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발화문제로 단종수순을 밟으며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된 바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최강자'하는 명성이 주춤거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빠른 사과에 이은 리콜 조치, 나아가 올해 초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원인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전자는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소위 8단계 안정성 검사 로드맵도 이 때 나왔다.

▲ 삼성전자 안정성 검사. 출처=삼성전자

절치부심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삼성전자는 배터리의 안전과 내구성을 검사하는 주기와 횟수를 확대하는 안정성 검사와 배터리 외관의 이상여부를 표준 견본과 비교 평가하는 배터리 외관 검사, 배터리 내부의 극판 눌림 등을 사전에 발견하는 X-레이 검사, 배터리 누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해 내는 TVOC(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상온에서 배터리 전압의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OCV(Delta Open Circuit Voltage), 완제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건에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적으로 시험하는 충방전 검사, 소비자 사용 환경에 맞춰 집중 검사인 사용자 조건 가속 시험 검사를 제품 출고 전 전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캠브리지대학교 클레어 그레이 (Clare Grey) 박사, 버클리대학교 거브랜드 시더 (Gerbrand Ceder) 박사, 스탠포드대학교 이 추이 (Yi Cui) 박사, 아마즈 테크컨설팅 CEO 토루 아마즈쓰미 (Toru Amazutsumi) 박사 등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갤럭시노트7 지우기도 나섰다. 충전율 0% 제한 소프트웨어를 출판하는 한편 기본적 통신기능을 다운시키는 초강수를 통해 갤럭시S8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7일에는 자사 뉴스룸을 통해 갤럭시노트7 재활용 및 폐기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대해 "리퍼비시로 판매해 대여 폰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하며 "국가별 규제 당국(안전)과 통신사업자 간 협의가 필요하고 시장 수요를 고려해 판매 시장과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폐기에 있어서는 친환경 처리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재사용이 가능한 부품을 추출해 판매, 활용하며 금속 물질을 추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품 재활용의 경우엔 재사용이 가능한 반도체, 카메라 모듈 등을 추출하는 전문업체를 통해 테스트용 시료 제작 등의 용도로 판매, 활용할 계획이며 물질 재활용의 경우에는 희귀 금속인 구리·니켈·금·은 등을 추출한 후 친환경 재활용 업체를 통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언팩 행사. 출처=캡처

갤럭시S8, 드디어 등장

삼성전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MWC 2017 현장에서 갤럭시S8을 공개하지 않았다. 완벽한 스마트폰을 보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에 이어 갤럭시S8마저 문제가 발생하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사실상 끝"이라며 "일종의 절박함이 조직에 번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29일(미국 현지시간) 공개된 갤럭시S8은, 아직 공개 초반이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최강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명성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 나온다.

▲ 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갤럭시S8의 디스플레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앱 생태계의 발전으로 디스플레이의 선명도 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결정하는 주요 선택지가 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자체는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QHD+(2960x1440) 슈퍼아몰레드를 적용했으며 엣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베젤리스의 감각을 잡아낸 부분이 흥미롭다. 기기가 약간 커졌지만 내부 디스플레이 면적이 최대한 확보되어 매끈한 디자인적 심미감도 잡아냈기 때문이다. 전면 베젤은 블랙 색상을 적용해 스마트폰 전면부 전체가 디스플레이인 것 같은 일체감을 준다.

UHD얼라이언스의 '모바일 HDR 프리미엄' 인증을 모바일 최초로 획득한 상태에서 최고의 화질과 명암비를 제공하는 HDR(High Dynamic Range) 영상 재생을 지원한다.

전면의 버튼이 사라진 부분도 디자인적 측면에서 보면 간결한 매력을 살리는 것에 도움이 된다. 가뜩이나 베젤리스인 상태에서 인피티니로 디스플레이를 메우니 전면이 투명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기에 따라 전면 디자인은 유리거울처럼 보일 지경이다. 실제로 화면 크기는 전작 대비 약 18% 커졌지만 컴팩트한 디자인을 유지해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하며, 한 손으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멀티 태스킹 기능의 강화까지 이뤄졌다.

