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사옥 (자료사진) / 출처 =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27일로 예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컨소시엄 허용 여부’에 대한 결론 발표를 기약 없이 미뤘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전 관련 사안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채권단 결정이 빠르면 지난 24일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 측이 신중하게 행동하는 노선을 택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요 은행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와중 잡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결론은 ‘불가’ 발표는 연기

27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원칙론 고수로 채권단 측 의견은 사실상 ‘컨소시엄 불가’로 가닥이 잡혔지만, 의견 취합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각 은행에 발송한 서면 질의서의 답변 기한은 27일까지. 채권 은행들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 산업은행이 이를 취합해 발표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7일 오후 3시 기준 한 곳에서도 답변이 오지 않았었고, 이후 몇 군데 회신을 받았다”며 “어디서 답변이 왔는지와 구체적인 내용 등은 확인해줄 수 없지만 결과 발표는 28일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답변이 모아질 경우, 이를 취합·발표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결국 각 은행이 산업은행에 입장을 표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셈이다.

주주협의회 의결권은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KB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4%) 등과 5% 미만의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광주은행 등이 가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보낸 공문의) 답변 기한이 27일로 적혀 있는데, 정확한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부서 간 협의 등 내부 시스템 상의 문제로 시간이 약간 걸렸는데, 오늘 중 답변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강경론’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른 은행들 사이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컨소시엄 허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가하다는 입장을 일치시켰지만, 조건부 허용 안건에 대해 각자 심사숙고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주주협의회에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와 ▲일단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확인한 뒤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재심사 할 것인지 여부 등 두 가지를 안건을 부의했다.

‘조건부 허용’으로 해석되는 두 번째 안에 동의할지를 고민한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권에서 ‘컨소시엄 허용’ 뿐 아니라 ‘조건부 허용’ 안건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최종 결론 발표일이 미뤄진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최종 발표 내용은 조건부 재심사를 허용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당초 원칙은 고수하던 산업은행이 여론과 정치권의 목소리에 이례적으로 해당 조항을 추가한데다 ‘향후 재심사’라는 막연한 안을 반대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는 ‘조건부 허용’ 역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자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투자자 유치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이 허용 됐으니 투자하라’는 말과 ‘일단 투자를 하면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 오겠다’는 말은 천지차이”라며 “그룹 측은 이번 채권단 발표와 상관 없이 법적 대응 카드를 고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