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DB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우리는 동영상을 도구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시에 단순한 취미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하는 전환기에 선 상태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MCN 더 비긴즈

MCN(Multi Channel Network)이라는 단어는 2014년 전 유튜브 직원인 제드 시몬스가 사용하며 일상적 단어로 굳어졌다. 1인 미디어, 즉 크리에이터의 등장으로 관련 시장이 각광을 받자 그들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이해된다. 시너지의 마술이다. 연예인이 크리에이터라면 연예기획사가 MCN 사업을 하는 셈이다.

제드 시몬드의 ‘명명’은 곧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최초 생태계를 말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당연히 기반은 동영상이다.

초창기 MCN은 글로벌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하는 VOD 형태가 대세였다. 즉 녹화된 영상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몰리며 자연스럽게 판이 깔렸다. 기술의 발전이 동영상 소비 패턴을 바꾸며, 레거시(Legacy) 미디어 플랫폼에만 쏠렸던 기존의 방식을 허물어냈다는 뜻이다.

매력의 정점은 이른바 유튜브 키즈의 등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콘텐츠를 감상하는 10대 중심의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며 외연적 확장을 위한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다. 미국의 10대는 일반적인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한다는 조사 자료가 나올 정도며, 매일 유튜브를 보는 10대의 비율이 26%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에도 이어져 소위 한국형 유튜브 키즈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의 흐름이다. 외국에서는 유튜브 중심의 VOD 방식이 1인 크리에이터의 탄생과 MCN의 태동을 알렸다면, 국내에서는 아프리카TV의 등장으로 실시간이 기본이었다. 따지고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을 표방하는 아프리카TV는 엄밀히 말해 시대를 앞서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BJ와 별을 매개로 일정 정도의 수익사업 구현에 성공한 상태에서 추후 아프리카TV는 MCN 업계에서도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외국에서 MCN의 역사는 국내보다 길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메이커스튜디오는 2006년 유튜브를 통해 시작된 MCN이며, 2012년에는 배우 출신의 브라이언 로빈스가 어썸니스TV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들은 1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며 나름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바 있다.

당장 VOD와 실시간의 흐름을 모두 따라가는 상황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체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콘텐츠적 속성을 둘러싼 다양한 고민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실시간, 혹은 VOD 방식 중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사업 모델의 지속성을 둘러싼 방향성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고민의 깊이는 점점 깊어졌다. 여기에는 크리에이터의 역량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MCN의 방향성을 충분하게 채울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는가’부터 ‘크리에이터의 능력은 어디까지 구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담론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MCN 사업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 사진=이코노믹리뷰 DB

플랫폼과 MCN 플레이어

MCN은 콘텐츠적 사업에 집중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플랫폼적 다변화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의 경우 태생이 동영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당연한 로드맵을 보여주고 있다. MCN과 유튜브의 상관관계에 있어 유튜브 레드로 진격하는 다양성의 발견은, 당연히 유튜브의 기본적인 속성과도 맞아 떨어지기 마련이다. 유튜브는 MCN의 모태다.

여기에서 페이스북 및 트위터 등을 위시한 SNS 기업들의 참전이 시작된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초 VOD 형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던 이들은 이내 공격적인 라이브 전쟁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왜 동영상, 그것도 라이브까지 진격했을까.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SNS 기업들은 플랫폼 사업자를 자임하며 내부의 연결을 끝없이 확장하는 기업들이다. 자신들의 생태계에서 모두가 연결되기를 바라며, 가능하다면 자신들이 정해주는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여기까지 성공한다면 그 이상의 목표를 노리는 것도 가능하다. 내재적 생태계를 힘껏 폭발시켜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한편, 그 연결의 인프라를 더욱 촘촘하게 꾸리는 것이 최고의 가치다.

그래서 동영상은 일종의 운명이 된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성은 생태계 내부의 객체들을 끈끈한 선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페이스북이 라이브를 시작하기 전 동영상 콘텐츠 업로드에 전사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게 만들려면?’에서 시작된 동영상에 대한 고민은 ‘이를 바탕으로 소통한다면?’

