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 고등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와 질펀한 술판을 벌였다. '우리 우정 영원히'라고 웃으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당시 술자리에 있던 학생 하나는 판소리에 소질이 있었다. 구성진 목소리가 '소몰이 창법의 재림'으로 불릴 지경이었다고. 시간이 흘러 학생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고딩판소리에 참여해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아뿔싸. 과거 술판을 벌이던 기념사진이 SNS에 퍼지며 논란이 되었다.

술집은 처벌을 받을까? 받지 않을까? 당연히 처벌받는다. 고등학생인줄 알았다면 100%, 몰랐어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해당 술집이 프랜차이즈라는 가정을 덧대어 보자. 해당 프랜차이즈는 평소 '건전한 음주문화'를 위해 캠페인까지 벌이던 곳이다. 어떨까? 프랜차이즈 본사는 처벌을 받을까? "평소 착한척 다 하더니 술집에 고등학생을 받아?"라는 괘씸죄가 적용되어야 할까?

▲ 야놀자가 꼽은 숙박 트렌드. 출처=야놀자

야놀자 성매매 논란
숙박 O2O 플랫폼 야놀자가 느닷없는 성매매 논란에 휘말렸다. 야놀자F&G가 운영하고 있는 일부 가맹 모델점이 유흥업소의 은밀한 2차 장소로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야놀자의 전장(戰場)은 '대 고객만족, 대 여기어때' 딱 두 개인줄 알았는데 생경스럽다. 마치 구글의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넘어 일종의 총체적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야놀자의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천천히 살펴보자.

야놀자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호텔야자에서 '은밀한 2차'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져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은밀한 2차는 무엇일까?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상태에서 유흥업계사정에 밝은 취재원이 충격적이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정보를 귀뜸했다. "여기서 말하는 2차는 유흥업소를 찾은 고객이 술값을 지불하면서 성매매 대금을 내면, 해당 종업원이 업소 인근의 숙박업소로 손님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이다.

논란을 정리하자면 유흥업소의 불건전하고 불법적인 관행의 대상으로 야놀자의 호텔야자가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적인 일을 야놀자가 '알고도 모른척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최초 논란을 보도한 노컷뉴스는 야놀자가 시스템적으로 가맹점이 성매매 장소로 사용되는 것을 몰랐을리 없다는 주장이다. 슈퍼바이저 및 스마트프런트 제도 등을 바탕으로 모텔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바이저 제도는 지정된 슈퍼바이저가 가맹점을 찾아 모텔의 청결도 및 기타 서비스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종의 서비스 품질 유지 제도다. 그리고 스마트프런트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객실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장치다. 이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야놀자가 호텔야자에서 벌어진 성매매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이다.

야놀자의 반응은 어떨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야놀자는 자사의 입장을 두 차례에 거쳐 발표했다. 최초 입장문에서 야놀자는 "현재까지 당사 가맹점에서는 보도와 관련한 일부 가맹점의 불법 행위가 없는 것으로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후 일부 가맹점의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가맹계약해지는 물론 민형사 상 법적책임을 단호하게 단호하게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성매매가 확인되는 가맹점은 별도의 경찰 고발을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야놀자가 성매매를 방조했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야놀자 관계자는 "숙박업의 경우 고객정보보안이 중요한 이슈"라며 "슈퍼바이저는 모텔의 품질 개선을 위한 방안이며, 스마트프런트는 객실 문 및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이러한 제도는 모텔 품질 제고를 위해 사용될 뿐, '객실에서 손님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만약 야놀자가 성매매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맹점주와 가맹점 본사는 독립된 사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놀자가 모텔 품질 개선을 기치로 걸고 '음침한 러브호텔을 모두의 안식처'로 바꾸는 것에 매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논란 자체가 큰 타격이다. 나아가 성매매 사실을 알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언론보도의 행간을 보면, '슈퍼바이저는 꼼꼼하게 모텔을 살피고 스마트프런트는 객실의 상황 등을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성매매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로 수렴된다. 사실일까? 슈퍼바이저가 손님이 있는 문을 활짝 열고 성매매가 벌어지고 있는지 일일히 확인하고, 스마트프런트가 불타오르는 남녀의 등장으로 달궈지는 객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체크하거나 카메라로 원격촬영한다면 그것 자체가 범죄다. 성매매의 경우 평균 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스마트프런트가 감지할 수 있고, 이를 성매매의 증거로 봐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다소 어설프다.

물론 '촉이 좋은' 슈퍼바이저가 있거나 무자비한 빅데이터의 홍수에서 인사이트를 읽어내는 절정의 기술력, 암호화된 정보를 몰래 풀어버리는 능력이 있다면 범죄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고 어렴풋이 불법현장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나와 당신,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다. 달리 성매매 현장 적발이 어렵겠는가. 게다가 논란이 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성매매 범죄를 야놀자가 태연하게 저지르고 있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슈를 가지고 야놀자에 투자한 펀드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것도 너무 멀리 간 해석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연금이 출자했다는 이유로 국민의 세금이 성매매 현장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렇게 따지면 왠만한 기업에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매순간 최순실 급 리스크에 노출되는 격이다.

▲ 야놀자 입장자료. 출처=야놀자

우버와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의 비애
호텔야자를 매개로 벌어진 논란의 일차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성매매 당사자와 공간을 대여한 가맹점주다. 야놀자는 그 다음에 이르러 도의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밝은 모텔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성매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맹점을 미리 걸러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업적 흥망성쇠에 있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행히 야놀자는 입장자료를 통해 추후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두고 야놀자가 '범죄의 온상' 정도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 지양되어야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반면교사를 여럿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버.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이 많지만 우버 기사와 승객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살펴보자. 우버 기사가 승객을 성폭행하거나 살해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기사다. 물론 우버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서비스적 차원에서 브랜드 가치 훼손을 감수하며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등 떠밀려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집에 들어갔는데 호스트가 영화 미저리의 애니라면? 당장 애니를 체포해야 한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후 사람들이 제2의 애니를 만날까 무서워 에어비앤비를 찾지 않는다면. 에어비앤비는 그냥 망하면 된다.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도저히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라면? 업체가 책임져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배달의민족이 망하면 된다.

그런데 우버의 경우 기사가 범죄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에어비앤비의 경우 '애니의 집' 존재를 알았다면? 배달의민족이 더러운 음식을 파는 업체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마찬가지다. '달리는 범죄자의 차', '공포와 집착의 집, 먹거리 엑스파익 일순위'라는 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망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야놀자 이슈의 애매모호함을 엿볼 수 있다. 플랫폼은 판을 깔아주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내부에서 벌어지는 생태계를 모조리 검수하고 따지면 플랫폼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아프리카TV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플랫폼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면 플랫폼은 미디어가 되고 탈옥자만 늘어난다.

차라리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고, 야놀자가 '무엇을 했어야 했나'에 집중하며,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O2O 업계의 뜨는 신성을 플랫폼 사업의 비애로 묻어버리기에는 사회적 비용이 아깝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누군가 의도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려지지 않았을 음울한 '마타도어'를 경계해야 하며, 온전히 법적인 측면과 브랜드 가치적 상황, 사태의 중요성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