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은 가상현실과 더불어 미래 소통의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성도 준수한 편이고 기술의 발전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구글의 구글글래스가 사생활 침해 및 취약한 배터리 문제, 기술적 미비함 등으로 시장의 질타를 받아 역사속으로 사라진 후 증강현실 자체의 동력은 크게 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IT 기업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받았던 업계의 신성, 매직리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생각은 달라보인다. 지난해 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고의 성공에 집중하며 양사의 협업 시너지를 타진하는 한편, 최근 자사의 역량을 대거 증강현실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포켓몬고의 '단기적' 성공은 증강현실과 위치시반서비스, 지적재산권의 삼위일체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그 외 증강현실에 있어 뚜렷한 성장 동력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넘어 포스트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으며 iOS로 대표되는 막강한 생태계를 보유한 상태다.

애플카에 대한 비전을 완전히 놓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는 애플의 증강현실 노림수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 애플워치와 포켓몬고의 협력. 출처=애플 행사 스크린샷

지난 21일 블룸버그는 애플이 증강현실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수 백명의 인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 메타이오(Metaio) 등을 연이어 인수한 상태에서 증강현실 인프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보도다. 2013년 인수한 이스라엘 회사 프라임센스의 기술력도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애플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메이드 인 애플'의 증강현실 안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블룸버그는 애플이 몇 잠재적 공급업자와 비밀리에 이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으며, 최근 테스트를 위해 니어 아이(near-eye) 디스플레이를 소량 주문했다고 밝혔다.

애플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패권의 유지 및 확장으로 보인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진 및 동영상 필터앱인 클립스를 살펴보면 애플의 노림수가 보인다. 네이버 스노우 및 스냅의 스냅챗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 기반 SNS의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대 유저들의 니즈를 확보하려는 의도는 일종의 덤이다. 만약 단순한 이미지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경우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가 등장했을 당시 포브스가 "새로운 컴퓨팅의 미래"라는 극찬을 보냈던 점에 착안하면, 애플이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일종의 포스트 스마트폰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성립된다. 말 그대로 컴퓨팅의 도구이자 소통의 도구로 증강현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역시 생태계의 외연적 확장과 궤를 함께 한다.

아이폰8을 비롯해 자사의 다양한 기기에 증강현실 장비를 삽입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기기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을 전망이다.

CNBC는 15일(현지시간)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로드 홀은 리서치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8에 3D 안면인식기술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홈버튼이 사라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3D 스캐너가 홈버튼의 기능을 일부 흡수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광학 부품업체 루멘텀(Lumentum)의 발표에도 일부 확인된 내용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하드웨어 단말의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장착하는 고유의 방식을 구사한 바 있다. 여기에 증강현실이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자리를 잡으면, 기기 자체에 대한 경쟁력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