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에 휘말리며 '정경유착의 통로'라는 오명을 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24일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 단체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으로 변경하는 한편 조직 축소 및 개편, 나아가 민간경제 협력과 싱크탱크 역할을 가다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회장단회의를 폐지하고, 정경유착 여지가 있는 사회협력회계도 폐지한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전경련 폐지 담론이 거세게 불어오는 상황에서 나름의 활로를 찾는 한편,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려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 혁신안 발표 전 대국민 사과하는 전경련(사진 왼쪽부터 임상혁 전무, 권태신 부회장, 허창수 회장, 배상근 전무). 출처=전경련

전경련은 24일 회장단회의-혁신위원회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허창수 회장은 이 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경련은 앞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사무국은 회원사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1968년 3월부터 50년 간 사용한 전경련 간판을 버리고 한기련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경제인 중심 협의체에서 기업이 중심이 되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61년부터 중요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해왔던 회장단회의는 사라진다. 앞으로 전경련의 중요 의사결정은 신설되는 경영이사회에서 이뤄지며 주요 회원사 전문경영인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 경제단체로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창구로 이사회 산하에 경제정책위원회 등 분과별 위원회·협의회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사회본부를 폐지하는 등 조직은 대폭 축소한다. 기존 7본부 체제를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바꾸는 대대적 혁신 카드를 빼들었다. 주로 위원회·협의회 등을 통한 소통 기능과 한미재계회의 등 민간경제외교 역할에만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조직과 예산 40%가 감축됐다. 기존 경제·산업본부의 정책연구기능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이관한다.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적받았던 사회협력회계를 폐지하는 것도 큰 변화다. 배상근 전경련 혁신총괄전무는 “향후 제2의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당한 요청에 따른 협찬과 모금활동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활동내역과 재무현황 등을 홈페이지에 연 2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한편 전경련 혁신위원회는 혁신의 세부내용 마련을 위해 향후에도 수시 개최될 계획이라고 전경련은 밝혔다. 또 이번에 발표한 전경련 혁신안은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와 총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