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3 대책과 ‘동(冬)장군’ 한파에 움츠렸던 분양 시장이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으로 예상보다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공급 대란’과 새 정부 출범이라는 상수 외에도 미국발 금리 인상, 가계부채 등의 변수가 당장 하반기의 주택 시장도 전망하기 어렵게 한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각 건설사들은 새로운 마케팅과 신선한 접근으로 나름의 타개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묻지도 않고 투자’했던 투기 위주 부동산 시장에서 실수요 위주의 시장으로 시장 자체가 재편됐기 때문이다. 공급 위주가 아닌 수요가 중심이 되는 시장,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시장으로의 변화가 이제 시작된 것이다. 

희소성 甲 대형 VS 실용성 甲 틈새형

▲ 틈새평면을 적용한 거창 푸르지오 확장형 평면도. 출처=대우건설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는 총 30개동 20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오피스텔이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수요가 많아진 전용면적 33㎡, 37㎡, 45㎡, 59㎡ 등 소형과 84㎡의 중형 평형을 위주로 설계했다. 가장 면적이 큰 138㎡ 세대는 6가구에 불과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분양을 시작하니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40~50평형대 대형 가구들의 계약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울 도심 지역에 경제력을 갖추고 개인 공간을 여유 있게 쓰려는 다인 가족 수요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보다 집값은 저렴하면서 공간은 큰 수도권 중대형 평형 아파트를 원하는 고객도 많다”면서 “최근에는 설계 기술도 발전해 소위 ‘잘 빠진’ 대형 또는 소형 아파트를 각자의 니즈에 따라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일률적인 전용면적 기준 59㎡, 84㎡ 등의 아파트를 벗어난 중소형대 ‘틈새평형’을 찾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60~83㎡ 등 다양하게 설계된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하면서도, 베란다 확장 등으로 기본 면적 이상 넓게 활용할 수도 있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중형과 소형의 중간인 전용 70㎡대의 경우 분양가도 중간 수준으로 책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된 ‘힐스테이트 동탄’의 경우 전용면적 61㎡의 평균 분양가가 약 3억원, 전용면적 84㎡ 타입은 평균 3억7000여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전용면적 74㎡의 평균 분양가는 약 3억4000여만원 수준으로 두 평면의 중간 수준이었다.

지난해 11월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의 전용면적 75㎡ A타입은 81대 1의 경쟁률로 이 단지의 최고 경쟁률을 차지했다. 평균 경쟁률인 34대 1을 크게 웃도는 기록이다. 지난해 7월 공급된 ‘흑석뉴타운 아크로 리버하임’은 전용면적 80㎡ 타입이 240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 청약을 마감했으며 계약도 나흘 만에 100% 완판됐다.

‘닭장’ 아파트에 지친다면 ‘테라스 하우스’

▲ 운중동 산운마을에 위치한 '운중푸르지오하임' 조감도. 출처=대우건설

단독주택의 장점을 그대로 가진 ‘테라스 하우스’도 분양시장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테라스 하우스란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지은 주택을 의미한다. 이렇게 경사면을 이용해 집을 짓게 되면 바로 아랫집의 옥상을 윗집에서 테라스로 사용하거나 계단식 형태의 남는 부분을 테라스로 활용해 개인만을 위한 정원을 가꿀 수 있다. 또 일반 아파트 단지들과 별개로 조망권과 일조권 보장도 가능하다.

서판교 운중동 최서단에 위치한 운중푸르지오하임(2012년 3월 입주)은 대표적인 테라스하우스로 손꼽힌다. 총 11개동, 144세대로 4층의 낮은 층수로 구성돼 있으며 전용면적 113㎡와 114㎡ 2가지로 설계됐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6억~8억 초반대에 매매가가 책정돼 있다.

