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0일 남긴 시점에서 각 당의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경선은, 형식적으로는 일정이 남았지만 실질적으론 끝났다. 관심을 모으던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호남 경선이 끝났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 3월 6일 출간한 ‘김구철의 대선전략’에서 일찍부터 예상한대로 민주당은 문재인,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국민의당은 안철수, 바른정당은 유승민으로 후보가 확정되거나 또는 확정적이다. 홍준표와 유승민이 단일화한다고 보면 선거는 3자 구도로 진행될 것이다.

 

호남의 전략적 투표, 될 사람을 밀어주자

예상한대로 호남의 전략적 투표성향은 두드러졌다. ‘안 될 놈은 쳐다도 안 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각각 유일한 호남 출신인 최성과 박주선 후보가 꼴찌를 기록했다. 고향 사람들이 영웅을 몰라본 것일까? 특히 최성 후보의 득표율은 0.4%에 불과했다. 그나마 박주선 후보는 11.9%로 두 자릿수였다. 2위인 안희정, 이재명, 손학규의 득표율이 20%선에 그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읽힌다.

‘될 사람을 밀어준다’, 당내 1위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졌다.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60.2%,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 64.6%에 이른다. 1위는 2위 후보와 40%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본선행을 예약했다.

 

 
호남의 이중적 반문 정서와 위기시 결속

문재인에 대한 호남의 이중적 정서도 눈여겨 봐야 한다. 문재인에 대한 절대 다수표는 친문 확산으로, 안철수에 대한 절대 다수표는 반문 고착화로 해석할 수 있다. 호남의 다수는 문재인 대세론에 힘을 보탰지만, 소수 소신파는 안철수 지지를 통해 ‘문재인 길들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친문 세력이 문재인의 위기 시에 결속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아졌다. 민주당의 호남 경선은 문재인 후보로서는 이번 대선전의 전 과정을 통틀어 가장 심각한 위기에 치러졌다. 맹추격해오는 안희정 지사와 네거티브 공방을 주고 받았고, 오거돈의 ‘부산 대통령’ 발언, ‘전두환 표창’ 논란에 이어 국민의당 경선 대박이라는 일련의 사건으로 캠프 전체가 흔들리던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세론과 검증 본격화

문재인 후보는 예상대로 압승했고, 당내외에 당당하게 대세론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선거 구도가 거의 정리되고, * 세월호 상륙 * 박근혜 구속 * 보수 단일화 정도를 제외하면 큰 변수도 거의 남지 않았기에 확실히 그렇다. (북한핵 실험은 그리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제 충청권에서 안희정 지사와 득표를 반분하고, TK 2/3, 수도권 50%+ 득표로 ‘결선 없는 경선 승리’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부터는 캠프 종사자들의 과욕을 자제시키고, 이슈를 관리하면서 본선에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특히 부정적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반면 안희정 지사는 1위 도전은커녕, 이재명 시장과의 2위 싸움이 더 다급하게 됐다. 2위를 해야 차기에 도전할 동력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는 1위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를 멀리 따돌리지 못한다면 마지막 수도권 경선에서 크게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진보 진영 후보로서는 흔치 않게 대연정이라는 포지티브 캠페인을 내세운 안희정의 실험이 좌초할 수도 있다.

 

시험대에 선 안철수의 본선 경쟁력

안철수 후보는 호남 경선 압승으로 대선을 완주할 최소한의 명분을 얻었다. 호사가들은 국민의당 경선에서 안철수가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점을 들어 호남이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서 황금분할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안철수의 호남 득표율은 64.6%, 득표수는 5만9731표였다. 부산울산경남(PK) 경선에서도 득표율은 74.5%로 높았지만, 득표수는 7,561표에 불과했다. PK는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인데도 득표수가 이렇게 낮다면 본선 고지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PK(710만, 2016년 7월 기준)은 호남 전체(464만)보다 인구가 1.5배로 훨씬 많은데 득표수는 8분의 1에 불과하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즉 PK 득표 효율성이 호남에 비해 12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인구 규모가 큰 지역을 놓치고 인구 규모가 작은 지역에 집착한다면 본선은 보나마나다. ‘반문’이라는 네거티브 캠페인만으로는 ‘문재인은 안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만이 1위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안철수 후보는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