 국내 포털과 협력해 2015년 SMR(스마트미디어랩)을 설립한 후 나름의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바탕으로 MCN의 비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나아가 송민정 교수는 MCN의 발전이 OTT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1인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나름의 영향력 지수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터, MCN, OTT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MCN 자체가 새로운 매력 포인트를 가져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포털이라는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최우선에 뒀다는 뜻이다.

▲ 송민정 교수. 출처=MCNA 협회

MCN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마케팅 전술을 짤 것도 주문했다. 기존 광고 방식과 MCN 마케팅 포인트는 엄연히 다르며, 고객이 MCN의 광고를 스스로 찾아오는 지점에 집중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MCN 업계의 생태계 조성과, 이를 바탕으로 광고론 측면에서 MCN의 장기를 충분히 살려야 비전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인 방법론이자 현재 MCN 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주문이다.

판은 이미 깔렸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 1인 평균 동영상 시청은 평균 16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3월 7.3시간에서 무려 119% 증가한 수치다.

사업자별로는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월간 이용자수는 2457만명, 총 이용시간은 203억분에 달한다. 뒤를 이어 네이버TV가 월간 이용자수 524만명, 총 이용시간은 5억277만시간을 기록했다.

재미있는 점은 통신사 주도의 판이 커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LG유플러스의 비디오 포털은 월간 이용자수 353만명, 총 이용시간은 4억8713만분을 기록했고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월간 이용자수 305만명, 총 이용시간 4억3931만분을 기록했다. KT의 올레TV 모바일은 월간 이용자수 121만명, 총 이용시간은 2억2633만분이다.

유튜브가 사실상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네이버TV가 막강한 포털 영향력을 바탕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래로는 통신 3사의 N-스크린 존재감이 뒤를 추격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렸던 CJ E&M의 다이아 페스티벌에 총 3만명의 사람들이 모였으며, 다이아 TV가 전격 개국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MCN의 매력이 ‘터지기’ 시작했다.

현실적인 고민의 무게감

하지만 다양한 발전의 속도와 더불어, 수익성 담론도 터져나왔다. 실시간, 혹은 VOD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크리에이터가 어디에 적응하느냐의 문제는 일정 정도 상황에 맞게 정리된 상태에서 중장기적 생명력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으며,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업계의 오래된 숙제다. ‘MCN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일각에서는 ‘MCN의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연히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반대편에서는 ‘초기 사업에 대한 사업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 중심에서 외국에서는 인수합병 등의 방식으로 MCN 업계를 향한 레거시 미디어의 구애가 있었으며 중국에서는 왕홍 마케팅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최근에는 비슷한 고민들이 말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름의 해결 방식을 찾아낸 분위기가 조금씩 감지된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 바로 커머스와 콘텐츠. 커머스가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방식의 수익성 추구라면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의 본연적 가능성에 집중한 우직한 로드맵이다.

전자의 경우 중국의 왕홍 마케팅이 성과를 거두며 국내에서도 일정 정도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후자의 경우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터의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물론 양쪽 모두 리스크는 있다. 수익성 자체에 대한 시장의 상황이 제각각인 데다 전자의 경우는 크리에이터의 기본적인 친밀함을 상업성으로 환치시킨 것에 대한 불안감, 후자의 경우에는 뚜렷한 ‘수익 모델 구축’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후 MCN 사업은 더 복잡해졌다. 1월 1일 다이아 TV가 정식으로 론칭하며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나아가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과의 협력을 다짐하더니 유튜브 레드가 국내에 도입되고, 아프리카TV에서는 대도서관이 탈옥해 유튜브로 망명했다. 또 캐리소프트와 트레져헌터, 72초티비 등이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과 붙거나, 독자적 플랫폼 실험도 감행하고 있으며 그 이상의 다양한 가치추구 방법론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이 MCN을 적극적으로 체화하는 일이 벌어지더니 난데없는 규제 이슈가 아프리카TV를 플랫폼에서 미디어로 끌어당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캐리소프트의 경우에는 캐리 언니 교체로 한바탕 홍역을 겪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CN 시장의 규모는 최대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MCN 업계를 관통하는 이슈는 동시다발적인 속도전을 벌였다. ‘동영상 구동의 핵심은?’이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 ‘크리에이터의 핵심 경쟁력은?’과 ‘수익 모델은?’을 거쳐 ‘이커머스 왕홍 마케팅 등 다양한 시너지의 가치는?’과 ‘글로벌 및 지속가능한 사업의 생명력은?’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 네이버TV 중계. 출처=네이버

지금도 고민된다

MCN의 최대 고민은 지속가능성,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이다. 이미 파괴력은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이 관심을 가지는 순간 일정 정도 보장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결국 사업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절대적인 명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재 MCN 업계의 주요 수익 모델은 수익보상 모델형이 대부분이며 유튜브 파트너스 프로그램,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외 콘텐츠 중심의 이커머스 생태계 및 네이티브 광고가 있다.