▲ 언팩 행사. 출처=캡처

흥미로운 지점은 화면 비율이다. 18.5대9로 설정되어 기존 16대9 비율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21대9 비율의 영화 콘텐츠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LG전자의 LG G6가 18대 9의 가로화면을 출시한 것을 고려하면 다소 '허를 찌르는 대목'이다. 투톱 라인업과 패블릿의 기조는 물론 세로 길이의 변화도 최근 스마트폰 폼팩터의 중요한 핵심 중 하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 빅스비도 공개됐다. 아직 명확한 기능이 나오지 않았으나 기존 터치식 인터페이스에 빅스비를 통한 지능형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진 대목이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음성, 터치, 카메라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용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목은 말 그대로 생태계 창출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추후 빅스비는 갤럭시S8을 넘어 다양한 삼성전자 기기에 스며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전화, 메시지, 설정 등 삼성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고 향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DK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 출처=삼성전자

세계 최초로 10나노 프로세서를 탑재한 부분도 중요하다. 10나노 옥타코어 프로세서는 소비 전력은 더 낮은데도 불구하고 전작 대비 CPU 성능은 10% 이상, 그래픽 성능은 21% 이상 향상됐다. 갤럭시S8에는 스냅드래곤 835와 엑시노스9이 들어간다. LG G6가 스냅드래곤 821을 사용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뇌게임에서는 이미 '이기고 들어가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엑시노스9의 갤럭시S8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홍채인식 및 얼굴인식 기능이 강해졌다. 홍채와 지문, 얼굴 인식을 모두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일단 갤럭시S8이 유일하다. 홍채인식의 경우 갤럭시노트7의 주요 강점으로 알려졌으나 단종으로 큰 빛을 보지 못한 바 있다. 갤럭시S8에 이르러 향상된 모바일 AP 기능에 힘입어 나름의 기술적 진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메라 기능은 여전하다. 오토포커스 기능이 적용된 800만 화소 F1.7 전면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가 적용된 1200만 화소 F1.7 후면 카메라도 눈길을 끈다.

▲ 갤럭시S8 스펙. 출처=삼성전자

갤럭시S8을 구매할 경우 하만(Harman)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AKG의 튜닝 기술로 무장한 고성능 이어폰이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은 전장사업적 측면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예고하지 있지만, 스마트폰 번들 오디오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별다른 멀티 미디어 기술력 강조가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비교우위는 천천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무선 신제품도 대거 등장했다. 먼저 삼성 덱스. 덱스 스테이션에 갤럭시S8을 연결하면 모니터나TV로 스마트폰에서 즐기던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갤럭시S8을 다양한 기기와 연동해 편안하게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사용자 경험의 확장적 측면에서, 나아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는 일종의 생태계 구축의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러 전자기기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삼성 커넥트의 기능과 일정정도 호환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 삼성 덱스. 출처=삼성전자

새로운 기어 360 카메라도 등장했다. 사용자 중심의 가상현실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재미있는 점은 프리미엄 라인업의 경우 갤럭시노트5까지, 심지어 2017년형 갤럭시A7, A5 시리즈도 호환이 되는 점이다. 중저가 라인업에 프리미엄 기능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가상현실 대중화에 대한 삼성전자의 야망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투톱 라인업이며 5.8형 갤럭시S8, 6.2형 갤럭시S8 플러스로 꾸려졌다. 4GB 램과 64GB (UFS 2.1) 내장 메모리, 배터리는 갤럭시S8이 3000mAh였고 플러스 모델은 3500mAh다. 고속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국내 출고가는 93만5000원부터 115만5000원이며 미드나이트 블랙, 오키드 그레이, 아크틱 실버, 코랄 블루, 메이플 골드 등 총 5가지 색상이다. 출시는 4월21일이다.

▲ 기어 360 카메라. 출처=삼성전자

회심의 역작, 통할까?

갤럭시S8에 대한 스펙은 사실 일정정도 공개된 상태였다. 게다가 언팩 행사도 깜짝 이벤트는 없었다. 보기에 따라 다소 '밍밍한 언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갤럭시S8의 전면 디자인은 '탁월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홈버튼이 사라지고 베젤리스를 극대화시킨 상태에서 디스플레이 기능성을 잡아낸 지점이 낯설지만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빅스비의 다양한 사용자 '접점'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갤럭시S8과 함께 등장한 무선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다. 삼성 덱스의 경우 기기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장치로 보이며, 새로운 360 카메라의 등장은 가상현실 생태계의 내적 인프라를 다지는 것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360 카메라가 중저가 라인업 일부도 지원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1인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판을 깔아가는 MCN 업계가 연상될 정도로 폭발적인 풀뿌리 플랫폼 전략이 엿보인다.

첫 인상에서 갤럭시S8은 나무랄 데가 없는 스마트폰으로 평가된다. 갤럭시노트7의 악몽을 지우고 비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궁금증에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삼성전자의 철학에 대한 고민의 끝에서 탄생'한 갤럭시S8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