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님들 중엔 오디오필(audiophile, 오디오 애호가)이 많습니다. 그들이 선호하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가격은 억대를 호가하죠. 누구나 아는 국내 기업 CEO(최고경영자) A씨도 알아주는 오디오필인데 부지를 사들여 오디오 설치에 최적화된 집을 짓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억’소리 나는 초(超)프리미엄 오디오 세계 이야기다. 자동차는 물론 집 한채에 버금갈 정도로 가격이 비싼 제품이 즐비한 탓에 누구에게나 허락된 세계는 아니다. 그런 만큼 매혹이 넘치는 세계이기도 하다. ‘슈퍼카’의 존재처럼 낭만으로 다가온다.

▲ 골드문트 청담 스토어 청음실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회장님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랑해

“대기업 경영인들이 주요 고객층이에요. 오피니언 리더, 고소득층 중에서도 문화예술에 관심 많은 이들이죠. 단순히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이들입니다.” 초프리미엄 오디오의 고객층에 대한 오디오갤러리 관계자의 말이다.

이 세계 앞에 놓인 문턱을 누구든 넘나들 순 없다. 다만 자유롭게 초프리미엄 사운드를 청음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하다. 압구정 오디오갤러리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오디오갤러리는 1998년 설립된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수입사다.

매장에서는 실제 집처럼 꾸며진 5개의 청음실을 만나볼 수 있다. 포칼, 골드문트 등 오디오필에겐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브랜드 제품이 손님맞이를 한다. “이 스피커가 국내에서는 A사 오너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제품입니다.” 기자는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회장님’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소파에 앉아 음악에 심취할 수 있었다.

만나본 제품은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라는 스피커였다. 판매가가 2억7720만원에 달한다. ‘오디오파일 리뷰’가 뽑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스피커 25’에 선정되기도 한 제품이다. 포칼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도 불리는 회사다. 깊이 있는 자연음 재생을 위한 신소재와 독자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 오디오갤러리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된 포칼 스피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포칼 그랜드 유토피아. 출처=포칼

 

스피커 하나에 6억원…“한번 들으면 포로가 된다”

오디오갤러리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FM어쿠스틱스 청담 매장이 자리한다. 역시 누구든 청음할 수 있으며 예약제로 운영된다. 오디오갤러리가 열린 공간의 느낌이 강하다면 이 매장은 은밀한 비밀의 방에 초대를 받고 방문하는 느낌을 준다.

‘FM어쿠스틱스 XS 1 B’가 기자를 맞이했다. FM어쿠스틱스 창립자 마누엘 후버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스피커다. 100%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완벽한 좌우 밸런스를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6억2000만원에 달한다. 스피커에서는 들국화 시절 전인권의 풋풋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FM어쿠스틱스는 골드문트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다. “한번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포로가 돼버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주문이 들어오면 100% 수작업으로 제작합니다. 때문에 주문하고 제품을 바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죠.” FM어쿠스틱스 관계자의 말이다.

▲ FM어쿠스틱스 청담 스토어 청음실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FM어쿠스틱스 XS 1 B. 출처=FM어쿠스틱스

그는 FM어쿠스틱스가 완벽에 대한 강박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FM어쿠스틱스는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든 프로젝트라고 하더라고 새로운 기술 혁신이 없을 경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도 유명하다고 전했다.

골드문트가 사업가들에게 인기가 많다면 FM어쿠스틱스는 아티스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빌리 조엘, 롤링 스톤즈, 스팅, U2를 비롯해 첼리스트 요요마, 피아노 거장, 미켈란젤리 등이 FM어쿠스틱스의 팬으로 알려졌다.

100m가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청담 골드문트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다. 2012년 문을 연 이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청음이 가능하다. 매장에 들어서자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매장에서도 FM어쿠스틱스 스피커 못지않게 비싼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6억5000만원에 달하는 ‘골드문트 아폴로그 애니버서리’가 그것이다. 골드문트 역사상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아폴로그의 25주년 기념 모델이다. 이탈리아 유명 미술가 클라우디오 로타 로리아가 디자인해 관심을 불러모은 제품으로, 1987년에 첫 등장했다.

▲ 골드문트 청담 스토어 청음실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골드문트 아폴로그. 출처=골드문트

 

장인정신으로 빚어내다…평생고객관리는 기본

그렇다면 초프리미엄 오디오들이 이토록 비싼 이유는 무얼까. 업체 관계자들은 ‘장인정신’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FM어쿠스틱스 제품은 100만개가 넘는 개별 파트를 수작업 분석 보정을 통해 완벽하게 준비합니다. 또한 이 개별 파트의 99.8%는 10년동안 보증해주고 있죠. 그 덕분에 출고한 지 28년된 FM어쿠스틱스 제품도 여전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거죠.” FM어쿠스틱스 관계자의 말이다.

골드문트 제품의 경우 스위스 명품시계가 제작되는 것과 같은 감각으로 만들어진다. 외관과 마감재까지 롤렉스, 파텍 필립 등 스위스 명품시계와 동일한 공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제품 생산을 현지 공장에 맡겨왔다.

초프리미엄 오디오는 고객 서비스도 특별하다. 최상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는 구매고객의 청음공간에 맞춰 설치 단계에서부터 전문가 손길이 필요하다. 골드문트 아폴로그를 구입할 경우 스위스 본사 전문가들이 한국을 방문에 직접 제품을 설치해준다. 아울러 대부분 브랜드들이 ‘평생고객관리’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AS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 오디오갤러리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된 포칼 스피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더 풍요로운 삶? 오디오가 해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디오필은 3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수요자는 3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초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양극화가 화두로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데 양극화가 부각될 때면 어김없이 럭셔리 아이템이 주목을 받습니다. 경기에 덜 민감한 부유층이 주된 소비층이니 당연한 일이며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 역시 매출 상승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디오갤러리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그는 골드문트 로고스 수카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 연말 출시된 이 제품은 출시 한달 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됐다. 가격이 7800만원에 달하는데, 전세계 중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명품 오디오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리빙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오디오를 단순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로까지 확장해 바라보는 추세입니다.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는 것처럼 좋은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욕구도 커져 프리미엄 오디오 마켓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디오갤러리 관계자는 당신을 오디오의 세계로 초대하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이 청각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향을 맡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듯 소리 또한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면 오디오가 해답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