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향후 달러화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이 물음에 누구도 완벽히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시기별로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분명 달랐다. 향후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는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면서 시장금리 상승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정책에 따른 미국의 재정지출 부담 역시 미국채 시장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전자의 경우 경제에 긍정적, 후자의 경우 부정적 요인으로 그 성격은 다르지만 결과론적으로 두 요인은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 이은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에 더해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12월 기준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 기조는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미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 후 달러화 강세는 오히려 주춤해졌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 달러 인덱스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

지난해 12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올해 1월 한달간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2월 들어 재차 상승하다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된 이후 본격 하락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3월 연준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화 약세는 그간 달러화 강세의 ‘되돌림’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최근 달러 인덱스 지표는 트럼프의 당선 직후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달러화 강세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미국의 재정정책,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실질금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트럼프 재정정책에 대한 ‘경계감’도 연준의 금리인상에 이은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옐런 의장은 미 금리인상의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추진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연준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결과였으나 옐런 의장의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강도와 “인플레이션 2%가 상한 아니다”라는 발언은 예상 밖이었다. 연준의 3월 금리결정을 앞두고 증권전문가들은 향후 4회의 금리인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옐런의 예상 밖 비둘기적 발언은 그간 달러화 강세에 대한 부담을 덜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옐런의 발언은 상당히 전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길 원했다. 하지만 자산버블을 우려한 옐런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이러한 ‘트럼프 VS 옐런’의 상황이 결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은 시장금리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옐런의 입장에서 문제는 기준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것이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옐런 또한 달러화 강세를 원하지 않았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수출경기 둔화는 물론 경기회복도 저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2%가 상한이 아니다’는 발언은 미국의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율)를 낮출 수 있어 달러 강세를 저지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결국 3월 FOMC를 통해 옐런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를 유도한 셈이다. 또 미국채 금리도 오히려 약세로 돌아섰다. 이는 ‘트럼프 VS 옐런’의 구도가 깨진 것, 즉 달러강세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연준의 기준금리인상도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요인이 됐다.

한편, 트럼프의 첫 입법안이었던 ‘트럼프케어’가 미 하원에서 공화당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표결이 한 차례 연기된 후 지난 24일(현지시간) 결국 무산됐다. 이날 트럼프는 트럼프케어의 부결을 예상하며 법안 상정을 연기했다.

이 여파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트럼프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부각된 결과다. 또 하나의 달러 강세 요인이 사라진 것이다.

트럼프 정책 ‘현실화’·美 시장금리, 달러 방향 결정

지난해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연 트럼프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물론 연준의 금리결정도 달러화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연준의 금리결정은 달러화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보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의 영역에서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지난 3월 FOMC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된 이후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트럼프의 재정정책’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왔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더 이상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케어의 법안 상정이 미뤄지고 부결 가능성도 부각되면서 트럼프 정책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케어 부결 가능성이 부각됐다”며 “동시에 연준의 6월 금리인상 확률도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도 트럼프 정책 현실화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수수께끼는 결국 금리 수수께끼다’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달러 약세는 일시적이며 장기적으로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과 2004년 각각 기준금리 인상 이후 약 1년 반 동안 달러화 가치가 전자의 경우 최대 15% 상승, 후자의 경우 최대 3% 상승으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두 기간 동안 달러화 가치 상승률이 차이를 보인 이유로 시장금리가 지목됐다.

1999년 금리 인상기에는 미국의 시장금리(미국채 10년물 기준)가 가파르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미 시장금리와 여타 국가들의 채권 금리와의 격차도 확대됐다. 반면, 2004년 금리인상기는 시장금리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금리 격차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두 국면 모두 기준금리는 뚜렷한 변화가 발생했으나 실제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금리가 어느 정도 변화했느냐의 차이로 달러가치가 평가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공동락 연구원은 “적어도 2004년과 같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추세적 횡보 혹은 하락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1999년과 같이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예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 이유로 연준의 정책이 과거와 같이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보유자산 매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결국 시장금리 상승은 달러화 강세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종합하면 향후 달러화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트럼프 재정정책의 ‘현실화’ 여부와 미국 시장금리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미국의 시장금리는 트럼프 재정정책과 연준의 기준금리결정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또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 트럼프의 재정정책에 영향을 받는다면 달러화 방향을 전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트럼프의 재정정책이다. 최근 달러화 인덱스가 트럼프 당선 직후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점은 향후 달러화 방향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돌고 돌아 다시 트럼프를 바라보게 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