사실 수익성 부분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되고, 논의되고 있다. 피키캐스트가 사실상 자체 플랫폼을 중심으로 홈쇼핑 방송을 펼치는 장면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각 사업자의 경쟁구도도 관전 포인트다. 크리에이터와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가치. 아프리카TV를 탈옥한 대도서관의 행적을 천천히 살피면 일정 정도 답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월수익 5000만원이 넘는 대형 크리에이터인 대도서관이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로 망명했다. 아내인 BJ 윰댕이 일본 모델인 시노자키 아이와 함께 한 방송이 원인으로 알려졌으며, 양쪽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에서 자유로운 방송을 약속했지만, 방송 광고료까지 노린다는 주장을 펼치며 날을 세웠다. 아프리카TV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BJ들을 육성하고 보호했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 논쟁은 아프리카TV의 정책적 변화도 끌어냈다. 동영상 광고 수익 배분을 전체 BJ로 확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이사는 “동영상 광고 수익을 모든 BJ와 공유하려 한다”며 “아프리카TV는 BJ와 유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번 새 운영정책을 통해 아프리카TV는 ‘BJ와 유저가 진정한 주인인 미디어’를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앞으로도 아프리카TV는 BJ·유저와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파트너 BJ에게만 배분하던 동영상 광고 수익 60%를 모든 BJ에게 배분하는 새 운영정책을 시행했다. 나아가 올해부터 매월 홈페이지 내 별도 페이지를 통해 BJ들에게 수익 및 환전 절차도 알리고 있다. 동영상 VOD에 대해서도 BJ는 물론 편집자에게까지 수익을 배분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MCN과 크리에이터의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고, 플랫폼과 콘텐츠의 복마전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업이 발전하며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태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지점이다.

소위 캐리 언니 사태는 ‘앞으로의 MCN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캐리소프트가 서비스하는 ‘캐리앤토이즈’는 지난 2월 개편소식을 알리며 캐리 언니의 교체 사실을 알렸다. 강혜진 씨가 직접 등장해 “그동안 행복했다”며 “새로운 캐리가 친구들에게 많은 장난감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스튜디오 공개와 캐릭터 소개가 이어졌다.

캐리소프트는 NHN엔터테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50억원의 투자를 받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MCN 기업이다. 2014년에 설립되었으며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원 수는 35명 수준이며 매출액은 3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장난감을 소재로 활용해 아이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며 20일 현재 142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대형 플레이어다. 강혜진 씨는 초대 캐리 언니를 맡아 2014년부터 함께 했다.

이런 상태에서 캐리 언니의 하차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어떨까? 충격이다. 지금까지 강혜진 씨가 연기하던 캐리 언니에 익숙한 아이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구독자는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원조 캐리 언니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전했으며 다른 구독자는 ‘다시는 캐리 언니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1대 케빈(캐리 언니의 파트너)의 교체 후 원조 캐리 언니까지 교체하다니, 실망했다’는 글도 보인다.

다만 캐리 언니 자체가 캐리소프트 시스템의 철저한 사업모델이며, 주도권은 캐리소프트가 쥐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캐리 언니로 활동한 강혜진 씨는 자신이 캐리 캐릭터를 고안한 것이 아니라, 캐리소프트가 정교하게 구축한 시스템의 일부다. 캐리라는 캐릭터 자체가 캐리소프트의 대표 딸 이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캐리 언니는 크리에이터지만 철저한 시스템의 일부로 육성됐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캐리 언니 교체는 특정 1인 크리에이터에 집중하지 않는 MCN의 기획능력에 따라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대도서관은 플랫폼을 떠났지만 캐리 언니는 대중에 친숙한 크리에이터의 이탈이다. 비록 캐리소프트의 특성상 ‘예상된 일’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MCN 업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던 셈이다.

한편 캐리소프트는 논란이 커지자 캐리 언니 교체에 대해 “1대 캐리 강 씨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오는 4월 말 기점으로 더 이상 ‘캐리앤 토이즈’ 채널의 ‘캐리’ 역할을 진행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본인 의사를 존중하여 오디션을 거쳐 2대 캐리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 MCN 업계의 기획력적인 측면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수익성적인 측면에서의 글로벌 진출과, 플랫폼 다변화 시대의 아젠다를 하나로 묶으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까? 다이아TV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일찌감치 MCN에 주목하고 있던 CJ E&M은 지난해 11월 다이아TV 채널 개국 전 ‘MPN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노려 눈길을 끌었다. CJ E&M 이성학 미디어솔루션 부문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이아 티비 개국으로 멀티채널 네트워크(MCN) 시대를 넘어 멀티 플랫폼 네트워크(MPN) 시대가 열렸다”며 “창작자와 더불어 성장하는 공생의 생태계를 조성해 1인 창작자들을 폭넓게 육성함으로써 나아가서는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전략 및 기타 생태계 전략도 더해지는 분위기다. 다이아 TV는 <쇼미더머니4>에 출연했던 인기 래퍼 ‘마이크로닷’을 파트너 크리에이터로 영입하고 신곡 ‘가위바위보’를 유튜브 및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에 공개하는 등 뮤직 콘텐츠에도 집중했으며, 올해 1월 채널 정식 개국 후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며 쾌속질주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구독자 수 7000만명, 월 조 수는 10억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크리에이터의 역량이 가세하며, 순식간에 비즈니스 모델의 현실화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크리에이터와 인기 아이돌 그룹 및 중국 웨이보 등을 무대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왕홍들과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다이아TV의 경우 MPN 방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온라인이 아닌, 레거시 미디어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다변화 정책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MCN 업계에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