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7 레드 스페셜 에디션. 출처=애플

3초.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사람은 0.3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을 호감, 비호감으로 인식한다. 3초면 첫인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고 한다. 섬광이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내가 그 섬광이 되어 상대방의 뇌리에 꽂혀야 한다.

구매자를 유혹해야 하는 제품에게 첫인상은 품질만큼 중요하다. 빨간색 알루미늄 재질이 탐스러운 아이폰7 스페셜 에디션이 국내에 상륙했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25일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 스페셜 에디션을 동시에 출시한다. 애플 전문 유통업체 프리스비도 예약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폰7 스페셜 에디션에 더욱 시선이 가는 이유는 '강렬한 빨간색' 덕분이다. 자꾸 눈길이 가는 빨간색 아이폰으로 승부수를 던진 애플의 마케팅은 이번에도 먹힐까?

▲ '다르게 생각하자' 애플 광고. 출처=위키미디어

애플, 원조 마케팅의 귀재

한입 베어 먹은 사과 한 알을 무심히 던져논 듯한 로고 디자인으로 애플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애플 최초의 로고는 사과나무 아래 앉아있던 세계적인 과학자 뉴턴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 1998년까지 무지개색 로고를 사용하다 색을 없애고 크리스털과 메탈 형태로 바꿨다. 3D 디자인을 더해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977년 애플2를 소개하는 포스터에서 애플은 자사의 디자인 철학을 빨간 사과 사진 아래 썼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이런 애플의 철학은 시작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모든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을 관통하는 가치다.

1995년 아이멕g3가 등장했을 때 애플은 속이 보이는 반투명 컴퓨터를 공개했다. 파랑, 빨강, 주황, 보라, 초록 아이멕 컴퓨터가 그려진 포스터에 애플은 "검색하는 것은 스릴 있고 색깔을 고르는 것은 고통스럽다"라고 남겼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애플의 단순 마케팅은 정점을 찍었다. 애플은 네모난 액정 아래 동그란 홈키 하나가 달린 i(아이) 스마트폰 시리즈를 내놓았다. 간단한 이름 i(아이)와 사과 로고만으로 홍보를 했다.

애플 브랜드와 로고를 모두 가리고 물어봤을 때 사람들이 모두 애플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킨 셈이다. 그 후 i(아이)를 앞글자로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이 탄생했다.

▲ 뉴욕 브로드웨이를 장식한 레드 광고. 출처=레드

RED+아이폰
삼성전자의 야심작 '갤럭시S8' 출시를 일주일 앞두고 스마트폰 색깔로는 보기 드문 빨간색 아이폰이 등장했다. LG전자의 G6가 세상에 나온 지 약 2주되는 시점이다. 애플의 빨간 아이폰은 당연 갤럭시S8과 LG G6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아이폰7 레드 스페셜 에디션은 레드(RED)와 10년 이상 협력을 기념해 제작됐다. 비영리 단체 레드는 에이즈(AIDS),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기금이다. 이 스페셜 에디션을 구입할 때마다 일정 금액이 글로벌 펀드에 기부된다. 밴드 U2의 리더 보노가 CEO를 맡고 있다.

처음에 보노와 애플이 빨간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며 제품 판매액의 일부를 에이즈 치료 기금으로 기부한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나이키, 갭,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프로덕트 레드 로고를 달고 나와 다양한 방법으로 기금을 모은다.

이 비영리 단체는 왜 하필 빨간색을 사용했을까? 단체 이름부터 빨간색을 뜻하는 레드다. 보노는 아프리카의 질병 확산속도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려고 빨간색을 사용했다고 밝힌바 있다.

일각에서는 빨간색이 눈에 띄는 색이라 제품의 취지를 알리는데 효과적이고, U2가 빨간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U2를 글로벌 스타로 만들어준 1983년도 앨범의 표지도 빨간색이었다. 애플이 만든 아이팟 U2 버전에서도 빨간색이 사용됐다.

이렇게 에이즈 퇴치 운동의 상징이 된 빨간색은 나이키, 갭,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에 스며들어 다양한 방법으로 기금을 모은다. 레드는 2006년 창설 이래 4억65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마련했다. 애플은 이 가운데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 아이폰7 레드 스페셜 에디션. 출처=애플

빨간색 아이폰, 어디를 겨냥하나? 

아이폰7 레드 스페셜 에디션이 좋은일을 하는 레드와의 합작품이라는 선전 뒤에는 빨간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중국이 있다.

빨간색 아이폰이 노리는 진짜 타깃은 중국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깔은 황금색과 빨간색이다. 빨간색 옷을 입은 아이폰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빨간색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색깔이다. 지난 2013년 애플은 이미 아이폰5S 골드 색상을 공개하며 중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단 3일만에 900만 대가 팔렸다. 중국 시장에서 1위로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도 많은 팬 층을 형성해 국내 시장 점유율 5%대를 유지하던 애플에게 또 다른 기회를 안겨줬다.

레드 스페셜 에디션 아이폰7 128기가바이트(GB)는 106만원, 256GB는 120만원이다. 아이폰7플러스는 128GB 123만원, 256GB 137만원이다. 용량은 128GB와 256GB만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