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이 국경없는 변화에 전 세계 언론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소셜미디어서비스(SNS)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동영상'도 중요한 뉴스 플랫폼이지만 아직 성장이 두드러지지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2017년 미디어 트렌드 브리핑'이 28일 서울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렸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는 지난해 전 세계 26개국 5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뉴스 리포트2016>를 공개했다. 이 리포트는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발간해온 보고서다. 보고서 제작에는 구글, BBC 글로벌 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등이 후원 및 파트너로 참여한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라스무스 닐슨 박사는 디지털 뉴스 생태계 연구에서 찾아낸 다섯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설명했다. 사람들이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늘고,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속도가 높아지며, 동영상 뉴스 소비는 기대보다 더디다. 광고 차단 '에드 블로킹'은 사람들이 뉴스에 소비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대형 미디어들이 여전히 뉴스의 원천 소스로 자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 페이스북으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출처=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왜 사람들은 SNS로 뉴스를 볼까?

웹에서 모바일로 주요 이용 플랫폼이 옮겨가고 있다. 기존 독자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은 직접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포털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SNS를 이용해 뉴스를 접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평균 51%로 나타났다.

한국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주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26개국 중 상위권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28%로 그리스(35%), 스웨덴(34%). 노르웨이(33%), 핀란드(32%) 뒤를 이었다. 반면 독일·일본·프랑스 등은 전통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 비율이 높다.

미국은 디지털 플랫폼 위주 뉴스 이용이 24%로 26개 나라중 11위다. 전통 플랫폼 위주 이용이 36%로 12% 포인트 낮았다. 영국은 디지털 플랫폼 위주 이용이 23%로 13위다. 전통 플랫폼 위주 이용이 38%로서 15% 포인트 차이가 있었다.

독자들이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유로 '놓칠 수도 있는 중요한 기사 알림'이 60%로 1위였다. '간단한 방식으로 다양한 소스에 접근 가능해서'가 50%로 2위였고, 35%의 이용자들은 '쉽게 의견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페이스북 대세론은 뉴스 소비에서도 나타난다. 2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답한 비율은 44%로 가장 높았다. 2위는 유튜브, 3위는 트위터, 4위는 왓츠앱 순이었다. 한국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24%, 카카오톡은 22%, 유튜브는 16%, 카카오스토리는 9%였다.

온라인 뉴스 소비가 증가하는 중심엔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확대되며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48%로 26개국중 1위다. 컴퓨터로 접하는 경우는 41%, 태블릿은 4%다.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과 이용시간은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 비디오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 비율. 출처=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비디오 뉴스, 아직은 글쎄?

온라인 동영상 뉴스는 예상보다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평소 온라인에서 뉴스 동영상을 본다는 응답 비율은 26개국을 합산했을 때 24%였다. 국가별로는 33%인 미국과 32%인 캐나다가 가장 높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한국>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온라인에서 텍스트로 된 뉴스를 읽었다는 수치는 26%로 중간 수준이었다.

26개국 전체적으로 동영상 뉴스 재생을 꺼리는 이유로 '텍스트를 읽는 게 빠르고 편리해서'(41%), '프리롤 광고 때문에'(35%), '동영상을 띄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20%), '텍스트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19%) 등이 꼽혔다.

닐슨 박사는 "아직 비디오 뉴스는 '광고'와 결합해 수익화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호소력이 전해져야 하는 뉴스에서는 비디오가 더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 뉴스가 좀 더 많이 소비되려면 '재가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김선호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동영상 뉴스는 방송국에서 생산한 뉴스를 영상으로 올리는 것과 현장 라이브를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공유하는 방식이 있다"며 "기존의 방송을 온라인으로 내보내고, 시간을 맞춰봐야 하는 현장 라이브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영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재가공해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멀티미디어 형식, 텍스트 추가, 카드뉴스 방식 등 이용자의 관심분야를 핵심적으로 재가공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좀 더 쉽게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 수준 저널리즘' 어떻게 구현할까?

닐슨 박사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선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쉽고 빠르게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기자들도 SNS 등을 통한 소통 창구가 넓어지고, 정보의 흐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디어 시장 자체가 모바일을 기반으로 진화한다. 현재 언론사들이 큰 도전에 직면해있지만 저널리즘 측면에서 보면 현재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을 보유하고 있다"며 "언론사들의 당면 과제를 과소평가하고 싶지 않다. 다만 뉴스가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고, 독자들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언론이라는 비즈니스 자체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나 접하는 이용자들에게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닐슨 박사는 이어 한국 언론 전체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한국은 언론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26개국 중 가장 낮다. 동유럽 체코나 그리스 같은 상황이다. 전체 언론사 평균 정도다. 한국 언론사들은 일반 대중이 아닌 정치 산업 등에 휘둘리며 부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문제들이 언론사와 기자들의 도전과제다. 대중의 설득을 얻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수많은 뉴스 생산자들. 출처=플리커

한국 입장에서 디지털 뉴스 시대로 급변한 환경이 좋기만 할까.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과거에 비해 낮은 편이다. 김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언론 신뢰도 하락은 디지털 환경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비용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뉴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급자들이 증가하고 가짜 뉴스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선택의 폭이 넓어져 독자들이 겪는 혼돈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용자들 입장에서 어떤 뉴스를 신뢰할지 모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선택의 폭이 과거에 비해 넓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뉴스를 선택해서 볼지 고민하는데 상당 부분 '정파성'에 따라 뉴스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정파성은 이념적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 또는 정당을 밀어주는 형태를 말한다.

그는 "이용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기반으로 신문을 선택한다. 과거에는 선택지가 적어서 주어지는 대로 봤으나 이제는 선택지가 너무 많다"며 "뉴스를 볼 때 정치적인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내가 신뢰하는 채널 하나를 선택한 후 '나머지는 믿을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이 떨치지 못한 이미지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언론은 기득권화됐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용자들은 언론이 국민의 편에 있다기보다 특권층·엘리트 편에 서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뉴스 시대로의 전환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신뢰도를 회복하고 독자에게 접근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닐슨 박사는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며 발전을 도모할 것을 당부했다.

닐슨 박사는 "언론사는 제조사와 유사하다. 매일 완벽하게 상품을 만들어 낸다. 이런 시스템이 안정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에선 유리하지만 시장이 급변할 땐 매번 신제품을 제작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사내에서 스타트업을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롭게 뉴스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는 신세대는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언론사에서는 이런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의 이해를 기반으로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