판도라TV가 있다. 다이아 TV와 손잡고 인기 MCN 키즈 콘텐츠 채널을 확보했다. CJ E&M의 MCN사업 브랜드인 다이아 TV가 제휴를 맺고, 인기 키즈 크리에이터들의 채널 10개가 입점했다고 알린 바 있다. 판도라TV는 지난 2015년부터 MCN 사업 추진을 위해 비디오빌리지, 쉐어하우스, 크리커스 등 국내 유명한 MCN기업들과 잇따라 제휴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약 200개의 채널을 확보하며 MCN 플랫폼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일종의 MCN 대단위 플랫폼 전략인 셈이다. 동시에 다이아 TV와 제휴를 통해 판도라TV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기 키즈 크리에이터 허팝을 비롯해 애니한TV, 마이린TV, 리아루아 등 총 10개 채널의 콘텐츠를 공급하게 됐다.

▲ 판도라tv 라이브 커머스 적용. 출처=판도라tv

포털 역할론도 중요하다. 네이버는 브이를 중심으로 셀럽을 메인으로 둔 생태계를 완성했다.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자사 중심의 생태계 전략을 키우는 방식이다.

나아가 네이버는 통합 네이버TV를 출범하며 완성도 높은 콘텐츠 확보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 클립의 제공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수급하는 방식으로 주제형 카테고리를 구축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뉘앙스다.

네이버는 “기존의 네이버 동영상 사용자 경험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어떤 플랫폼에서도 네이버의 동영상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TV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양질의 콘텐츠를 수급하며 플랫폼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법론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의 비전을 끌어당기겠다는 의도와도 연결된다.

통합 카카오TV의 존재감도 흥미롭다. 다음tv팟과 카카오TV의 플랫폼을 합쳐 외연적 스펙트럼을 넓혔으며 다양한 장치를 삽입해 눈길을 끈다. 이용자는 카카오톡에서 동영상 채널을 플러스친구로 추가하면 간편하게 해당 채널의 라이브 방송과 업데이트된 영상을 카카오톡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라이브가 시작되면 카카오톡 채팅 탭의 채팅방 이름 옆에 ‘LIVE’ 배지가 표시되고 이용자는 채팅방에서 바로 라이브 방송을 즐길 수 있다. VOD 영상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받거나 플러스 친구 소식을 통해 바로 확인하고 재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TV PD들은 카카오TV와 연결된 ‘비디오 스테이션’을 통해 동영상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다. ‘비디오 스테이션’은 팟플레이어와도 연결되어 라이브 방송 히스토리를 관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및 트위터, 기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다양한 ICT 플랫폼 기업의 라이브는 360도 동영상 및 가상현실, 기타 다양한 기술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미보 카메라 및 라이브와 가상현실의 만남, 드론의 적용 등은 그 자체로 소통 플랫폼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라이브 플랫폼 자체가 1인 미디어의 발전을 통해 MCN 방법론으로 귀결되는 지점도 흥미롭다.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녹화된 영상을 바탕으로 탄생한 1인 미디어지만 이 지점에서 실시간, 즉 라이브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사용자 경험의 확장에 영향을 미친다. 생생한 현실의 반영은 언론의 역할론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이상의 새로운 콘텐츠 권력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누구나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그것도 생생하게 풀어낼 수 있다. 정치 및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파급력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ICT 플랫폼이 만든 세계인의 시민기자‘화’가 가중 중요한 화두인 이유다.

플랫폼이 아닌, MCN 그 자체를 볼 필요도 있다. MCN과 플랫폼, 1인 크리에이터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그 자체에 방점을 찍은 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레저헌터의 경우 창업 직후 국내 유튜브 구독자 1위 크리에이터인 양띵과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며 이름을 알렸다. 창업 4개월 만에 (주)네시삼십삼분,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알바트로스인 베스트먼로부터 총 6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DSC인베스트먼트, SK텔레콤으로부터 총 9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외연적 확장이 상당하다. 투자 유치를 통해 국내 최초로 크리에이터 전용 스튜디오를 개설하는 등 굵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자몽은 지난해 MCN 업계에서 유일하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K-ICT 차세대미디어대전 2016이 그 무대다. 국내 MCN 산업의 발전과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라이브 방송을 통한 비디오 커머스를 비롯한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팟캐스트 및 MCN/1인 미디어 전문 매거진, 1인 미디어 제작 미디어센터 등을 운영 중인 1인 미디어 비즈니스 전문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MCN 기획사인 메이크어스는 말 그대로 기획제작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기업을 표방하며 지금도 MCN 업계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