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우도(十牛圖, 尋牛圖), 140×400㎝, Woodcut, 2000

 

조향숙(趙香淑)은 불교의 도상을 다룬다. 우드 인그레이빙(wood engraving)의 눈목판과 비교되는 널목판(wood cut)의 전통적인 형식과 수성목판화의 판법이 어우러진 그의 판화는 그 정치하고 투명한 질감이나 색감이 흡사 전통적인 불교변상도를 변주한 것 같고, 더불어 수묵화의 깊고 아득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와 함께 그 손에 붓을 듯 여인(아마도 작가의 자화상일 듯)이 등장하는 일련의 판화들에서는 불교의 심우도(尋牛圖)로도 불리는 십우도(十牛圖)를 테마로서 도입한다. 여기서 여인이 손에 든 붓은 남성주체의 창을 연상시키며, 이로써 일종의 여성주의의 시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자체가 예술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말하자면 작가는 이 테마를 매개로 해서 불교의 전통적인 도상과 서사를 여성주체의 정체성과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조향숙(JO HYANG SOOK)작가 자신의 정체성에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를 불교에 대한 재해석으로-이를테면 불교의 이상을 개인의 층위에로 이식하는 행위로-이해할 수도 있을 듯싶다. 특히 십우도를 테마로 한 일련의 판화들에서는 일반적인 판 대신 투명 아크릴 판을 차용하는 등 형식과 방법상의 변화를 꾀하고 있기도 하다.

판화에 나타난 종교적인 도상은 전통적으로 판화가 종교적인 맥락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글=고충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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