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원 중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에너지 생산량 기준으로도 1%대 수준이다. OECD 국가의 평균이 10%를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시대에 뒤처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만 아니다. 이미 원전의 안정성, 석탄화력 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5년간 우리 국민들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시작으로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지진,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수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결단을 할 시점이다. 사실 재생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방법론은 이미 선진국들에서 다 나왔다. 유럽이 25년 동안 50개, 미국이 10개 원자력발전소를 줄였지만 전력수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세계 전력의 10%가 원자력이며 재생에너지가 두 배 이상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권에서 결단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여태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로 차일피일 미뤄져 온 게 사실이다. 지난 10년간의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은 재생에너지 의무사용비율(RPS), 탄소배출거래제 도입 등 친환경에너지 성장을 위한 각종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기에 안착시키려는 정치적인 결단과 세부 노력이 부족해 그동안 국내 관련 시장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왔고 실질적으로는 원전과 석탄발전 증설에 집중한 꼴이 됐다.

다행히 차기 대선후보 모두 에너지 정책에서는 석탄화력‧원전 발전 축소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공약하고 있는 만큼 다음 정권에서는 어떻게든 원전 축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탈핵 에너지 전환 국회의원 모임은 국회에서 7명의 대선주자들이 원전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10대 공동정책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10대 정책은 ▲신규원전 건설추진 중단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원칙 ▲탈원전 에너지로드맵 수립과 관련법 제정 ▲발전 차액지원제도 재도입 등 재생에너지 지원예산 확대 ▲대규모 발전소,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시 주민의견 수렴 의무화 ▲모든 원전의 안전정보 공개와 최신기술 기준적용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면 개편과 독립성 강화 ▲원전 주변지역 지원대책 확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특별법제정 ▲재처리 고속로사업 재검토와 원자력 연구원 개혁 등이다.

에너지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를 뛰어넘어 세대와 세대 간의 문제라는 점을 가슴에 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개별 시책이 적절한 시점에 시행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의 효율성과 경제성에 연연할 시기는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정치권과 산업계가 협력해 에너지신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존 발전원 못지않게 많은 일자리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투자해야 할 때다.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이러한 흐름이 일순간의 기대를 넘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