서울에서 해당 단지로 이사와 3년째 거주 중인 A 씨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판교중심지가 있고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권으로 진입도 수월하며 생활인프라 역시 잘 구축돼 있다”며 “무엇보다 계단형으로 지어져 베란다 창문을 열면 눈앞에 가리는 것 없이 품 안에 탁 트인 자연환경을 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저층 아파트 형태로 지어진 운중푸르지오하임과는 달리 단지형 연립주택을 공급한 건설사도 등장했다. 525가구 모집에 경쟁률 33대 1을 기록한 GS건설의 ‘김포 자이더빌리지’는 김포 한강신도시에 들어서는 블록형 단독주택으로 전용면적 84㎡로 구성됐다. 개별정원과 테라스, 다락방이 입주민에게 제공된다. 3.3㎡당 평균 분양가 1500만원으로 책정됐다.

강남 재건축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간다

▲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한 디에이치아너힐즈 조감도. 출처=현대건설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가 올해 재건축 아파트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는 고가이지만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가 집약된 단지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대림산업이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아크로리버하임’은 기존 ‘e편한세상 흑석’에서 조합원들이 먼저 건설사 측에 프리미엄 브랜드 사용을 요청해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으로 변경됐다. 고급 내장재를 사용하고 내부에 들어가는 용품들이 고가의 것들이기 때문에 건축비 상승 부분이 발생했지만 조합은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단지의 전용면적 59㎡는 지난해 공급 당시 평균 분양가가 5억9690만원 수준이었지만 전매제한이 해제된 후 7억원대로 가격이 올랐다.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여름 평균 분양가 7억320만원에서 8억대로 오른 상태다.

현대건설은 3.3㎡당 분양가 3500만원 이상의 고분양가 단지에만 붙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2015년 12월에 론칭했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현대건설 프리미엄브랜드 1호로 지난해 8월 정당계약 4일 만에 완판했다.

대우건설도 기존의 ‘푸르지오’ 브랜드의 상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에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391 일대에 위치한 ‘용산푸르지오써밋’은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전용면적 46㎡은 현재 4억 후반에서 5억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GS건설은 자이브랜드의 고급화한 ‘그랑자이’ 브랜드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공급에 나선 신촌그랑자이는 대리석과 화강석, 엔지니어드 스톤 등 천연석과 도어패턴글라스를 사용해 내부와 외부 모두 고품격 마감재를 사용해 세련미를 더 강화했다. 또 단지 내 수영장과 사우나 등 그랑자이 입주민만을 위한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됐다. 2019년 10월 입주 예정으로 전용면적 59㎡가 매매가 6억6000만~6억9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특화 커뮤니티로 외로운 ‘혼밥족’ 마음 ‘저격’

▲ 의왕 장안지구 파크 푸르지오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주민을 위한 반려견 놀이터가 조성된다. 출처=대우건설

최근 1인 가구 ‘싱글족’의 증가와 함께 아파트의 개별화된 주거문화로 인해 이웃 간의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입주민들의 생활편의와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신규 아파트 단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원스톱 라이프’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되는 아파트 단지도 있다.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를 마련하고 스쿨버스존과 연계해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는 물론 통학차량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편의도 배려한다.

또 외부 손님을 맞이하거나 기념하고 싶은 특별한 날에 이용할 수 있는 탁 트인 아름다운 조망을 겸비한 고품격 ‘게스트하우스’도 선보인다. 사계절 날씨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도 구성해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추세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의정부동 지역주택조합(가칭)이 시행하는 단지의 경우 수요자들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커뮤니티 시설을 구성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는 피트니스센터와 실내골프연습장, 지역 내 최초로 구성되는 단지 내 수영장, 심야보육시설, 스쿼시장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선보여 타 아파트와의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애견 놀이터’를 선보이는 건설사도 등장했다. 경남 사천시 유천리에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는 반려견을 키우는 이른바 ‘펫족’을 위한 애견 놀이터를 마련하고, 인근 산단 근로자가 많다는 점을 배려해 단지 내 조식서비스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