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수익성 악화로 부도를 맞았던 국내 2위 규모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후 매각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가 거론되고 있다. 

인터파크는 28일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진행된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 회의에서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법정관리 인가 전제가 포함된 조건부 인수확약서를 제출한 인터파크는 송인서적 지분 55%를 50억원에 인수함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채권단 회의에 참석한 인터파크 도서부문 강명관 실장은 “당사가 보유한 역량들을 투입하면 송인서적의 부도를 야기한 여러 부실 원인들을 제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송인서적을 건실한 출판유통기업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며 “서점-출판사-정부기관과 협력을 통해 전국 서점에 대한 POS을 시스템 구축하고, 현재의 어음거래 관행을 점진적으로 현금거래 방식으로 변경해 나갈 것”이라고 인수 의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인터파크의 인수 자금 50억원 중 40억원은 송인서적의 채무탕감으로 사용되며 나머지 10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인서적 인수에 대해서는 지난 3월까지 2~3개 민간 기업이 인수 의사를 표명했으나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인터파크가 유일하다.   

송인서적 출판사 채권단이 파악한 부도 전 연간 매출 규모는 500억원, 이익률은 12% 수준이다, 이렇듯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보유하고 있어 채무탕감과 경영개선을 조건으로 한 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수 논의에 앞서 채권단은 금융채권단 합의를 통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주채권은행 등의 반대로 워크아웃이 무산된 바 있다. 그래서 채권단은 법정관리와 매각을 통해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만약 인수 의사를 밝히는 기업이 없어 법정관리 단계에서부터 무산되고 청산수순을 밟게 되면 송인서적과 거래 관계에 있는 2000여개 출판사들은 어음 100여억원, 출판사잔고 240여억원 그리고 140여억원 등 약 480여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인터파크의 인수가 확정되면 출판사들은 적은 금액이나마 손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다만, 채권단들은 인터파크가 인수 의사를 밝힌 지분 55%를 제외한 나머지 4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 주주들의 권리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며 인터파크 측도 그에 대해서는 세부적 대책을 아직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인터파크 인수에 대한 채권단 표결이 진행된 상태이며, 세부적 조정사항들이 확정되는 데는 몇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여년 간 온라인 쇼핑몰 및 도서 판매 사이트를 운영해 온 인터파크의 경영 노하우와 송인서적이 보유하고 있는 도서 유통 인프라의 긍정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고전한 인터파크가 연간 최대 영업이익 250억원의 약 20%에 달하는 돈을 들여서 사실상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도서 도매유통 사업을 잘 운영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의견들도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인수 의사를 표명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회사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다소 모험적인 일이지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의도들이 충분히 관철된다면 도서-출판업계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