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 돗자리를 깔아도 될 선견지명인데, (KTX 역사에 신세계백화점까지 들어선 것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도 아니라며 겸손을 보이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홉 살, 여섯 살 남매를 둔 우리 부부가 그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물론’ 신세계백화점이었다. 하기는 모든 걸 다 갖춘 백화점 옆에 사는 사람이 모든 걸 다 갖춘 백화점을 놔두고 굳이 다른 데 가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작년 말 문을 연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197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문을 닫은 후 40년 만의 귀환이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두 번째로 지역현지법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하 7층~지상 9층 규모로 영업 면적이 10만3000㎡에 달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스케일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이다. 지하 주차장부터 옥외 테마파크까지 내가 본 구름 인파는 착시가 아니었다. 실제로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오픈 100일 만에 1000만명을 맞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오픈 140일 만에 1000만명을 모은 스타필드하남보다 더 빠른 기록이다. 특히 방문객 절반이 나처럼 대구가 아닌 타지에서 방문한 사람들로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지역 경제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9층에 입성한 국내 최초의 옥상 수족관 얼라이브 아쿠아리움. 출처=대구 신세계
▲ 9층 옥외 테마파크 주라지에서 만날 수 있는 악어 캐릭터 구무와 코끼리 분수.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100일간 하루 평균 10만명이 왔다 간 비결은 압도적 스케일과 콘텐츠 경쟁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백화점인 센텀시티에 준하는 규모와 온 가족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시설, 세계 각국의 먹거리, 고퀄리티 문화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최초의 아쿠아리움과 옥외 테마파크, 대형 오락실 펀시티 등을 갖춘 9층이 압권이다. 애초 지하로 예정돼 있던 계획을 바꿔 9층에 합류한 얼라이브 아쿠아리움은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수족관으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옥외 테마파크 주라지(Zooraji)는 2013년 센텀시티에 첫선을 보인 테마파크에서 진일보한 형태로 두 배 정도 큰 규모에 실내외 공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주라지 프렌즈’로 불리는 캐릭터 라인업도 가세했다. 판매원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니 캐릭터의 독창성이나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라인이나 카카오에 뒤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곤충 등에서 영감을 얻은 주라지 프렌즈는 거미, 코끼리, 악어, 바오밥나무, 기린, 무당벌레 등을 표현한 메인 캐릭터 6종과 바나나, 달팽이, 뱀, 코뿔소, 타조, 개구리 등의 서브 캐릭터 6종 등 12가지가 있다. 캐릭터의 이름도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통용되는 스와힐리어에서 본떠 만들었다. 대표 선수인 부이부이도 거미를 뜻하는 스와힐리어이다. 이 거미는 아침에 꾸미는 데만 3시간이 걸리는 정글 최고의 멋쟁이로 이슬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가장 아낀다. 캐릭터의 탄생부터 관련 제품의 제조, 출시 등 모든 과정은 정유경 사장의 주도 아래 2011년 꾸려진 신세계백화점 브랜드 디자인팀이 직접 진행했다는 후문. 흥미롭게도 9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을 내려가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대표 선수들이자 주라지 프렌즈의 롤모델이라 할 카카오 프렌즈와 CN 숍이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첫손가락에 꼽는 핫 플레이스가 바로 백화점의 옥상 공원이다. 옥상 공원은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휴게 공간에서 본격적인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스토리텔링 마케팅까지 어우러져 새로운 수익 창출을 견인하고 있는 중이다. 옥상 공원의 효시로 통하는 신세계 본점의 트리니티 가든은 마치 뉴욕현대미술관의 조각공원을 도심 한복판에 옮겨놓은 형국으로 본점의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이다. 실제로 1930년에 개점한 신세계 본점의 전신인 미스코시 경성점은 국내 최초의 백화점 옥상 공원을 선보여 등나무 휴게 공간, 카페, 갤러리, 전망대, 분수, 놀이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전력이 있다. 지금 대구 신세계백화점 9층이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즐거워하면 가장도 덩달아 즐겁다. 굳게 닫힌 지갑까지 스르르 열림은 물론이다. 그날 저녁 백화점에서 4시간가량을 머물면서 아쿠아리움 입장료와 식대, 아이들 장난감과 아내의 화장품 등으로 20만원이 넘는 거금을 지출했다. 1층에 들어선 국내 유일의 율리스 나르덴 매장을 둘러보다 덜컥 시계를 사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생각해보니 모든 것의 발단은 백화점 옥상 공원이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샤워 효과’라고 부른다. 샤워 효과란 백화점 최상층의 시설이 사람을 모아 아래층으로 분산시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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